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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이야기/경찰과 전의경

경찰의 진압에 대처할 수 있는 평화 시위 방법

경찰은 이번 시민들의 6월 5일부터 6월 8일 저녁까지 72시간의 집회를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막았습니다. 그 두 가지 방법은 이것입니다.

1. 삼청동, 효자동, 청운동으로 향하는 모든 길을 버스로 2중 3중으로 막는다.
2. 사람이 가장 적은 시간에 기동대를 내보내 몰아낸다.


특히 6월 6일의 경우 현충일이라는 이슈도 있어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일 것을 우려했는지 훨씬 넓은 길목을 앞으로 나서 기동대 버스로 막았습니다. 그리고 일부 버스에만 설치되어 있는 상단 펜스를 긴급 임시 설치하여 전방 라인에 막아놨습니다.
버스로 막는 것이 얼마나 지독했냐면, 경찰조차 어떻게 해야 저 너머로 갈 수 있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저는 6월 6일 오후 태어나서 처음 청와대 앞에 가보고 싶어서 그쪽 방향으로 걸어갔습니다만, 가는 길목 모두 막혀있고 기동대 대원이나 지휘관에게 '경복궁 역으로 가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죠?'라고 물어봐도 모두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림으로 볼 수 있는 넓은 구역을 기동대 버스와 기동대로 모두 막아놓았습니다. 청와대 앞 한 블럭까지 다가갈 수는 있었지만, 그 앞에서는 청와대 직원이 저지하며 가는 것을 막더군요. 시위가 없을 때 갈 수 있다고 하는데 8일 저녁에 모두 해산했으니 지금은 가볼 수 있는건가요? 이렇듯, 사람 이동을 막아가며 아예 접근을 원천 봉쇄했습니다. 심지어 청와대 주변은 다가갈 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적은 시간에 기동대를 내몰기 위해 전방에 있는 기동대 빼고 효자동, 삼청동, 청운동 일대에는 모든 기동대가 '자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보고 뭐지? 싶었는데 그걸 알 수 있었던 건 6월 7일 아침이었습니다. 7시 경에 기동대를 모두 이끌고 나와 시민들을 시청역까지 몰아냈으며 그때 일부 기동대가 불법으로 끝을 날카롭게 갉아낸 방패를 들고 나와서 어이없었습니다.

자, 시민들은 여기에서 세종로 사거리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3일 동안 새문안 교회부터 사직터널, 한국일보사 앞 등 여러 곳에서 경찰을 압박했습니다만, 모두 실패로 끝나고 일부 시민들이 경찰 버스를 파손하는 등, 폭력 시위화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폭력 시위는 좋지 않죠. 갑갑한 마음 이해가 갑니다만… 문제는 1번처럼 원천 봉쇄하면서 후방 기동대는 편히 쉬고, 그 힘으로 아침에 2번처럼 몰고 나온다는 작전으로 6, 7, 8일 아침 모두 경찰은 손쉽게 시민들을 몰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8일 아침 모두 바닥에 앉아 연좌하는 방법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6, 7일 아침의 경우 가볍게 밀려났죠. 특히 7일 아침에는 시청 앞 서울광장까지 몰려나게 되죠.

그렇다면 이런 경찰의 전략을 어떻게 해야 흔들 수 있을까요? 그것을 폭력적인 방법을 쓰지 말고요.

방법은 8일 아침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만, 세종로 사거리를 완전하게 시민이 장악하고 연좌하는 겁니다. 기동대가 와도 무서워하지 말고 그냥 간격을 맞추어 앉으세요. 바닥에 앉아 기동대가 다가오던 말던 걱정하지 마세요. 주변엔 수 많은 감시의 눈이 있습니다. 6월 1일 아침 경찰은 시민들에게 해산을 강요하고 대부분의 시민들이 돌아가자 기자들도 대부분 철수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그 약속을 어기고 남아있는 소수의 시민들을 폭행하였습니다. 기자분들이 그러더군요. 경찰을 절대 못 믿겠다고요. 기자가 돌아가면 바로 폭력 진압을 할게 뻔하다고 하더군요. 저 역시 그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새문안 교회에서 들은 경찰의 무전 내용입니다만, 아주 간단했습니다. "기자들이 나가면 시민들을 진압하라". 즉 체포하거나 폭력 진압하라는 명령이었습니다. 그런 내용을 뻔뻔하게 무전으로 크게 틀어놓고 있길래 저는 옆에 있던 중대의 지휘관에게 항의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냐. 기자가 없으면 뭘 하려는 거냐" 기자분들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모두 자리를 지키셨습니다. 시민들이 철퍼덕 앉아서 버티면 경찰은 절대 세종로 사거리에서 우리들을 몰아내지 못 합니다.

그 다음은, 경찰 방어선 내부에서 흔드는 겁니다. 경복궁 역은 상황에 따라 무정차 통과하기도 합니다만, 이른 시간에는 무정차하지 못 합니다. 일부 시민들이 경복궁 역으로 이동하여 효자동, 삼청동으로 인도를 따라 걸어갑시다. 물론 신고하지 않은 집회이고 사람이 늘다보면 도로로 걸어갈 수도 있지만, 그 정도 불법이면 무난합니다. 그리고 그때 기자분들에게 협조를 요청해서 따라와달라고 하시면 좋습니다. 안국역으로 달려가서 지하철만 타면 경복궁역은 금방입니다. 모두 뛰어갈 생각하지 말고 지하철을 타고 중심부로 달려갑시다.

1. 세종로 사거리에 연좌하여 버틴다.
2. 저지선 안쪽으로 유유히 들어가 뒤흔든다.


방법은 간단한 거죠. 억지로 몰아내려고 하면 몰아내지 못 하게 버티면 되고, 저지선이 강력하면 지하로 뚫고 가면 됩니다. 이 방법은 모두 비폭력이고 경찰을 뒤흔들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그렇게 해서 경찰이 쉴 수 있는 시간을 방해하고 그래야 아침에 시민들을 몰아내지 못 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저는 집회 현장에서 시위 참가자이기보다는 주로 제3의 관찰자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경찰들도 그렇고 시민들도 그렇고 제가 기자인 줄 알고 많이 오해하셔서 아주 편하게 촬영하고 돌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과 경찰의 충돌 상황에서는 저 나름대로 시민을 보호하고 더불어 전의경 들을 보호하려 힘썼습니다. 그러다가 경찰 방패에 찍히기도 하고, 반대로 시민들의 발길질에 밟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6월 10일, 6월 항쟁 21주년 기념을 맞이하여 더 이상 지켜보고 도와주는 것만으로 끝낼 수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경찰의 치졸한 진압 방법에 질렸고, 그를 참지 못 한 시민들이 분노하는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시위를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고 그것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6월 10일에는 더 이상 취재 캠프를 놓고 청계광장 탐앤탐스에서 유유자적 놀지는 못 할 거 같습니다. 저는 저지선 안쪽으로 유유히 들어가 조용한 시위를 하려고 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경복궁 역 7번 출구에서 저녁 8시에 뵙도록 하죠. 저 혼자 있으면 심심하니까 친구들을 선동해서 달려갈 겁니다. 선동! 이러다 배후 세력으로 찍히는 거 아닌가 걱정되긴 합니다만, 뭐, 어떻습니까.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만, 몇명 모여서는 원래 목적인 경찰 기동대를 흔든다는 것이 불가능하겠습니다. 최소 500명은 되어 연좌에 들어가야 될까 말까이니. 이렇게 제안을 하긴 했습니다만, 경복궁에서 우선 모였다가 현장 상황을 보고 진행하던가 하는 것이 좋을 거 같습니다.


20시 이후에는 경복궁도 이미 봉쇄되었다는 제보가 있어 취소합니다. 현장에서 따로 생각해 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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