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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이야기/경찰과 전의경

경찰공무원 여러분도 시민입니다.

제가 첫 가두 집회를 겪은 지난주 토,일,월(5월 24~26일) 이후 경찰공무원 및 작전, 의무전투경찰들은 반성하십시오.라는 글을 써서 경찰공무원 뿐 아니라 복무 중인 전경, 의경 역시 강압, 폭력 진압의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전의경에 대해서 뭘 아냐? 하는 식으로 따지는 것도 있고 해서 커밍 아웃합니다.라는 글을 썼습니다. 현재 복무 중인 전의경 들은 제 이야기 중 두 가지를 못 믿더군요. 평화적인 시위대를 향해 경찰기동대가 폭력 진압을 했을리가 없다는 것과, 전의경 출신이 현재 복무 중인 전의경을 비판할리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덧글로 이야기가 왔다갔다 하는 도중 제가 반쯤 농담으로 "그럼 인증샷 깔까요?"라는 이야기를 하니 정말 인증샷 까달라고 하길래 한번 웃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쓴 웃음이었죠. 기분이 그리 좋진 않아서 그 날 오후 제가 복무했던 경기지방경찰청의 전의경 관리 부서인 작전전경계(031-888-2262)로 연락했습니다. 그랬더니 제 기수를 들으니까 잠깐 놀라더군요. 전역한지 오래된 양반이 왜 전화하나 싶었던 거겠죠. 뭐에 쓸거냐? 라고 묻길래 그냥 확인하고 싶어서 그랬다고 했습니다. 현직 전경이 제가 전경 복무를 했던 사람인지 궁금해 해서라고 솔직히 말할 수는 없었죠. 현재 기록이 남아있을지, 본청에 연락해봐야 할지 확인해 봐야 하니 기달려 달라 하고, 혹시 모르니 복무했던 자대에 연락해 보라고 하덥니다. 그래서 청사경비대의 706 전경대 행정반(02-2110-5843)으로 걸어봤습니다. 그랬더니 그때 기록은 안남아있을 거라고 하더군요. 기억을 더듬었더니 일반 문서는 3년, 인사 기록은 5년이 보관 연한이었죠. 매년 초에 보관 연한 지난 문서를 불태우던 기억이 나서 알겠다며 끊었습니다. 그래서 기다리니 그날 오후 팩스로 제 복무확인서가 왔습니다.

그 뒤로 1주일이 지났습니다. 주말을 한번 더 지나면서 현재 경찰이 어떻게 폭력 진압하고 있는지 많은 '증거'를 보신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 복무 중인 전의경 여러분도 많은 분들이 서울을 다녀왔을 겁니다. 일요일에 동원된 중대가 200 여개 인것으로 추정되고, 현재 동원 가능한 전의경 중대 역시 200여 개이니 일부 지방 중대를 제외하곤 서울의 분위기를 보셨을 겁니다. 경찰 여러분들도 믿기 힘들 겁니다. 평화로운 시민. 폭력적인 경찰. 이 모습은 이전과 사뭇 다릅니다. 저 역시 이런 상황 처음 봅니다. 그때 처음 폭력 진압하는 경찰을 보았을 때 저도 그날 하루 뿐이겠거니 싶었지만 그 뒤로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현재, 더 이상 그들, 경찰공무원을 비호하거나 옹호할 생각은 없습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모두가 나쁜 사람은 아닐 겁니다.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들도 그저 명령에 의한 것 뿐이고 공무원으로써의 근무와 복무가 아니라면 우리와 같은 시민일테니까요.

어청수 경찰청장이 서울지방경찰청장 시절, 그리고 그 이전부터 정치적이고 강압, 폭력 진압을 주도하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청장이니 경찰 전체의 분위기가 그리 가고 있는 것도 어쩔 수 없다는 것 잘 압니다. 하지만 그런 명령 속에서 최소한 명령에 대한 저항으로 시민들을 진압하더라도 최소한의 폭력을 가하려고 하는 노력이라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루하루 지날 수록 더 심해지는 경찰의 폭력 진압과 그 속에서 늘어가는 시민 부상자 들을 보니 가슴이 아픕니다.

시위 진압을 하는 경찰 여러분. 명령을 불복종하라고까지는 말씀 못 드리겠습니다. '그러는 척'만으로 멈춰 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이런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시민들은 서대문 경찰청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휴…

싶었는데 12시를 넘어 기동대 버스를 빼며 진압복이 아닌 근무복을 입은 기동대가 길을 막은 상태에서 부드럽게 해산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전 당한 적이 있어선지 잘 안듣고 있고, 이러한 제스쳐도 내일 있을 "재보선선거"에 맞춘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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