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네임, 블로거 네임, 필명 등 어떻게 지으셨나요?라는 이야기가 있길래 기억을 더듬어가며 씁니다. 제가 처음에 쓰던 아이디는 南無는 아니었습니다. 이 닉은 훨씬 나중에 지은 것이고 그 이전에 쓰던 것은 xga, 정확히는 xgaboard였습니다.
제가 처음 컴퓨터를 쓰던 시절에는 허큘리스였던 기억이 납니다. CGA(Color Graphics Array)나 VGA(Video Graphics Array) 등의 칼라 디스플레이도 없던 시절. 그리고 몇년이 지나 소위 통신이라는 걸 할던 시절 IBM에서는 1024x768에 65334색의 엄청난(?) 고해상도 비디오 카드 규약인 XGA(eXtended Graphics Array)를 발표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걸 구할 돈도 없었던 저는 그게 너무 부러워 XGA를 선택합니다. 그렇지만 글자 수가 3자 이하는 안되서 숫자를 맞춘 것이 xgaboard였습니다. 대충 지은 거죠. 지금은 XGA라는 1024x768의 해상도 규약으로만 남아있습니다.
IBM에서 발표한 이 카드는 엄청난 가격으로 실제 사용해 보신 분들도 거의 없을 것이고, 저 역시 써본 적이 없습니다. 저도 실물을 본 적도 없는데요 뭐.
그렇게 세월은 흘러 흘러, 비디오 카드가 1600x1200을 마음껏 지원하고 1920x1200에 2560x1600도 마구 지원하기 시작(!)할 무렵 닉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하던 순간, 다음 두 개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나무아미타불은 산스크리트어로 namas+amitabha로 불교에서 쓰는 말입니다. 깊은 뜻이 있습니다만, 쉽게 이야기하면 아미타불에 돌아가 의지함을 이르는 말로 불교의 진언이라고 합니다. 저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이 뜻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에 비해 아비규환은 참옥한 상황을 뜻하는 말로 avici+raurava입니다. 역시 불교의 말중 하나입니다. 현실세계가 아비규환의 지옥 같은 처참한 상황이라 본 거죠. 그래서 이 두 개의 단어를 합쳐 나무아비(南無阿鼻). 굳이 뜻을 풀자면 Welcome to the Hell!? 하하. 그렇게 한글로 쓰니 뜻도 감이 안오고 억지로 만들어낸 말 같아서 블로그를 만들면서 이후에는 그냥 南無라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남무라고 읽는 분도 있죠. 한자 그대로요. 그래서 그때마다 "제 닉은 '나무'라고 읽는답니다."라고 알려드리기도 합니다. 제 닉은 남무라 읽지 않습니다.라는 글에서도 나무라 읽고 南無阿鼻라는 원 단어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꾸준히 헷갈려 합니다.
이리 보면 처음 제가 아이디를 만들 때는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던 시절이어서 XGA를 선택했던 것이고 제가 이후 닉네임을 지을 때는 세상에 관심이 많아 그런 닉을 짓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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