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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야기/노동과 임금

쌍용자동차 대한문 앞 농성장 화재, 원인은 방화

오늘 새벽, 2013년 3월 3일 새벽, 슬픈 소식이 트위터 시간줄을 덮었습니다.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농성장에서 화재가 일어나 천막 3개 중 1개가 모두 타버리고 1개가 절반 이상 타는 사고가 일어난 것입니다. 화재 당시 천막 안에는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 조합원 두 분이 계셨으나 재빨리 대피하여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지켜왔던 농성장은 순식간에 불타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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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방화로 의심되었던 농성장 화재, 그 범인은…

처음 불이 났던 곳은 농성장 가장 오른쪽의 천막으로 쌍용자동차 지부 조합원이 매일 촛불을 켜고 잠을 자는 왼쪽 천막과 달리 누전 등의 화재가 날만한 원인이 되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에 따라 경찰도 CCTV를 통해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범인은 50세의 무직. 그는 대한문 근처를 지나가다 방화를 저질렀다고 말했습니다. 일정한 직업이 없는 그는 열흘 전 경기도에서 올라와 종로의 한 사우나에서 생활하면서 사설 업체의 환경 미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특별한 원한 관계가 아닌, 우발적인 방화였던 것입니다. 더 슬픈 것은 방화범 역시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고 있던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새벽 시내를 지나다 “길을 지나다 지저분한 천막이 있어서 불을 질렀다”고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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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결국 문제는 사회에 있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덕수궁 대한문 앞에 농성장을 펼치게 된 것 역시 사회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기업을 해외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구조조정. 그 속에서 아무런 대책 없이 해고된 노동자들은 내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2009년의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옥쇄 파업은 그들에게 더 큰 상처만 남겼고, 해고자들은 대한문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는 문제. 그로 인하여 24명의 희생자가 세상을 떴습니다. 쌍용자동차는 무급 휴직자를 복직시키겠다고 밝혔지만, 그것은 국정 조사가 눈 앞에 닥치자 그것을 회피하겠다는 술책일 뿐, 정작 문제의 중심에 있는 해고 노동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방화범인 50세의 무직, 그 역시 불안정한 노동, 불안정한 주거로 떠돌던 사람이었습니다. 그 역시 사회에서 버림 받은 삶은 보내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쌍용자동차 농성장에 불을 지른 범인이라니,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를 대한문으로 몰아넣은 것도 결국 사회의 책임이며, 50세의 불안정 노동자가 방황하며 방화를 한 것 역시 사회의 책임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 역시 사회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