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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네트워크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죠.

인터넷에서 주민등록번호는 필요한가요?에서 주민등록번호 사용의 위험성에 대해 언급한 바가 있는데,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다음과 같은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ZDNet Korea의 주민등록번호 없이 포털 가입한다를 보면 다음과 같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침을 알 수 있습니다.
주민등록번호 없이 포털 가입한다

앞으로 인터넷 포털에 가입할 때 주민등록번호대신 대체 수단인 아이핀(i-Pin)을 사용하게 된다. 또 인터넷 사업자는 고객 금융정보를 반드시 암호화해야 하며, 정보 유출시 피해 상황을 고객에게 의무적으로 알려야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중략)

하지만 이번 대응책 중 상당수는 지난 연말 정통부시절부터 나온 방안이며, 아이핀 같은 민감한 부분의 법제화는 시일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계속된 정보유출 사건에 압박을 느낀 방통위가 실효성이 의심되는 대책을 내놓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ZDNet Korea - 김태정 기자(tjkim@zdnet.co.kr)

자, 보면 아이핀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인데 뒷북이죠. 게다가 실효성조차 문제시되는 대책입니다. 주민등록번호를 왜 요구하는가?에서 이야기했지만 원래 정보통신부가 처음 2004년 당시 검토하던 것은 주민등록번호의 수집을 꼭 필요한 경우 이외에는 금지하는 것을 내세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인터넷 포탈의 악성 덧글과 그에 따른 대책으로 실명제 의무화가 제안되면서 아이핀으로 대체된 거죠. 하지만 아이핀 역시 중요한 개인 정보이며, 그것으로 인터넷에서 악용할 소지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단지 문제가 생긴 다음 바꿀 수 있을 뿐이죠.

아이핀이란 "인터넷 개인 식별 번호(Internet Personal Identification Number)"로 대면확인이 불가능한 인터넷에서 주민등록번호를 대신하여 본인 확인을 할 수 있는 신원 번호입니다. 주민등록번호와 차이점은 원할 경우 언제든 변경하여 무효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거죠. 이 아이핀이 노출되서 인터넷에서 악용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고, 그것을 피해를 당한 개인이 인지한 다음에 바꿔야만 한다는 거죠. 그리고 바꾼 다음엔 기존 사이트에서 아이핀을 바꿔야만 하고요.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불편한 제도입니다. 물론 주민등록번호보다는 안전하겠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아이핀을 유지하려 드는가? 그건 간단합니다. 인터넷 실명제를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인터넷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개인을 추적하기 위함입니다. 아~주~ 좋은 것이죠. 통제와 관리를 위한 것. 마치 주민등록번호가 간첩을 잡기 위해 생겼다면, 아이핀은 인터넷에서의 개인을 통제하기 위해서인 것입니다. 물론, 악성 덧글을 달거나 하는 악질적인 네티즌을 추적할 수 있겠지만, 그것을 위해서 다수의 다른 사용자는 엄청난 위험과 불편을 안고 살아야 합니다.

저는 이전에 썼던 인터넷의 특성에 관한 글인 Wired PartⅠ: 익명성, Wired PartⅡ: 가상의, Wired PartⅢ: 개방적에서 인터넷이 갖고 있는 열린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점이 있습니다. 기존 사회의 폐쇄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일부 문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인터넷에서조차 사회의 굴레를 지으려 하고 우리를 가두려 합니다. 물론, 인터넷에서 가진 문제는 있습니다. 악플로 타인을 괴롭히고, 괴롭히는 문제가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인터넷이 가진 이 강점을 모두 포기해야 합니까? 이거야 말로 호미로 막을 걸 트랙터로 막고 아작내는 거죠.

저는 인터넷에서 주민등록번호 또는 아이핀을 통한 실명 가입의 여지를 최소화하고, 그에 발맞춰 일반 오프라인, 사회적 사용에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이와 같은 중요한 개인정보의 수집을 금지할 것을 바랍니다. 또한 장기적으로 사회적 통제수단인 주민등록번호의 폐지를 요구합니다. 40년 동안 써왔기 때문에 당연하게 지속되어야 할 제도가 아닙니다. 충분히 대체할 수단이 있다면 그것을 버리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길 바랍니다. 세계 어디에서도 주민등록번호와 같이 개인정보를 담고 개인을 통제하기 위한 제도는 없습니다. 주민등록번호에는 그 사람이 언제 태어나고 어디서 태어났는지와 성별을 모두 담고 있는 위험한 정보입니다. 그것을 아는 것만으로 그를 대신해서 엄청난 것을 할 수 있습니다.

관리가 편하고 통제가 편하다는 이유로 만들어진 주민등록번호 제도. 이번 옥션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하나로의 개인정보 유용 사건을 본보기 삼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시점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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