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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야기

미네르바의 구속, 그 다음엔 블로거다.

미네르바. 아고라의 경제방을 달구며, 경제 대통령이라 불린 그가 2009년 1월 10일 구속되었습니다. 그가 구속된 죄명은 어처구니 없습니다. 전기통신기본법에 따라 허위 사실을 유포한 죄라고 합니다. 더불어 검찰은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을 죄명으로 추가하겠답니다. 어처구니가 없죠.

검찰, '미네르바' 박 모 씨 구속

(전략)

서울중앙지방법원 김용상 영장전담 판사는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외환시장과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미친 중대성에 비춰 구속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후략)

허위사실이라 주장하지만,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12월 29일에 달러 매수 금지를 요청한 건 사실입니다. 그것이 ‘공문’의 형태가 아니라 구두 등의 방법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에 대해서는 정부도 인정한 바가 있습니다.

또한, 전기통신기본법의 허위 사실 유포죄는 헌법의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며, 다른 국가에서는 이와 같은 법은 모두 폐지된 상태입니다. 대한민국에 남아있는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을 잘 활용한 검찰. 떡검찰의 진모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네르바,명예훼손죄 추가 적용 검토

(전략)

검찰은 박씨가 아고라 토론 게시판과 모 증권정보 사이트 등에 게재한 글 300여편 중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글이 상당수 발견됐고, 그 가운데 일부가 명예훼손에 해당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후략)

더불어, 정부 등의 기관은 훼손될 명예가 없다고 보아 명예훼손의 대상이라 볼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야이 대통령 개새끼! 청와대 씨팔놈아”라 한다 해도, 그것은 그 개인에 대한 비난 또는 명예훼손이 아니기 때문에 명예 훼손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 기본적인 법리 해석을 뛰어넘어 검찰은 명예 훼손을 추가하겠다고 합니다. 미네르바를 구속한 서울중앙지방검찰 마약조직범죄수사부와 김주선 부장검사님. 법복 다 벗으시고 로스쿨 들어가셔야 할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진행 상황은 제가 전부터 경고하던 것과 똑같습니다.

이명박은 우선 대책회의를 숙청했다.
나는 대책회의가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카페장을 숙청했다. 나는 카페가입자가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사노련을 숙청했다. 나는 사노련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아고라를 숙청했다. 나는 아고리언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나에게 왔다. 그 순간에 이르자, 나서줄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았다.

- 한국의 좌빨 블로거 南無의 시

2008/09/05 - 처음엔 카페, 다음은 아고라, 그리고 블로거를 숙청한다.

벌써 반년 전에 쓴 글이군요. 8월을 넘으며 촛불 항쟁이 주춤해지는 시점에 경고한 내용입니다. 실제로 정부는 8월 31일 아고라의 ‘권태로운 창'님을 구속하고, 더불어 2명의 아고라를 사용하는 네티즌을 압수 수색했습니다.

저는 그때 다음 타깃은 블로거가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마르틴 니묄러의 글을 인용하여 글을 쓸 때도 그랬지만, 구속된 아고라의 네티즌은 집회를 주도하던 분들입니다. 그와 같이 현장을 주도하는 사람이 아니라, 글을 쓰고 사실을 알리며 주장하는 이들이 잡혀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타깃이 블로거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고라의 경제방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있었으며 그 중 대표적인 분이 미네르바님이었던 것입니다. 미네르바님은 블로거를 따로 가지고 있지 않았으나, 그런 성격의 그를 썼고 아고라 경제방의 다른 논객들은 블로그를 함께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만, 미네르바님이 가장 영향력이 크고 강력한 논지의 글을 썼기 때문에 그 첫 타깃이 되었을 뿐이죠.

그런데, 미네르바라는 닉은 저도 쓰는 닉 중 하나입니다. 제가 개발하거나 참여하는 프로젝트에서는 언제나 미네르바라는 닉으로 활동했습니다. 제가 주로 쓰는 닉을 쓰면 정체를 알아차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미네르바라는 닉네임이 화제를 탈 때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검찰은 그런 그를 허위사실 유포죄로 구속했습니다. 더불어  “명예훼손죄”까지 들고 나왔습니다. 힘 없고 빽 없는 인터넷의 논객과 블로거 들은 조금이라도 과장된 글을 썼다가는 허위사실 유포죄로 잡혀갈 것입니다. 아니면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죄로 잡혀갈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아고라 경제방의 논객들은 글을 모두 삭제하고 블로그를 폐쇄하고 잠적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두를 잡아들이지 않더라도, 단 한 명만 족치면 모두가 입을 닥칠 것이니까요. 누구든 글을 쓸 때 조심할 것입니다. 잡혀가기 싫다면 말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이명박 정부는 소기의 성과를 얻은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에 맞서서 글을 쓰고 활동하는 인터넷 논객과 블로거들은 꾸준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는?

뻔하지 않습니까? 블로거를 잡아들일 것입니다. 아주 손쉽죠. 오히려 개인 하나를 특정하여 잡아가긴 더 쉬울 것입니다. 도메인 소유자도 명확하고, 서비스형 블로그일 경우엔 누가 그 소유인지 더 확실하니까요.

자, 다음에 첫 번째로 잡혀갈 블로거는 누구일까요? 우리 한번 맞추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