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국이 어수선합니다. 시국이 어수선한 정도가 아니라 공안 정치가 부활해 국가보안법과 집시법 등을 이용하여 시민을 억압하고 괴롭히고 있습니다.
요즘 경제가 어렵습니다. 정부는 방만하게 위기를 대처하다 위기의 위험을 더 크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각종 눈속임으로 시민들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 하게 하고 있습니다. 부자들의 세금을 낮추면서 유가환급금으로 용돈을 준다던가, 주가가 폭락하는 가운데 국민연금 기금으로 방어한다던가. 특히 오늘은 보궐 선거가 있는 날인지 어제 오후부터 오늘 아침까지 아주 화끈하더군요. 800 선에 돌입하냐 마느냐 하던 KOSPI가 1000을 돌파하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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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보고 기뻐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이것은 아직 위기가 끝난 것이 아니고 앞으로 더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뉴스 등에서도 언급된 미디어 다음 아고라 경제방의 미네르바님을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요. 그런데, 이렇게 위험을 경고하고 낙관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말하는 이들이 있더군요.
“야! 안 그래도 힘든데 망하라는 거냐?”
“이봐! 넌 지금 다른 사람들 망하는 걸 즐기는 거냐?”
황당합니다. 근거 없는 낙관론을 피해서 위기를 대처하고 위험이 닥쳐왔을 때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경고하는 모습을 저렇게 보다니요. 물론 그 분들의 심정도 이해가 갑니다. 경제라는 것은 심리적 요건이 중요하다고. 심리적으로 낙관적이면 더 잘 되고 비관적이면 잘 안되고 그런 면이 있다는 것은 저도 압니다. 하지만 근거 없는 무조건적인 낙관론은 정말 위험한 때에 그 위험을 더 위험하게 할 뿐입니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 대한 좋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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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제임스 스톡데일(James Stockdale)입니다. 그는 미국 해군의 장성이죠. 그리고 그의 이름을 딴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s Paradox)라는 이야기가 유명 합니다. 그는 베트남 전쟁 때 포로 수용소에서 8년 간 고문을 받으면서도 버티며 미군 포로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한 미국 해군 역사상 최초의 3성 장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때 긴 기간의 포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낙관주의자"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보통 낙관적으로 희망을 갖는 이들이 어려운 시기를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낙관주의자는 오히려 수용소 생활을 버티지 못 하고 쓰러져 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생활을 견뎌 낸 것은 “현실주의자"였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낙관주의자들은 다음 크리스마스에 나갈 수 있을 거라며 희망을 갖고 삽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 했습니다. 다음 봄에는 나갈 수 있을 거라며 기대에 부풀어 삽니다. 역시 그러지 못 했습니다. 부활절에는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지만 못 나갔습니다. 그렇게 기대와 희망에 부풀었다 좌절하고 그 과정을 통해 한 명 두 명 상심하며 죽어 갔습니다. 그에 비해 현실주의자들은 나가지 못 할 것이라는 것을 각오하면서 대비하여 살아남았던 것입니다. 어처구니 없죠? 하지만 그게 현실입니다. 낙관적으로 희망찬 삶을 가지는 건 자기 마음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근거를 갖고 현실을 대비할 때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 같은 위기에서는 현실감을 갖고 위기에 대비하는 현실주의자만 살 수 있습니다. 근거 없는 낙관주의는 스스로 자신의 목을 조일 뿐이죠.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상황이 베트남 전쟁 때의 포로 수용소만큼 힘드냐.”
“비유가 적절하지 않은 거 아니냐.”
이런. 현실에 대한 상황 인식이 저와 무척 다르군요. 정부 권력은 공안 정치를 펼치며 시민들을 억압하고, 재벌은 활개치며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경제는 각종 위기가 다가온 이 상황을 수용소에 비유함이 얼마나 큰 오류인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저는 저주를 퍼붓는 게 아닙니다. 위기를 경고하고 위험에 대비하는 현실주의자가 되자는 겁니다.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내년이 되면 나아지겠지" “이제 바닥이겠지" 이런 근거 없는 낙관주의가 얼마나 위험한지, 그걸 바라보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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