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으로 언론을 때리는 "게임하다 저질렀댑니다"식의 뉴스. 많이들 보실 것입니다. 예전에는 "만화보다 저질렀댑니다"가 많았는데 지금은 게임이니 이것도 시대의 흐름일까요 아니면 암울한 만화계에 대한 반영일까요? 그렇다고 게임계가 그렇게 밝고 화사한 건 아닙니다만.
주로 언론에서 내놓는 이야기는 이것입니다. 두 가지죠. 게임을 하다가 정신적인 영향을 받거나, 분노를 터뜨리는 범죄를 저지르는 것. 또는 게임을 하다가 죽는 것. 오늘 뉴스를 보다가 대표적인 그 두 사건이 한꺼번에 눈에 들어와 그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컴퓨터게임 계속 이긴다' 6살짜리 6촌동생 살해
이 뉴스는 완전히 원인과 결과가 반대로 되어 있습니다. 팩트만 놓고 보자면 '14일, 포항에서, 권모씨가, 6촌 동생을, 살해한, 게임을 하다가/정신질환'입니다. 이 뉴스에서는 제목부터 '컴퓨터게임 계속 이긴다'가 주된 살해 동기인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만, 정상적인 사람은 그렇다고 살해까지 가지 않습니다.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곤 말이죠. 여기서도 가족들의 말에 따르면 정신질환을 앓은 바가 있으므로, 그에 대한 전력일 가능성이 훨씬 높은데도, 그 부분은 제목에서 제외한 것입니다. 게임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퍼뜨려놓고, 그것을 다시 이용하는 것입니다. 언론의 자급자족, 아전인수 방법이죠. 만약 이 뉴스의 제목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
정신질환을 앓던 22세 청년, 6살짜리 6촌동생 살해
느낌이 오지 않죠? 그렇습니다. 정신질환을 앓던 피의자가 살해를 했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충격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까짓' 게임을 하다 사람을 죽였다면 충격입니다. 게임에 대한 안좋은 인식을 언론은 지금까지 생산해왔고, 그 생산된 이미지를 이용해서 이런 기사에서 써먹는 것입니다.
컴퓨터게임 오래하면 피 굳어져 죽음부른다
박상영 기자님. 정말 독자의 건강을 걱정하신다면, 컴퓨터 게임 오래 하지 말란 이야기를 할 게 아니라 오래 앉아서 있지 말란 이야기를 하셔야죠. 게임만 문제가 아니라 하루 종일 PC 앞에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도, 웹 서핑을 하는 사람들도, 야동을 받아보는 사람들도(이 쪽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만히 앉아만 있지 않을테니),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움직일 일이 없는 수 많은 사람들은 모두 해당하는 것입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이호 박사님의 논문도 '장기간 컴퓨터 사용에 따른 폐혈전색전증 증례'가 제목입니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장기간 고정된 자세로 PC를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목을 컴퓨터게임 오래하면 피 굳어져 죽음부른다"라고 되어있는 제목을 보면, PC를 오래 쓰기 때문에 그런 증례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즉, 그 증례를 조심하고 운동을 해줘야할 수 많은 선량한 PC 사용자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정말 독자의 건강을 위한다면 제목을 이렇게 쓰셨어야죠.
고정된 자세의 장시간 PC 사용, 죽음을 부른다
중요한 건 컴퓨터 게임을 오래하는 것이 아니라 장시간 앉아서 컴퓨터를 쓰는 행위입니다. 게임이 아니란 말입니다. 굳이 게임을 들어서 사람들이 오해하고 정작 고민하고 걱정해야할 사람들이 모르게 하지 마세요. 기자는 우선 사실 전달이 우선이지 만만한 것 갖고 씹는 게 일이 아닙니다.
당장 이런 간단한 토막 기사에서도 사건의 본질은 다른데 있음에도 게임을 들어 독자를 우롱하고 있습니다. 팩트의 오류는 없으나, 왜곡은 있다고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제발 기자님들, 이런 식으로 게임 갖고 만만하게 우려먹지 말아주십시오. 안그래도 얼토당토 않은 기사로 게임 문화를 우습게 보고 비웃는 것에 화가 납니다. 아무리 Sub-culture고 싸구려 문화라지만 문화는 문화입니다. 비웃고 같잖게 보는 것까진 좋습니다만, 상관 없는 것에까지 얽혀놓고 우스개꺼리로 만들지 마십시오. 특히 두번째 기사, 게임 뿐 아니라 건강을 조심해야할 수 많은 노동자들이 오해하도록 제목을 선정한 점. 만약 그 글을 보고 "게임을 안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하고 PC 사용을 여전히 오래한다면 그것을 어찌 책임지시렵니까?
기자는 팩트를 전달하는 게 일이며, 그 팩트 속에서 자신의 논리를 펼치는 게 기자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본디 전달되어야할 팩트의 의도를 왜곡한다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부탁입니다.
이런 식의 기사 좀 쓰시마시죠, 제발?
주로 언론에서 내놓는 이야기는 이것입니다. 두 가지죠. 게임을 하다가 정신적인 영향을 받거나, 분노를 터뜨리는 범죄를 저지르는 것. 또는 게임을 하다가 죽는 것. 오늘 뉴스를 보다가 대표적인 그 두 사건이 한꺼번에 눈에 들어와 그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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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뉴스는 완전히 원인과 결과가 반대로 되어 있습니다. 팩트만 놓고 보자면 '14일, 포항에서, 권모씨가, 6촌 동생을, 살해한, 게임을 하다가/정신질환'입니다. 이 뉴스에서는 제목부터 '컴퓨터게임 계속 이긴다'가 주된 살해 동기인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만, 정상적인 사람은 그렇다고 살해까지 가지 않습니다.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곤 말이죠. 여기서도 가족들의 말에 따르면 정신질환을 앓은 바가 있으므로, 그에 대한 전력일 가능성이 훨씬 높은데도, 그 부분은 제목에서 제외한 것입니다. 게임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퍼뜨려놓고, 그것을 다시 이용하는 것입니다. 언론의 자급자족, 아전인수 방법이죠. 만약 이 뉴스의 제목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
정신질환을 앓던 22세 청년, 6살짜리 6촌동생 살해
느낌이 오지 않죠? 그렇습니다. 정신질환을 앓던 피의자가 살해를 했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충격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까짓' 게임을 하다 사람을 죽였다면 충격입니다. 게임에 대한 안좋은 인식을 언론은 지금까지 생산해왔고, 그 생산된 이미지를 이용해서 이런 기사에서 써먹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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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기자님. 정말 독자의 건강을 걱정하신다면, 컴퓨터 게임 오래 하지 말란 이야기를 할 게 아니라 오래 앉아서 있지 말란 이야기를 하셔야죠. 게임만 문제가 아니라 하루 종일 PC 앞에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도, 웹 서핑을 하는 사람들도, 야동을 받아보는 사람들도(이 쪽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만히 앉아만 있지 않을테니),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움직일 일이 없는 수 많은 사람들은 모두 해당하는 것입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이호 박사님의 논문도 '장기간 컴퓨터 사용에 따른 폐혈전색전증 증례'가 제목입니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장기간 고정된 자세로 PC를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목을 컴퓨터게임 오래하면 피 굳어져 죽음부른다"라고 되어있는 제목을 보면, PC를 오래 쓰기 때문에 그런 증례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즉, 그 증례를 조심하고 운동을 해줘야할 수 많은 선량한 PC 사용자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정말 독자의 건강을 위한다면 제목을 이렇게 쓰셨어야죠.
고정된 자세의 장시간 PC 사용, 죽음을 부른다
중요한 건 컴퓨터 게임을 오래하는 것이 아니라 장시간 앉아서 컴퓨터를 쓰는 행위입니다. 게임이 아니란 말입니다. 굳이 게임을 들어서 사람들이 오해하고 정작 고민하고 걱정해야할 사람들이 모르게 하지 마세요. 기자는 우선 사실 전달이 우선이지 만만한 것 갖고 씹는 게 일이 아닙니다.
당장 이런 간단한 토막 기사에서도 사건의 본질은 다른데 있음에도 게임을 들어 독자를 우롱하고 있습니다. 팩트의 오류는 없으나, 왜곡은 있다고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제발 기자님들, 이런 식으로 게임 갖고 만만하게 우려먹지 말아주십시오. 안그래도 얼토당토 않은 기사로 게임 문화를 우습게 보고 비웃는 것에 화가 납니다. 아무리 Sub-culture고 싸구려 문화라지만 문화는 문화입니다. 비웃고 같잖게 보는 것까진 좋습니다만, 상관 없는 것에까지 얽혀놓고 우스개꺼리로 만들지 마십시오. 특히 두번째 기사, 게임 뿐 아니라 건강을 조심해야할 수 많은 노동자들이 오해하도록 제목을 선정한 점. 만약 그 글을 보고 "게임을 안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하고 PC 사용을 여전히 오래한다면 그것을 어찌 책임지시렵니까?
기자는 팩트를 전달하는 게 일이며, 그 팩트 속에서 자신의 논리를 펼치는 게 기자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본디 전달되어야할 팩트의 의도를 왜곡한다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부탁입니다.
이런 식의 기사 좀 쓰시마시죠,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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