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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야기/삼성불매

이름을 바꾸고, 간판을 바꾸고, 하지만 달라진 건 없습니다.

오늘 오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대국민 사과 및 퇴진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읽어보니 한숨만 나는군요.
제가 보기엔 삼성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름을 바꾸고 간판을 바꿀 뿐이죠.

이번 성명에서 이건희 회장은 10가지 성명을 발표했는데 전문은 링크를 보시기 바라고 각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이건희 회장은 모든 경영 일선에서 퇴진한다.
2. 홍라희 관장도 미술관 관장과 재단 이사에서 퇴진한다.
3. 이재용은 COO를 퇴진하고 해외 사업장으로 간다.
4. 전략 기획실을 해체한다.
5. 전략 기획실의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도 퇴진한다.
6. 차명 계좌는 이건희 회장 실명으로 전환하고, 누락 세금 납부한다. 이 돈은 유익하게 쓰는 방법을 찾겠다.
7. 삼성은 은행을 소유하지 않을 것이며, 삼성화재의 황태선 사장, 삼성증권의 배호원 사장은 사임한다.
8. 객관적인 사외 이사를 선임하겠다.
9.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조가 필요하다. 경영권 보호를 위해 현재는 못 한다.
10. 앞으로 삼성의 대표는 삼성생명 이수빈 회장이다.


1,2번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이게 잘 따져보면 이제 나이 들어서 은퇴할 때가 되서 은퇴하는 거랑 차이가 없습니다. 현재 삼성의 문제는 에버랜드라는 껍데기 회사를 바탕으로 순환출자를 통해 단 몇푼으로 삼성 전체를 휘어잡고 있는 게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9의 순환출자 문제를 지금 해결하지 않겠다는 것은 현재 이건희-이재용 부자의 그룹 경영권 및 소유권을 보호하고 그것을 개선하겠다는 것입니다. 즉, 이건희-이재용 부자는 결코 삼성에서 어떤 권리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3에서 이재용이 해외로 간다고 했지만, 그래서 퇴진하는 건 아니고 언제든 경영 일선에 돌아올 가능성을 남기고 있습니다. 즉, 1,2,3번을 보면 이건희, 홍라희가 퇴진하고 이재용이 일선으로 가는 듯 대단한 용퇴를 하는 것 같으나, 삼성의 왜곡된 지배구조는 절대 버리지 않겠다는 것을 9로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비싼 삼성 버리고 싶지 않겠죠. 그 동안 날로 먹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전략기획실 해체와 이학수, 김인주의 퇴진은 가신으로써 이건희의 퇴진과 함께 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리고 전략기획실이 원래 IMF 때 삼성 그룹 전체의 인력 삭감을 위해 빼든 칼자루 같은 것이었으니 더 이상 필요없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걸 지금까지 유지한 게 더 이상합니다. 물론 어디에 썼는진 짐작은 갑니다만.

6번이 아주 개그입니다. 2조 4천억을 실명 전환하고 유익하게 쓰겠다고 하겠습니다만, 어디에요? 기부할 건가요? 자기 이름으로 재단을 만들건가요? 앞으로 그러겠다는 말 저는 못 믿겠습니다. 지금 당장 기부하던가 공익 재단으로 처리하던가 하세요. 질질 끌지 말고요. 7번은 이렇게 삼성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된 상태에서 어찌 뻔뻔하게 금융업에 뛰어들겠습니까. 이미 삼성화재, 삼성생명으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언제든 좋은 기회가 오겠죠. 8번은 지금까지 뻔뻔하게 사외 이사를 멋대로 임명해왔다는 걸 시인한 것에 불과하고요. 10번은 별로 할 말은 없습니다.
자, 좋습니다. 특검의 결과로 만족하지 않고 이건희 회장의 퇴진을 멋지고 아름답게 하지 못 하고 이런 불명예스러운 퇴진을 한 것만으로 이건희 및 삼성재벌 일가는 할만큼 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바뀐 건 없습니다. 여전히 삼성은 왜곡된 출자 구조로 이건희 일가의 소유이고 그 소유권을 지키겠다고 오히려 당당하게 이번 성명에서 밝혔습니다. 달라지는 건 이름이요 간판일 뿐입니다.

성명의 앞쪽에서 퇴진과 그룹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밝혀서 잘 넘어가는 듯 하다가 후반부인 9번에서 하고 싶던 이야기를 한 거죠. 그룹의 경영권을 보호하겠다, 즉 출자 구조를 유지하겠다 이거인 겁니다. 이름을 바꿔 달고, 새로운 회장(?)이 나타났지만 삼성에서 바뀐 건 무엇일까요. 더 이상 '거니~'가 회장이 아니라는 것? 이재용이 일선 지사로 슬쩍 도망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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