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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야기

내 핸드폰 사진 돌려내 젠장...

저번주, 그러니까 2007년 11월 23일부터 24일까지는 팀 워크샵이 있어서 용인의 통나무 펜션으로 다녀왔습니다. 어쩌다보니 음료(?) 담당이 되어서 전날 장보러 가는 거까지 가고 먹을 거 마실 거 준비를 하게 됐죠.

제가 음료 담당이 되게 된 데에는 올 4월에 철원으로 다녀온 워크샵이 계기였습니다. 남이 구우면 원하는 굽는 정도가 나오지 않는 게 불만스러운 저는 제가 직접 바베큐 통 앞에 서서 장갑을 끼고 고기를 지글 지글 구워댔죠. 그때 묶었던 숙소의 아저씨는 고기가 타버리니까 쿠킹 호일을 철망 위에 덮고 구우라는데 어이없죠. 직화로 쌔끈하게 불맛을 내어 굽는 게 바베큐인데 뭐하러 호일 위해서 굽습니까! 하지만, 호일은 일부 깔았어요. 다 구워내거나 잠깐 열을 피하는 용도로요. 여튼 다른 바베큐 통에서는 호일을 깔고 굽는 사람 있고 그냥 굽는다고 도전하다가 왕창 태우거나 과자 부스러기를 만들던가. 삼겹살을 바짝 구우면 과자 부스러기 같아지죠. 맛도 없고... 자랑은 아니지만 저는 만족스럽게 구웠습니다. 다만 돼지 고기를 미디엄으로 구워내는 걸 싫어하는 분이 많으셔서 그걸 좀 더 맞춰주긴 했지만요.

아, 이거 음료 담당과 무관한 이야기죠? 어쨌든 고기 열심히 먹고 노래방 기계 놓고 노래 열심히 부르고 ... 할려는 찰라였는데 술이 커피 리큘과 보드카가 보이더군요. 그래서 뭐 조제했습니다. 마침 우유도 있겠다 쥬스도 있겠다 얼음도 있겠다 종이 컵 2개를 써서 쉐이크 쉐이크~ 어디서 본 건 많다고 따라해본 거죠. 평소 잘 안해요. 귀찮으니까. 근데 그게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다음 워크샵에는 직접 준비해봐라... 자리를 만들어준 거죠. 아니 시킨 거죠 흑.

그래서 워크샵 전날 코스트코, 이마트를 돌며 돼지고기 닭고기 소고기를 머리수에 맞게 사고 양파, 피망 파프리카 새송이버섯 고구마 등 각종 부재료와 양념, 소금, 설탕, 음료수, 위스키, 보드카, 리큐르, 꼬냑, 그리고 포트 와인을 4 리터짜리 샀습니다. 헉헉 좀 많은 수가 가다보니 코스트코에서 산 게 카트 2개, 이마트에서 산 게 카트 1개가 되더군요. 코스트코 카트 크더라고요. 전 처음 가보는데 어른을 싣고 다녀도 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코스트코 하나도 안싸더군요. 이걸 3만 5천원 연 회비 내고 다니는 게 이해가 안가요. 다음 워크샵 때는 고기는 마장동에서 썰어가자고 해야겠습니다. 아니면 주문 해도 되니까.

그리고 다음날 즐거운 워크샵~ 을 가기 전에 집에서 긴 스푼을 찾는데 없더군요. 흑. 별 수 없이 좀 늦게 간다고 이야기하고 근처 시장 가서 샀습니다. 동네에 재래시장 있는 건 좋죠. 여차저차 대절한 버스를 타고 도착. 맛 없는 식당 밥을 점심으로 먹고 바로 저녁 준비 들어갔습니다.

준비래봤자 별거 없죠. 양파 굽기 좋게 둥글게 썰고, 파프리카 썰고, 새송이 버섯 썰고, 고구마 씻고 썰고, 닭고기는 향신료가 든 허브 솔트로 마리네이드 하고 올리브유 살짝 뿌려서 냉장고 넣고. 저는 닭다리를 잡고 같이 준비하시는 분은 안심을 잡았는데, 닭다리에 칼집 내고 마구 손가락으로 쑤시면서 이히히히 즐거워하는 저를 보고 히껍해 하시더군요. 왜요? 맛있는 걸 준비하는 게 뭐 어때서...

대충 3시쯤 되니까 준비가 끝나더군요. 그래서 메인 디쉬를 준비했습니다. 머리 수도 많겠다 고기도 먹겠다 샹그리아 한번 만들어보자 이거였습니다. 그냥 대충 썰어넣어도 되나, 그럼 심심하니까 다음 방법을 썼죠. 준비물은 이와 같습니다.

써니텐 라임레몬
자몽 쥬스
오렌지 쥬스
자몽 1개
오렌지 2개
라임 3개

따로 설탕을 넣지 않고 써니텐 라임레몬 1리터를 넣고 쫄인다음 자몽 쥬스를 넣고 또 쫄이고 오렌지 쥬스 조금과 함께 먼저 자몽을 넣고 끓입니다. 어차피 먹을 게 아니므로 칼로 겉을 마구 쑤셔서 과즙이 흐를 수 있도록만 해주면 되거든요. 그 다음에 오렌지를 썰어서 투입. 오렌지를 썰어서 넣는 건 심심하니까 살짝 과육을 맛볼 수 있도록. 색색 오렌지 쥬스 느낌이죠. 이때부터 약불로 줄이고 그 양이 1/3 정도로 줄었을 때 불을 끄고 식힙니다. 자, 여기까지 오는데 대충 2시간쯤 걸릴 거에요. 2 리터가 넘는 과일+탄산수를 넣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죠. 그 다음엔 채를 받혀놓고 짭니다. 여기서 남은 과일은 따로 보관합니다. 그리고 과육은 다시 조금 넣어주고요. 너무 많지 않게. 그리고 미리 냉장고에 차갑게 식혀놓은 포트 와인 4 리터를 붓습니다~ 아싸. 잘 섞어주고 다시 병에 넣었습니다. 근데 여기서 바보짓 한 거죠. 졸인 과즙을 그냥 병에 넣으면 될 걸. 아놔...

그 다음 고기를 지글지글 구우면서 따로 병 와인도 마시고 샹그리아도 마시고 고기 다 먹고 노래도 불러주고 나머지 술 잔뜩 만들고 먹고... 하다보니 어느 순간 잠들어버렸더군요. 피곤했나봐요.

여튼 즐겁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했던 워크샵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좀 더 준비 잘 해서 더 맛있게 먹도록 해야겠군요. 고기는 꼭 마장동 고기집에 주문해서 더 맛있는 걸 먹도록 하고욧!

아! 중요한 이야기를 안썼네요. 왜 핸드폰 사진이냐면, 백업할려고 외장 T-Flash 메모리를 리더기에 꼽았더니 파티션이 날라가있더군요. 그래서 일부는 복구했는데 워크샵 때 찍은 사진들이 몽창 날라갔어요. 다른 팀원 분들이 찍은 사진 말고는 흑. 그래서 사진이 없습니다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