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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

MBC 수요예술무대 폐지와 신설 프로그램 김동률의 for you

MBC 수요예술무대가 2005년 10월 19일 방영을 마지막으로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매주 늦은 밤 김광민씨와 이현우씨의 어눌한 -두 분께는 죄송하지만 사실 그래요;- 진행과 함께 하던 수요예술무대 프로그램이 폐지되었습니다. 10년 동안의 장수 프로그램이고, 그렇게 시청률이 높을 프로그램이 되지 못 했지만 꾸준하게 TV를 통해서 아니 그 이전에 한국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뮤지션도 많이 보여주고, 즐거웠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다른 모든 프로그램과 달리 늦은 새벽에 언제나 방송되면서 많은 뮤지션을 초청하여 그 빛을 더해왔던 수요예술무대. 그 공연도 저번주를 통해 마지막이었습니다. 방송 폐지 직후 이 이야기를 쓰려했으나, 그래도 그 후속(=대체) 프로그램을 보고 생각해보자, 하고 한 주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수요예술무대의 대체 프로그램인 김동률의 for you입니다. 프로그램 이름에서부터 김동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고 홈페이지 역시 그의 얼굴로 가득합니다. 살 무지하게 쪘군요... 안타깝긴 합니다만, 프로그램을 본 소감을 이야기하겠습니다.

KBS 2TV의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대항 프로그램으로 만든 것이군요. 특정 가수를 전면에 내세우고 훨씬 대중적인 뮤지션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2005년 10월 27일 첫 방형된 프로그램을 보면 출연진은 김동률, 빅마마, 정재형, Ex, JK 김동욱입니다. 빅마마, JK 김동욱은 윤도현의 러브레터에도 자주 나오고, 많은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죠. 프로그램 구성과 출연진 자체가 수요예술무대와 방향이 다릅니다. 즉, 기존 구성을 버리고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대항할 수 있는, 아마도 시청률로 이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김동률의 for you를 내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꼭 이렇게 해야 했습니까? 수요예술무대와 타겟도 다르고 구성도 다르고, 초청 뮤지션조차 다른 프로그램인데. 차라리 시청률이 더 높을 수 있는 금요일 저녁에 신설 프로그램으로 갔다면 그럴 수 있겠거니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대체 프로그램이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입니다. 아직 첫 방영이니 아닐 수 있는 거 아니냐 할 수도 있지만 첫 방영은 중요합니다. TV 프로그램 역시 첫 대면이 중요하니까요. 거기에서 앞으로 방향성을 그대로 내세운 것이니까요.

동생과 함께 밤 늦게 김동률의 for you를 보다가 이런 이유로 우울해졌습니다. 아, 이제 김광민 아저씨와 이현우 아저씨의 어눌한 멘트를 못 듣는구나. 이젠 그런 프로그램은 없구나. 쭉 보다가 JK 김동욱이 나온 순간 동생에게 한 마디를 하고 다른 채널로 돌렸습니다.

"임재범이 오랜만에 앨범을 냈다라지?"

수요예술무대의 프로그램 폐지에 아쉬워하며, 이젠 수요일 새벽을 무엇과 함께 마음을 달래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