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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이야기

노동절과 어울리지 않았던 민주당 손학규 대표

5월 1일은 노동절입니다. 2011년으로 121주년을 맞는 노동절. 노동자의 노동자를 위한 노동자에 의한 축제가 바로 5월 1일 노동절입니다. 이날을 맞이해서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서울 광장에서 노동절을 맞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저 역시 노동자의 한 명으로써 축제를 맞는 밝은 마음으로 서울광장을 찾았습니다.


민주노총 산하 지부부터 함께하는 정당, 단체, 그리고 학생들이 서울 광장을 꽉 메우고 있었습니다.

단상을 메운 정치인들

그리고 단상에는 낯익은 분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노회찬 진보정당건설 추진위원회장,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그리고 민주당 손학규 대표. 제가 느끼기에는 이 자리에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있는 게 무척 이상했습니다. 어색했습니다. 그리고 그 느낌은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제창 도중 손학규 대표만은 손을 흔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강제하는 것 역시 옳지 않겠습니다만, 어색함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단상에서 축하 연설에 나선 세 대표

노동자의 축제를 맞아 세 명의 당 대표가 축하 인사를 하기 위해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발언 순서는 손학규 대표부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민주당이 현재 세 정당 중에서 가장 세력이 큰 정당이긴 하나 노동자와 가장 거리가 있는 정당인데 민주당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색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어색함은 연설이 시작되면서부터였습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입을 맞추고 나온 것처럼 같은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MB심판과 그에 맞설 수 있는 진보연합. 하지만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그에 대해서 문제점을 제기하는 어색한 인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바로 터졌습니다.

민주당의 정책 공조 파기, 한-EU FTA 비준 합의

4월 27일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은 한-EU FTA 비준을 졸속 처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현재 문제점을 해결하겠다고 정책적인 합의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약속은 노동절 다음날인 5월 2일 무참히 깨졌습니다.

한-EU FTA 4일 비준 합의

여야는 오는 4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기로 2일 합의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합의에 앞서 국회에서 관련 부처 장관과 상임위원장 등이 참여한 ‘여야정’ 회의를 열어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 축산농가 피해 대책 등을 논의했다.

(하략)

이것은 합의한 정책 연대조차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민주당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박지원 원내대표, 한-EU FTA 관련 기자간담회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합의문을 이제야 보았고, 국익차원에서 국민의 70~80%가 지지하므로 반대할 이유가 그는 말합니다. 그리고 민주당의 요구가 많이 수용되었기 때문에 비준에 합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합니다. 참으로 무책임한 발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합의문을 이제야 보았다니. 그러면서 최선의 합의로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민주당, 정말 연대 가능한 대상인가?

저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도 민주당이 연대 가능한 대상인지 궁금합니다. 이 사태에 대해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이해할 수 없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야권연대의 약속, 한나라당과 합의. 무엇이 더 중요합니까?

(전략)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습니다.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면 내놓아야지요. 명예, 자존심, 다 버릴 수 있습니다. 어떤 비하도 모멸도 다 참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은, 진보의 정책만은 포기하지 못하겠습니다.

(후략)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면 못 할 것이 없지만 진보의 정책은 포기할 수 없다는 이정희 대표의 말. 이것은 모순된 말입니다. 저는 민주노동당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지만 전자를 선택한다면 글쎄요, 민주당과 다를 게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민주당이 애초에 정책 연대가 가능한 상대라 보지 않습니다. 그들은 한나라당과 다른 정도일 뿐이지 자본과 노동에 대한 정책이 악독했습니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은 각 지역의 개발 정책을 내놓으며 한나라당과 누가누가 더 토건족을 먹여 살리나 내기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 그들이기 때문에 한-EU FTA 비준 합의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민주당답습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에게 묻습니다

민주당은 재보궐 선거가 끝나자마자, 그것도 노동절 바로 다음날 정책 연대를 파기했습니다. 그것도 그 중 가장 중요한 내용 중 하나였던 FTA 비준이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은 어떤 선택을 하실 것입니까? 이정희 대표는 어떤 선택을 하실 것입니까?

저는 그 민주노동당의 선택이 궁금합니다. 이렇게 정책 연대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심지어 원내대표가 합의문을 본 적도 없었다고 뻔뻔하게 말하는 정당과 연대가 가능한지. 여전히 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계신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