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6월 13일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참석하고 바로 서울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6.13 범국민대회에 참석하러 향하던 권문석 동지가 6시 40분 경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연행되었습니다.
13일 오후 6시 40분 경 문자가 한 통 날라왔습니다. 평소 현장에서 함께 하는 사회당 동지인 김스캇에게 문자가 한 통 온 것이었습니다. 기획위원장이 연행 중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당시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있어 자세한 이야기를 확인하지 못 하였고 당 게시판과 김스캇의 블로그를 확인해 보았더니 자세한 상황이 써있었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연행
13일 저녁 6시 40분 권문석 기획위원장 연행
"쳐봐, 쳐봐! 치지도 못할 놈이..."
위원장이 건널목으로 뛰어가려 하자 로보캅 5명 가량이 뛰어들어 결박, 이후 1개 소대가 둘러싸고 끌고 가기 시작했다. 어디로 끌려가서 무슨 짓을 당할지 알 수 없는 일인지라 졸졸 따라갔더니, 경찰 너덧 놈이 달려와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아무 짓도 안 할 테니 놓으라'고 주장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아예 경찰간부 한 놈은 다가와서 '쳐봐, 쳐봐'라며 도발하기 시작했다. '어디로 끌려가는지는 봐야 할 거 아니냐'고 항변하자 쌩뚱 맞게도 이 양반, '치지도 못할 놈이...'라며 비웃었다. 성격이 좀더 울컥하는 사람이거나 주위에 경찰들이 카메라로 포위하고 있지 않았다면 아마도 쳤겠지.
몸을 붙잡고 있던 경찰에게 '경찰이 이유 없이 시민의 보행을 막을 수 있느냐'고 항의하자, '막는 게 아니고 협조를 요청 드리는 거잖습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협조라는 건 상대의 팔을 비틀어 잡고 하는 것이었던 모양이다.
'막은 사유가 뭐냐'고 묻자 '여기가 낚시터도 아닌데 낚싯대는 왜 들고 다니느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아니 당신들은 여기가 전쟁터도 아닌데 왜 방패를 들고 다니느냐'고 묻자 '왜 간섭이야'라는 멋진 대답.
문제의 경찰간부 입에서는 비아냥이 계속되었다. '야, 깃대 잘 잡아. 저 놈들한테 깃발은 생명이잖아. ㅋㅋ'
참으로 어처구니 없습니다. 저도 현장을 나가면서 이와 같은 상황 참 많이 봅니다만, 이젠 경찰 권력이 최고인가 봅니다. 자신들이 저지르는 짓이 정당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저지르는 것.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두려울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경찰 독재, 그 끝은 어디로?
결국 권문석 기획위원장은 남대문 경찰서로 연행되었습니다. “공무집행 방해죄”라는 명목으로 말이죠. 깃대 2개를 들고 집회 현장으로 향하는 사람을 붙잡고 멋대로 연행하곤 공무집행 방해. 공무집행 방해라는 건 정당한 공무 집행의 경우에나 해당되지 정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경찰에게는 그런 거 없습니다.
이런 걸 뭐라 말하는지 아십니까? 바로 “경찰 독재”입니다. 이전 대한민국의 독재가 군부 독재에 의한 것이라면 이제는 권력의 앞잡이가 된 경찰에 의한 독재입니다. 시민들을 겁주고 맘대로 연행하고 겁주는 것입니다. 당당하게 “명동에 왜 데이트 와요?”라고 말하는 경찰이니, 횡단보도를 건너더라도 마음대로 잡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권문석 동지는 남대문경찰서에서 중부경찰서로 이송되었다고 합니다.
면회 가야겠다
제가 처음 당 사무실로 전화 걸어 제 ‘화통’을 받아주었던 사람이 바로 권문석 기획위원장입니다. 작년 5월 24일, 종로 1가에서 사람들이 연행 당하던 새벽 전화 해서 연락이 안되었던 것에 대해 저는 분개 했던 것입니다. 그 이후 집회 현장에서 만나 이야기하며 동년배인 점도 있어 의기투합.
지금은 집회에 나가면 서로 이야기하고 정보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집회 후 집에 돌아갈 때도 가는 방향이 비슷하여 버스 타고 같이 돌아가고. 6.10 민주화 항쟁 행사 이후 집에 돌아갈 때도 함께 돌아갔는데, 연행되었다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카메라 챙겨서 면회 가봐야겠습니다.
면회 갔다가 채증 사진 들이대며 나까지 연행 하려 드는 거 아닌가 살짝 걱정되긴 하지만 뭐, "이 사람 누구에요?"로 배 째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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