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 10일. 22년 전, 3주 간에 걸쳐 6월 29일에 있었던 노태우에 의한 6.29 선언까지 계속되었던 6.10 민주화 항쟁 기념일이 바로 내일입니다. 박종철 열사 고문 치사, 이한열 열사 최루탄 사망 등으로 발발한 시민들의 궐기는 전두환 정권을 물러 나게 하고 직선제 대통령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22년.
우리는 어떤가요. 선배들이 이룬 텃밭에 아름다운 꽃을 심고 있는지, 잡초를 심고 있는지.
저는 나이가 아직 어린지라 1987년의 상황을 잘 모릅니다. 그저 문헌과 사진, 영상으로 그 시절을 알 뿐입니다. 하지만 그 분들이 있었기에 제가 지금의 자유와 희망을 안고 살 수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 분들이 일군 텃밭에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심어 제 후배, 제 자손들에게 물려주는 일 뿐입니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손녀”에게 이야기할 겁니다. “이 할애비가 말이야…” 하며 화두를 꺼내며 제 블로그를 자랑할 겁니다.
내일은 평일입니다. 작년 6월 10일에는 휴가를 냈지만 요즘은 일이 바빠 그건 어려울 듯 합니다. 저번 고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을 비롯해서 최근 휴가를 많이 낸 탓도 있습니다.
작년 6월 10일 아침, 출근하다 너무 눈물이 나서 갑작스런 휴가를 내고 6.10 항쟁 시민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명동 향린 교회에 들렸던 기억이 납니다. 초로의 노년 분들이 노래를 서로 인사하는 모습. 그 뒤 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길래 고급 요리정이라도 가시나 해서 기뻐서 따라갔더니 삼겹살 집에서 김치 찌게, 된장 찌게 드시는 그 분들.
저는 그 분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 분들에게 한우 고기를 드리는 게 그 분들이 즐거워 할 일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 분들이 만든 텃밭을 잘 가꾸는 게 그 분들이 바라는 일이라 믿고 저는 그 길을 따르겠습니다.
1987년 6월 10일
2009년 6월 10일
그리고
2031년 6월 10일
22년이 지난 뒤에 저는 초로의 신사가 되어있을 테고 그때는 웃는 얼굴로 6월 10일을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웃으며 여러분과 소주 한잔 하고 싶습니다. "20년 전엔 그런 일이 있었지?"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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