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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이야기/경찰과 전의경

경찰관 여러분, 무엇이 그리 부끄럽나요?

집회 도중 보다 보면 경찰관 분들은 부끄러움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사진기를 들이대면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하이바의 바이저를 내려서 얼굴을 가립니다. 이름표도 계급장도 가리면서 너무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경찰관은 사복근무가 아닐 때는 자신의 계급과 이름을 숨겨서는 절대 안됩니다. 자신의 소속, 계급, 이름, 즉 관등 성명을 시민이 요구할 때 밝혀야 할 의무가 있죠.

경찰과 전의경은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쓰고 있는 모자 색깔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전 경찰관 모자를 개편할 때 모두 ‘은색’으로 만들어졌는데, 감히 경찰관과 전의경의 모자 색이 같을 수 있겠냐는 이유로 ‘금색’으로 바뀌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얼굴을 가리고, 소속을 숨기고

오랜 기간 집회를 다녔지만, 자신의 소속을 제대로 밝히는 양반은 없었습니다. 심지어 어제 촛불 1주년 집회에서 현장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어떤 시민이 현장에 있는 사복 경찰의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동영상으로 쫓아다니면서 찍고 있더군요. 그러자 무전기를 들고 있는 그 양반은 시민을 쫓으며 왜 찍냐며 카메라를 내놓으라고 하더군요. 저는 웃으면서 달려갔습니다.

왜 경찰공무원이 공무 수행중인데 초상권을 주장하시나요? 만약 카메라를 가져가고 싶으면 영장 갖고 오셔요.

그 경찰은 왜 놀리듯 자신을 계속 추적하냐고 하며 제게 큰 소리를 치더군요. 사복을 입고 있는데 왜 찍냐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죠. 저는 당황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여보셔요. 지금 사복 입고 계시더라도 공무수행 중이잖아요. 지금 들고 있는 무전기는 서울지방청 경비망에 연결되어 있는데 이걸 아무나 들고 있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제가 이렇게 항의를 하고 있으니, 주변에 시민들과 기자가 몰려들자 그제서야 뒤로 빠지더군요. 나중에 옆에 있는 시민이 알려주었습니다. 모 경찰서의 정보계장이라고. 정보과 형사는 이렇게 부끄러움이 많습니까?

기자들 온다! 모자 눌러써!

여경 제대를 알고 계십니까? 여경으로만 구성된 기동대로써, 여성 참가자를 질질 끌고 가는 걸로 유명하죠. 이 여성 기동대가 대기하고 있는데, 기자들이 다가가자, 그 여성 제대의 중대장이 이렇게 외치더군요.

기자들 옵니다. 모자 눌러 쓰세요.

경찰 여러분. 부끄러움이 너무 많으시군요. 제가 그래서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중대장님. 그렇게 부끄러우시면 여기 나오지 마셔요.

경찰관 여러분, 부끄러운진 알아요?

부끄러워서 그러는 것일까요? 아니면, 얼굴이 드러나는 게 쪽 팔려서 그런 걸까요? 경찰관은 정당한 공무 수행을 하는 것이라면 당당하고 자신 있게 자신의 행동을 자랑스러워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할 텐데요. 부끄러운 일을 하니 이렇게 얼굴을 가리고 자신을 경찰이란 조직 속에 숨기려 드는 것인가 봅니다. 그런 행동이 열심히 제대로 일하는 경찰 전체를 욕하는 것이라는 걸 이해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