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6일로 예정되어 있던 검찰의 용산 수사 발표가 연기되어 2월 9일 오늘 발표되었습니다.
연기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2월 3일 화요일에 방송된 PD수첩에서 용산참사에 용역 깡패가 참가하였고 그 지휘를 경찰이 했다는 여러 증거를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왜 그들이 망루에 올라야만 했고, 그 진압 과정 아니 학살 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를 밝혔습니다. 그에 이어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검찰이 PD수첩이 확보한 자료를 이미 경찰 채증 자료를 통해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파문은 확산되었습니다.
검찰은 처음부터 경찰에 대한 수사 의지가 없었으며, 그것은 그 동안 검찰의 발표 등에서 익히 알 수 있었습니다. 피디수첩의 방송 이후에도 검찰은 용역 깡패에 대한 수사 의지만을 밝혔을 뿐입니다. 정작, 현장에서 진압 작전을 세우고 진두 지휘한 경찰에 대해서는 수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검찰이 굳이 6일 발표하기로 하였던 수사 결과를 9일로 바꾸었을까요? 이유는 간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검찰이 이 발표를 연기한 이유를 다른 것으로 보았습니다. 1월 23일 1차 범국민 추모대회에 이어 1월 31일 범국민 추모대회가 많은 인원이 참가하였고 또한 집회 방법도 달라지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시민들을 몰아내거나 해산했을 경우 대부분 집회 참석자들이 귀가를 했습니다만, 이제는 서로 연락하여 다른 장소로 출몰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경찰도 정보력이 있기 때문에 시민들을 못 쫓아오는 경우는 없었지만요. 그래서인지, 합법적으로 집회 신고를 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추모 대회임에도 경찰은 청계광장을 봉쇄하고 집회를 방해하는 등의 행동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2009/01/20 - 용산 철거민 참사 현장에 모여드는 시민들과 경찰
즉, 분노한 시민들이 금요일에 수사 결과를 접하고 바로 다음 날 모이는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용산참사가 있었던 당일에도 수 천의 시민이 바로 현장에 모여 추모 집회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2009/01/21 - 용산 참사에 분노한 촛불시민, 그들은 돌을 들었다.
실제로 다른 때의 집회 성향과 달리 현장의 시민들은 분노를 금치 못 했으며, 경찰에 대한 폭력을 참지 못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밤 늦게 있었던 명동 투석전은 2008년 5월부터 있었던 촛불 항쟁 어느 때보다 격렬한 양상을 보였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검찰은 시민들을 자극하는 결과가 될 것이 뻔한 수사 결과 발표를 미룬 것입니다. 바로 다음주 월요일로 말이죠. 이렇게 해서 3차 범국민 추모대회를 피하고 다음에 있을 4차 범국민 추모대회와도 가장 멀리 떨어진 날짜를 고른 것입니다.
오늘 오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 본부의 수사 결과 발표는 예상 그대로였습니다.
용산참사 수사결과 발표…"경찰 형사책임 없다"
용산참사 수사본부장, 일문일답(끝)
경찰에 대해서 모든 작전이 적법했다고 했습니다. 폭력 진압 작전, 아니 학살을 펼쳤음에도 그들에겐 모든 법적 면죄부를 쥐어주고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또한 경찰과 용역 깡패가 함께 짜고 작전을 진행했다는 증거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데도, 용역 깡패와 경찰에 함께 하지 않았다고 우깁니다.
하지만 피해자인 철거민 대표들에 대해서는 20명을 구속하였습니다. 피해자=가해자가 되는 재미있는 등식입니다. 거기에 더불어 용역 깡패 직원 7명을 추가로 기소하였습니다. 경찰과 함께 불법 폭력을 감행했는데 경찰은 아무런 죄가 없고 용역 깡패만 죄가 있다고 합니다.
<용산참사수사발표>경찰 "법과 원칙에 의한 당연한 결과"
그에 대한 경찰의 반응은 아주 뻔뻔합니다. 경찰은 시민의 안전을 지키려 주장하며, 모든 것은 시위하는 시민이 잘못이랍니다. 이와 같은 강제 진압이 어떤 결과가 될지 뻔히 알면서 그런 작전을 해놓고 자신들은 죄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거짓말까지 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돌과 화염병을 던지는 농성자들을 경찰이 그대로 두고 봐야 하는 것인가” 왜 이러십니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던진 적 없습니다. 폭력을 휘두르는 용역 깡패들에겐 그런 적이 있겠습니다만.
자, 이로써 검찰의 수사 결과는 예상했던 그대로 발표되었습니다. 경찰에는 어떠한 잘못이 없고 철거민들에게만 죄가 있다고 말입니다. 더불어 피디수첩 덕분(?)에 용역 깡패의 죄가 드러나 용역 깡패도 역시 죄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가해자인 이들에 대해서는 모두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용산 재개발 지역에 투자하고 철거를 지시한 삼성물산, 포스코 등은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그저 그들은 하청을 주었을 뿐이니까요. 그저 용역 깡패만 운 나쁘게 걸렸을 뿐입니다. 평소 같았으면 경찰과 짝짝꿍 하며 절대 걸리지 않았을 텐데. 또한 경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작전을 수립하고 싸인한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비롯한 경비과장 등의 고위 간부. 현장을 지휘한 용산경찰서장.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습니다. 가해자에겐 면죄부, 피해자에게는 구속 기소. 이것이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입니다.
이로써, 가해자인 정부-검찰-경찰-서울시-재개발 참여 재벌 모두는 면죄부를 손에 넣었습니다. 아니 자기들끼리 짜고 친 고스톱에서 이겼을 뿐입니다.
안타깝다 못 해 가슴 속에서 활활 끓어오릅니다. 분노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 말입니다. 이미 예상했던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검찰의 발표지만, 그래도 화가 나는 걸 참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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