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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이야기/국가보안법

한나라당? 할 말을 가려서 해라. 그래서 내가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거다.


나는 사람이다. 고로 한나라당을 거부한다.
조직 '한나라당'

한나라당의 현안 브리핑입니다. 아주 웃기는 소리를 했죠, 오늘. 그래서 뉴스를 소스로 해서 한나라당의 대변인 유기준 의원이 말씀하신 장난 발언을 보도록 하죠.

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그동안 태국의 쿠데타는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해 실패했지만 이번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를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예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쿠데타의 주요인은 부패한 권력이었다. 취임 초 탁신 태국 총리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으나 측근들의 권력형 비리로 쿠데타를 초래했고 국민의 지지마저 잃고 말았다"며 "탁신 총리의 통치 스타일은 여러 가지 면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연상시킨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한나라당 홈페이지 대변인 브리핑 게시판

그러나 여기에는 브리핑은 없습니다. 브리핑 내용은 뉴스에만 있으며, 위 대변인 브리핑에는 올라왔는지 아닌지 또는 그 뒤 삭제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현재 시점에는 없습니다.

술자리에서는 농담으로 할 수 있는 말이긴 합니다. 예전 같이 유신 시절도 아니고 술자리에서 무슨 농담을 못 하겠습니까. 술자리에서도 저도 이런 농담합니다. 한나라당 쉐이들 다 국가보안법으로 처잡아 넣어야해, 제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줄곧 외치면서도 웃으면서 또는 열내면서 이런 이야기 하곤 하죠. 그러나 한 당의 대변인은 예절이 있어야 하며 정치인은 공인으로써 할 말과 말아야 할 말, 표현을 가려야 합니다. 태국은 현재 쿠데타로 심각한 정치 상황에 놓여있는데 그것을 빗대어 말한 것으로도 용서할 수 없는 발언이며, 거기에 국가의 대표인 노무현 대통령은 그 만큼의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태국은 제게 있어서 아주 먼 나라였습니다. 갈 일도 없고 놀러나 가볼 그런 곳이었죠. 언제 한번쯤은 가서 놀러가볼테다. 이런 생각도 하고 있었고. 동남아의 후진국이라는 선입견, 정말 후진 동네일꺼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업무 때문에 출장으로 가보고 그 쪽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해보고, 업무로 이런 저런 이야기하면서 아, 역시 여기도 사람 사는 동네야. 오 이럴 수가 생각 이상으로 발전해 있군. 독특한데? 많은 생각이 들었죠. 꽤 친근한 느낌이 드는 그런 동네입니다. 게다가 한국인에 대한 적대감도 별로 안느껴지고요. 일빠라 불릴 만큼 일본과 친숙하고, 그 때문에 비슷하게 생긴 한국인에 대해도 거부감이 없는 탓이리라 생각됩니다만. 그런 태국에서 국왕과, 탁신 총리, 군부 사이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었으나, 오늘 회의 시간에 누군가가 이야기하기 전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야기 듣고 깜짝 놀랐죠. 어제 태국에서 군부 쿠데타가 있었고, 그 때문에 난리가 아니라고. 관광객에게 경고령도 내려지구요. 놀라지 아니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거기다 대고 쿠데타의 성공 여부를 당 대변인이 예측, 아니 당연시 하고 거기에 더불어 자기 나라의 대표를 빗대어 "너 그러다간 쿠데타 날꺼다 조심해라"라고 협박합니까?

저도 지금 노무현 대통령의 정부에 많은 실망한 사람입니다.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다니고 선거 유세에도 지금은 없어진 모 당의 당원으로 활동하고. 보는 사람마다 내가 실은 어느 당 당원인데 좀 밀어보자구, 이런 소리 했고 선거날 투표하자 문자 메시지 보내기도 했고요. 회사를 그만두고 쉬는 동안 밤새며 TV 보다가 탄핵 가결되는 장면 보며 리모컨을 집어던진 기억도 있습니다. 그리고 열내면서 술자리에서 "야이 개 쉐이들, 그러나 니덜은 지뢰 밟은 거다" 이러고 열 냈죠. 그러나 거기까지는 그럴 수 있죠. 정치는 게임이고 게임에서 유리한 카드를 쥐고 있는 사람이 이기는 겁니다. 그게 결국 의원의 머리 수인거고요. 다수당 또는 다른 당과 연합해서 할 수 있습니다. 그게 파티 플레이죠. 하지만, 이 게임은 언제나 공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순간 게임이 아닌 거고요. 게임에서는 그 행동도 중요하고 발언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오늘의 한나라당 대변인 유기준 의원의 발언은 그런 상식을 모두 어긋난 한마디로 초딩스러운, 예절 개떡인, 니가 사람이냐 싶을 만큼의 발언입니다. 대변인은 말 그대로 당을 대신해서 말하는 겁니다. 한나라당 당신들은 쿠데타를 조장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의 쿠데타를 웃으며 보며, 그것을 빌미로 대한민국의 대표인 대통령을 비웃고 협박하고 있는 것입니다.

장난하냐? 장난하냐?

다음 선거 때 봅시다. 멀지 않았습니다. 멀지 않길 바라고, 그 동안 노무현 대통령의 정권이 더 많은 개혁 노선을 걷길 바랍니다만, 이미 그 게임을 기대하긴 어렵죠. 여러 사건도 많고. 의원석도 턱 없이 부족하고. 열린우리당도 좀 개판이고 하니.

그러나, 다음 선거에도 한나라당은 안됩니다. 최선을 뽑을 수 없다고 포기할 수 없습니다. 다만 최악만을 피하기 위해서, 한나라당은 반대합니다. 친일 정당? 독재 정당? 아아 그래요 지난 일이니까 넘어갈 수도 있고 그런 거 가지고 뭐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의 바로 그 한나라당 그 자체가 정치의 악의 축이며 없어져야 할 정당입니다. 과거사까지 들먹일 필요 없이 지금 이 순간의 한나라당 당신들의 정책에 반대하며, 한나라당 존재 자체에 반대합니다.

저는 한나라당을 반대합니다. 과거가 아닌 현재의 한나라당을 반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