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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주제/영상과 서적

타짜, 재미있게 봤죠, 그런데.

날은 2006년 10월 2일. 추석 연휴 도중에도 사무실에 나와서 일을 하는 우울한 인생들이 모여서 단체로 보고 왔습니다. 라디오 스타를 볼 것인가 타짜를 볼 것인가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어른답게 19금을 보세~"로 대동단결하고 타짜를 봤죠. 만화 자체는 부분 부분 봤을지는 모르겠으나, 전체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원작과의 비교는 할 수 없습니다. 원작을 봤어야 비교를 하죠. 다만, 초반 연출에는 만화적인 연출이라 불리는, 화면을 다중 분할과 컷의 연출로 만화책을 보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후반으로 갈 수록 영화적인 연출이 더 많다는 것 정도일까요? 머어, 화면은 아트더군요. 떼깔이 아주 좋았습니다.

타짜 SE (2disc)
10점
감독 최동훈
출연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
   김혜수, 유해진 외
CJ 엔터테인먼트

김혜수 몸매가 어떻네 뭐네 하는데 김혜수 정말 안되겠습니다. 각 장을 이어나가는 김혜수의 나레이션. 영화 도중에도 동시 녹음이 아닌 부분이 있었고 그럭저럭 그 쪽도 개판, 즉 매칭이 잘 안되고 어눌한 부분이 꽤 있었으나 김혜수는 아주 대박이네요. 나레이션 부분에서는 입을 클로즈 업했는데 입 모양과도 안맞고, 국어책 읽냐? ...몸매는 착해졌을지 몰라도 연기는 영 아니올시다... 마담으로써 고니를 압도하는 분위기라기보다는 애 같았구. 김혜수는 꽈당이올시다였습니다. 계속 걸리더라구요. 각 장의 전환마다 나와서 국어책 읽는 모습에는. 베드 신은 배우라면 그 정도도 못 하면 쓰겠습니까? 정도. 다만 타짜라는 영화가 성인 영화고 도박, 폭력에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지만 섹스에서는 김혜수 땜시 점수 깎입니다. 다른 건 좋은 점수지만 섹스 신은 평균 점수 정도네요. 차라리 조승우 궁디가 훨씬 섹쉬했습니다! 으하하

백윤식 선생님은 다 좋았는데, 일부 "유행하는 이미지"를 따온 느낌이 드네요. 그 뭐냐 백윤식씨가 싸움의 선생으로, 싸움의 기술이었던가요? 딱 그게 생각나더군요. 정작 저는 싸움의 기술을 본 적이 없는데도 그런 이미지가 떠오른다는 걸 보면 이미지를 그대로 쓴 느낌. 영화를 초반에 재미있게 웃기게 끌고가는 용도로는 좋았을지 몰라도 약간 감점입니다. 하지만 무난해도 좋으니 쩝. 약간 아쉬울 따름입니다. 엄격해야 하는 부분에서 좀 더 강도있는 맛을 보여줬으면 더 맛있는 연기가 되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 좋으니까 더 아쉬운 거겠죠.
중절모와 수염을 빼면, 특히 영화 도중에서 싸움의 기술의 포스터의 모습과 비슷한 스타일의 레인 코트를 봤을 때는 내가 타짜를 보고 있는 건지 싸움의 기술을 보고 있는 건지. 한번 비교를 위해서라도 싸움의 기술 함 봐줘야 겠네요. 제가 미디어에 노출된 이미지만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그래도 누워있는 모습에서는 움찔 했습니다. 아, 저 분이 저렇게 되시다니. 선생님으로써의 모습은 멋지긴 했습니다. 좀 더 타짜만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았겠습니다만. 그 이전에 너무 비슷한 역할만 많이 하시는 건 안좋겠죠? 다른 모습도 많이 보여주시는 것으로 알지만 마침 최근 흥행작 두 편이 비슷하다니. 우연일런지. 타짜가 노린 캐스팅일지. 후자라고 봐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승우. 위에서 섹쉬한 궁디라고 칭찬해줬지만, 좀 욕먹어야겠습니다. 영화 내내 말보로를 뻑뻑 펴대는 것이... 영화 러닝 타임도 짧지 않구만 아주 미치게 하더군요. 영화 크레딧이 다 올라가자마자 바로 실외로 뛰어나가서 조승우처럼 담배를 꺼내서 뻑뻑 펴댔습니다. 제가 피우던 것은 캐빈이었고 터보 라이터도 아니었지만, 폼은 따라해봤죠. 이래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담배 피는 장면 나오면 안된다니까요. 애들 보고 따라하잖아요. 안그래도 말보로 사서 오랜만에 펴봤습니다. 협찬 했냐?

그러나, 제가 열받았던 건 이게 아닙니다. 타짜는 거의 사전 지식 없이, 허영만의 원작 "타짜"를 영화화한 것이래더라, 김혜수가 벗는대더라, 이런 뉴스만 보고 갔지 누가 나오는지 모르고 보러 간거죠. 그래서 고니가 나오는 걸 보고,

"어? 저 쉑 카슈 아녔나? 언제 이런 영화도 찍나?""
오호라~ 꽤 연기하는데. 왠일이래?"
"근데 목소리가 좀 다르네..."

그렇습니다. 영화 초반부를 벗어나면서 알아챘습니다만, 그것도 목소리가 확연히 다르다는 걸 보고 말이죠. 바로 신화의 이민우로 착각했던 것입니다. 이민우라는 이름은 영화 보던 도중엔 생각 안났었습니다. 이 글을 쓰다가 찾아본 거죠. 아놔... 내가 우짜다 이런 착각을 했는지 말입니다.

어쨌든 이건 조승우가 나쁜 건 아닌데. 영화 내내 나는 못 태우는 담배를 혼자 펴댄 죄로 괴씸죄입니다. 어쨌는 조승우 나쁩니다. 궁디 섹쉬하면 다냐?

자, 여기까지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김혜수는 없습니다. 약했어요. 그에 비해서 조승우의 고니 멋졌습니다. 칼 맞고 총 맞고 받고 뭐해도 너무 멀쩡(?)해서 불사신 같으니 이상했지만 머어 그거야 영화니까 괜찮죠. 재미있게 봤습니다.

언제 기회 닿으면 아무도 없는 동네 후진 영화관에서 심야에 혼자, 또는 친구들과 캔맥주라도 따먹으면서 말보로 뻑뻑 펴주면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웃으면서 하니까 "니 같은 놈이 있으니까 흡연자들이 욕먹는 거야"... 아 그냥 희망사항이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