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오늘 이베이의 G마켓 인수를 승인했습니다. 이미 옥션을 인수하여 한국의 오픈 마켓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베이는 이로써 국내 시장의 87.5%를 차지하는 독점기업이 되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G마켓 인수조건으로 향후 3년간 옥션과 G마켓의 판매수수료율을 올릴 수 없고, 등록수수료와 광고수수료 단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내에서만 인수할 수 있도록 조건을 걸었습니다.
독점인데 인수를 허락하나?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은 말도 안됩니다. 전체 시장의 87.5%로 90%에 육박하는 오픈 마켓 시장을 외국 회사인 이베이가 잠식하도록 놔두는 처사이기 때문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조차 3년 동안 수수료에 제한을 걸어 독점의 폐해를 막겠다고 했습니다만, 이것이 어떤 효용성이 있나 저는 모르겠습니다. 독점인 것은 인정하여 조건을 걸지만 인수를 승인한다, 이것이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릴 수 있는 판단인지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 조건도 별 쓸모 없습니다. 고작 3년에 불과하며, 3년이 지나면 이베이는 G마켓과 옥션 통틀어 한국 오픈마켓 시장에 87.5%를 마음대로 쥐고 흔들 수 있습니다. 모든 수수료를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며, 그때 가서는 어떠한 대응도 할 수 없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인터넷 오픈마켓시장의 역동성이 강하며 경쟁제한의 폐해가 미치는 범위가 국지적"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만, 도대체 어떻게 판단하면 역동성이 강하고, 국지적인 범위인지 궁금합니다.
굳어진 오픈 마켓 체제
옥션으로 처음 시작한 오픈마켓은 G마켓이 등장하여 양강 체제로 진행되다 G마켓이 1위 업체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렇게 1,2위 업체가 90% 가까이 점유하고 있는 상황은 오래 지속되었으며, 그 여파에 따라 많은 오픈 마켓이 사업을 정리했습니다. CJ홈쇼핑의 엠플, GS홈쇼핑의 GSeStore 등 대기업이 소유하는 오픈 마켓도 사업을 정리했습니다. 현재 아이러니하게도 아직 사업을 유지하는 SK의 11번가만이 이에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인터넷 오픈 마켓입니다.
오픈 마켓 시장은 언제나 대기업이 갖고 싶어했습니다. CJ, GS, SK 모두 참가했지만 큰 실적을 못 올리고 사업을 접거나 점유율 상승이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유일하게 SK만이 11번가를 유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것은 오픈마켓이 G마켓, 옥션 양강 체제로 굳어졌음을 말하며, 이 시장에 새로이 들어올 수 있는 기업조차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완벽하게 굳어져 역동성을 상실한 시장이며, 그 변화가 향후 생길 가능성은 아주 희박합니다.
독점의 폐해는 소비자에게
독점은 기업으로써는 아주 기쁜 일입니다. 판매 가격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요. 소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그것을 따를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오픈마켓에서 소비자는 그 물건을 사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픈마켓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이 오픈마켓 입장에서는 소비자입니다.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들은 더 많은 사람이 모이는 더 큰 시장에서 물건을 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오프라인에서도 그랬고 온라인일 수록 더 심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90%의 독점 업체가 생긴 셈입니다.
이제 3년 동안 이베이는 G마켓과 옥션의 등록수수료와 광고수수료를 소비자물가 상승률 안에서 마음대로 올릴 수 있습니다. 또한 3년이 지나면 모든 단가를 마음껏 주무를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올라간 수수료는 판매자의 목을 조르거나 또는 오픈마켓을 통해 물건을 구입하는 최종 구매자가 더 비싼 금액을 치루게 할 뿐입니다.
독점 기업은 수익을 올리고, 소비자는 목이 졸려오는 상황. 그것이 바로 독점의 폐해입니다.
생색내기도 되지 않는 대책
이런 심각한 문제가 있음에도 공정거래위원회는 중소규모 판매자를 위한 보호대책을 수립하고 공지하도록 했을 뿐입니다. 또한 수수료율을 6개월 마다 점검한다고 했습니다만, 만약 어겼을 때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엄격히 조치한다면 어떤 것입니까? 조건을 어기고 올린 수수료율을 오픈마켓 판매자들에게 돌려주고 그에 따른 벌금을 메길 겁니까? 하지만 그럴 리 없죠. 여태껏 공정거래위원회가 행한 작태를 보면 답은 쉽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과점으로 발생한 가격담합에 따른 피해 금액을 한번도 소비자에게 돌려주도록 명령한 적이 없습니다. 또한 부과된 벌금 역시 그 피해 금액에 훨씬 미치지 못 합니다. 이는 설탕, 기름 단합 때도 이미 드러났던 사실입니다.
한국의 오픈 마켓은 이제 이베이 꺼!
이제 한국의 오픈 마켓은 외국 기업인 이베이가 평정했습니다. 2009년 4월 23일을 오픈 마켓 털린 날로 선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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