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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야기/교육

주경복 교수의 고통스런 한마디 “세상이 원망스럽다”

2008년 7월 30일에 있었던 서울시 교육감 선거. 저는 교육감 선거 기간 블로그를 통해 주 후보의 선거 활동을 적극적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2만 여 표의 아까운 차이로 승리하지 못 한 주경복 후보. 저는 그 뒤로 2년 뒤에 있을 2010년 지방 선거에 있을 교육감 선거를 기대하면 되겠지,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1년 10개월만 참으면 되지 않겠거니 가벼운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멍청했던 것이죠.

2008/08/09 - 노래에 눈물 쏟았습니다. 만평에 눈물 쏟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썩어빠진 이명박 정부와 뇌물에 찌들어버린 검찰은 주경복 후보에게 전교조의 불법 후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뒤집어 씌워 수사하기 시작합니다. 정작 이해 관계에 있는 학원장과 학교장에게 후원금을 받은 공정택 교육감에 대해서는 모른 체 하면서 말입니다.

2008/10/06 - 주경복은 안되고, 공정택은 상관 없다?
2008/10/07 - 공정택 교육감과 종로엠스쿨의 유착관계!
2008/12/24 - 검찰의 억지 수사는 전교조 표적 수사

그리고 주경복 교수가 처음 검찰 출두를 하고 블로그에 이와 같은 글이 올라왔습니다.

검찰 출두의 변

저는 시민사회 많은 분들과 함께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 열심히 선거에 임했습니다.

선거 경험이 없는 시민들이 모여서 선거운동을 하다 보니 실무적으로 다소 실수가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교육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부끄러운 비리는 결코 없었습니다.

선거 수사는 모든 후보들에게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당선자와 낙선자에 대한 무게의 중심이 뒤바뀌어서는 안됩니다. 공정한 수사를 원합니다.

선거의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선거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모든 분들과 가족들께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가슴이 아픕니다. 이 나라에 정의와 교육이 바로 섬으로써 모든 상처가 치유되기를 바랍니다.

2008년 12월 30일

정작 이해 관계자이며, 관리 감독 대상인 학원장과 학교장에게 후원금을 받고 돈을 빌린 공정택 교육감에 대해서는 형평성 측면에서 수사하는 척만 하는 검찰. 당시 선거관리 위원회가 문제 없다고 한 사항에 대해서 검찰이 뒤집어 엎고 불법이라고 억지 부리는 상황. 만약 그것이 불법이라면 검찰은 당시 후보를 수사할 게 아니라 잘못된 유권 해석을 내린 선거관리 위원회를 구속 수사 해야 할 것입니다.

세상이 원망스럽다...

선거에 한번 출마했던 대가가 너무 혹독하다 !

시민사회의 절실한 요청에 응하여 교육감 후보로 출마하였다. 교육 개혁에 헌신하는 마음으로 사회적 부름에 응하여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였다. 그런데 돌아오는 결과는 상처뿐이란 말인가?

세상이 원망스럽다.

여당 국회의원과 검찰은 왜 낙선자를 이렇게 가혹하게 공격하며 수사의 칼끝을 들이댄단 말인가? 믿고 따랐던 시민사회는 무엇을 어떻게 했고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전교조는 나에게 무슨 업보란 말인가?

두 달 안팎의 짧은 시간에 정신 없이 치른 선거가 한 여름의 백일몽처럼 스쳐갔는데 ... 그 뒤에 현실로 남는 상처는 너무 크고 깊게 느껴진다. 시민들과 함께 희망을 나누며 호흡했던 감동은 어디에 간직해야 한단 말인가?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무엇이 어디서부터 왜 어떻게 잘못된 것인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이란 말인가?

검찰의 수사는 어디까지 정의롭고 얼마나 공정한가?
시민사회의 진정성은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 것인가?
언론은 얼마나 진실을 찾아 보도하는가?

왜 서로 믿고 성실하게 살아갈 수가 없는가?
왜 진실은 통하지 않고 거짓과 꾸밈과 조작만 세상에 떠도는가?
진실과 거짓은 왜 그리 쉽게 뒤바뀌는가?
본질은 어디 가고 껍데기만 남는가?

진정으로 교육을 걱정하는 사람이 설 자리는 정녕 없는 것인가?

2009년 1월 2일

이 원망은 낙선한 주경복 교수를 공격하는 한나라당과 억지 수사를 펼치는 검찰을 향한 것만이 아닙니다. 선거 기간 도중 불타오르던 시민들은 어디 갔는지. 언론 역시 관심을 비추지 않는 상황. 전교조에 대한 수사 역시 문제이지만, 그 중심에서 괴로운 것은 홀홀 단신으로 선거에 뛰어 들었다가, 한나라당과 검찰의 표적이 되어 있는 주경복 교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주경복 교수가 죄가 있다면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한 대한민국에서 정부의 개가 된 뇌물 검찰이 있는 이 땅에서 선거에 나온 것이겠지요.

저 역시 남 말할 처지는 못 됩니다. 교육감 선거 기간 동안, 많은 글을 통해 선거 운동에 참여했지만, 이후 검찰 수사에 있어서 주경복 교수에 대한 진실을 알리는데 소홀했습니다. 글 역시 몇 개 쓰지 않았고, 그 조차 공정택 교육감에 대한 비판과 전교조 문제를 제외하면 정작 주경복 교수에 대해서는 무슨 이야기를 썼는가, 후회가 듭니다.

2008년 7월 29일 밤.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청계광장에서 마지막 유세를 하던 주경복 교수의 미소를 다시 보고 싶습니다. 그걸 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제가 할 수 있는 일인지 고민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