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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이야기

촛불의 활기, 마치 6월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촛불이 활발하던 5월부터 8월. 많은 분들이 촛불 시즌 1이라던가 촛불 2008 등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저는 좀 더 의미를 부여하여 “촛불 항쟁"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글에서 그 시절(?)을 회상할 때 촛불 항쟁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그때 5월의 문화제를 중심으로 청계광장에서 시민 발표를 시작으로 촛불이 모이기 시작했죠. 그리고 5월 24일. 최초의 가두 진출. 그것이야 말로 획기적인 변화였습니다. 더 이상 앉아서 이야기한다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게, 그리고 다른 시민들에게 메시지가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 깨달음이 가두로 나서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이렇게 앉아서 노래 부르고 박수 치는 건 그저 자위에 불구하다. 시위를 하려면 길거리를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그렇게 극적으로 변화하리라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5월 31일, 6월 1일을 거치면서 삼청동 입구 동십자각에서 물대포 사건. 그리고 경찰의 여대생 폭행 사건이 일어나며 시민들은 불타 오르기 시작합니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가 어떤 의제를 내세워야 할 것인가. 그것을 길거리에서든, 광화문 근처 커피샵이던 어디서든 모여서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청계광장에 인접하고 있던 24시간 커피샵 탐앤탐스는 위치상 잠시 쉬고, 노트북을 충전하고 기사를 송고하는 각개 각층 사람이 모이던 장소였습니다. 저도 그곳에 짐을 놓고 돌아다니며 집회를 했으니까요. 나중에 돌아보니 6월 한달 내내 그 카페에서 쓴 돈만 두 자리를 넘어 몇 십 만원이더군요. 카드 명세서 보고 후덜덜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오늘 48시간 투쟁이 시작했습니다. 시민들은 모여 촛불을 들고 단상을 보며 이야기합니다. 옹기종기 여기저기서 모여서 이야기합니다.

게다가 날씨가 너무 추운지라, 모닥불을 피우며 몸을 녹입니다. 그러다 보면 앉아서 따뜻한 곳에서 쉬기도 하고, 논의도 할 겸 근처 카페로 사람들이 모입니다.

제가 글을 쓰기 위해, 그리고 노트북을 충전하기 위해 처음 자리를 잡았을 때는 넓은 카페에 두 세 테이블 밖에 사람이 없었습니다. 글 쓰는데 열중하다 보니 어느덧 주변이 시끄러워 지더군요. 둘러보니 사람들이 한 가득. 모두 이명박 정부의 악법을 저지하기 위해 모인 시민이었습니다. 이야기하는 주제들도 다양합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이들은 등록금 이야기를 하고. 연배가 있으신 분들은 불법으로 검문을 하려는 경찰관 이야기를 합니다. 어떤 이들은 정당 정책을 이야기합니다. 참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다양한 시민들이 모여서 토론을 합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이 모습은 6월 초, 이명박 정부의 폭력적인 경찰력 집행을 보며 분노한 시민들. 그리고 그에 어떻게 대처할까 하던 모습과 닮았습니다. 그러나 그때와 차이가 있다면, 그때는 그저 감성적인 분노였다면, 이번에는 그들의 악법에 저항하기 위한 이성적인 분노라는 것입니다. 주제가 많이 달라진 것이죠.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의제를 정해나갈 것인가 명확해진 것이죠. 악법을 통해 합법적으로 시민을 통제하고 억압하려는 그 들에 대응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의제가 훨씬 단순해 졌습니다.

저는 이 모습이 아주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꼭 단상에 서서 자신의 이야기를 많은 이들 앞에서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정부를 욕해도 좋고 어떻게 그들에게 저항할지를 이야기하여도 좋고, 시민들이 어떤 의제를 가져갈지 이야기하는 것도 좋습니다. 모여서, 의논하고 뜻을 맞추는 그 모습. 그 모습이 시민들의 앞길을 밝혀 주리라 생각합니다.

자, 힘냅시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