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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이야기/촛불항쟁

상황이 긴박합니다. 오늘 경복궁 역 인도에서 모입시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자신의 협상이 허울좋은 추가 협상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쇠고기고시’ 오후 의뢰…내일 관보게재를 통해 강행 돌파를 결정했습니다. 오늘 오후 고시 의뢰를 하고 내일 바로 관보 게재를 통해 이 난국을 강행 돌파하려는 속셈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번 주말이면 수입 냉동 창고에서 썩어가는 미국산 소고기가 덤핑으로 풀릴 것이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광우병 국민대책회에서 긴급 대책으로 시청 앞 서울광장 집결을 예정했으나, 이미 서울광장이 보수 단체에 의해 점령 당한 지금 충돌을 피하기 위해 경복궁 역으로 모이기로 했습니다. 이 대책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이야기하기 전에 미디어 다음 아고라를 중심으로 시민들이 먼저 제안한 것입니다.

28일 오후 2시에 여유(?)롭게 모이려던 시민들은 이러한 정부의 고시 강행에 저항하기 위해 오늘 오후 3시 경복궁 역 인도로 집결합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7시 이후에는 대한문에서 집결하자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그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처음 자리 잡은 경복궁 역을 사수해서 그 자리를 28일까지 이어가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봅니다. 더 이상 시민들은 물러날 곳이 없습니다. 끝까지 가보자며 그들은 고시 강행을 결정했고 그에 시민들 역시 끝까지 가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2008년 6월 25일

경복궁 역에서 모입시다.

3시 현재 1,2,3번 출구 사이에 기동대 버스 앞에 시민들 연좌중입니다. 현재 라디오21, 커널뉴스, 서프라이즈가 중계중입니다. 아직 수가 적습니다.

17시 경 대부분 연행되었고 현재 미디어 다음 아고라를 보고 온 시민들이 일부 모여있습니다. 7시, 경복궁 역입니다. 경찰들이 불법 불심검문을 하고 있는데, 겁먹지 마시고 경복궁 역으로 모입시다. 저는 잠시 후 출발할 예정입니다.

19:00 현장을 도착하니 청운동 길목의 인도에 시민들이 있고 기동대는 인도에 몰려있는 시민들을 몰고 있었습니다. 인도로 중대 하나가 올라와서 점점 밖으로 밉니다.

19:30 한 시민이 중대 앞에 눕자 근무복을 입은 직원 중대가 기동대 사이에서 쏟아져 나와 연행해 갑니다. 그걸 막던 도중 카메라가 파손되고 말았습니다. 10년 동안 함께 한 카메라여 안녕~

20:00 현장을 지휘하는 지휘관은 관등 성명을 요구해도 무시하고 있으며, 사진을 찍으려 하자 옆에 있던 대원이 방패로 가립니다. 뭐 잘 못 했습니까? 하지만 나와있는 중대가 21중대와 809 전경대 등입니다. 아마 이 소속 중대들의 기동대 대장일 겁니다.

20:30 시민들을 도로를 통해 밀어내고 6번 출구 쪽 인도로 밀어냈습니다. 시민들은 고시철회 관보중지를 외치며 인도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1:00 경복궁 역을 향해서 오던 친구가 전화했는데, 경복궁 역을 무정차 통과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쩐지 각 출구를 막던 기동대가 빠졌다 싶습니다. 만약 이 곳을 오실 분은, 광화문 세종로 사거리에서 새문안 교회를 지난 삼거리를 올라오면 정부 세종로 청사로 향하는 길이 있습니다. 막혀있을지 어쩔진 잘 모르겠지만, 그쪽 밖에 길이 없을 듯 하네요.

21:30 남성 시민들은 광화문 사거리로 많이 갔고, 여성 동지들이 일부 남아서 버티고 있습니다. 기동대가 서대문 방향으로 빠져나가고 직원 중대가 자리를 잡자 여성 동지들은 외칩니다. "훈남들을 돌려달라" "총각들을 돌려달라" 근데 직원 중대라고 왕 아저씨만 있는 건 아니랍니다^^

22:00 경복궁 상황은 별 의미가 없다고 판단되어 세종로 사거리로 향했습니다. 시민들이 오갈 수는 있게 하는데, 경복궁 방향으로 가는 "학생"들은 막더군요. 무섭나 보죠? 만약 경복궁 역으로 가실 분은 지하철로 가시기 바랍니다. 현재 정차하고 있습니다.

22:30 광화문 앞 세종로 사거리는 지옥입니다. 하론 가스 소화기가 하늘을 뒤덮고 그 가루를 치워내기 위해 깃발이 마구 휘날립니다. 온 머리에 가스를 뒤집어 쓰며 시민들은 버스를 끌어내기 위해 로프를 메고 있습니다.

23:00 새문안 교회 방면에서 시민들과 기동대가 충돌 중이라 하여 현장으로 나가보려고 합니다.

25:00 광화문 위쪽 투썸 플레이스에서 기동대 버스를 3대 끌어내고 새문안 교회 쪽에서도 버스 사이로 기동대가 밀어내고, 한글학회 앞에서도 버스를 끌어내고 있습니다. 시민들도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것 같습니다. 저녁에 경복궁 역에서 들은 무전으로는 지방 중대를 동원하지 않은 듯 합니다. 그게 실수인 거죠. 시민들은 모든 길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저녁 요기를 채우고 안국역으로 가야 겠습니다.

26:00 안국역으로 가려던 도중 세종로 사거리를 보니 살수차와 기동대 불빛이 보여 그쪽으로 향했습니다. 이미 시민들은 밀려났던 것입니다. 제가 저녁 7시에 들었던 경찰 무전에서 이야기했던 대로였던 것입니다. 지방 중대가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버티면 된다고 하더니만 그 중대가 도착하자 시간을 보고 밀어붙인 것이죠.

27:00 현재 세종로 사거리는 차가 다닙니다. 이번에도 택시를 몰아놓고 밀어넣는 방법을 썼습니다. 현재 파이낸스 센터 앞에서 연좌 중이고, 함께 하던 친구들이 집으로 간 지라 심심해서 한국사회당 깃발 쪽으로 갔습니다. 그 동안 깃발도 자주 봤는데, 실제 당원 분들 뵙는 건 처음입니다. 당 대표님도 봤다능.

29:30 조용히 쉬던 시민들은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의 아침 인사에 일어 났습니다. 10분의 여유를 줄테고 인도로 올라가지 않으면 전원 연행하겠다고 협박합니다. 그런데 고작 경정의 경비과장이라니! 당원 여러분과 이렇게 외쳤습니다. "적어도 종로서장은 나와야지!" 방송은 이렇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충분히 반영되었습니다. 이만 서울시 전체의 교통을 마비시키지 말고 돌아가십시오." 대체 뭐가 반영됐다는 건지. 반영되었다고 하려면 행정안전부 장관이 나와서 개제 않겠다고 하던가요.

어쨌든 10분이 지나자마자 기동대는 뛰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한 시민이 미끌어져 쓰러지자 기동대가 덥치려 합니다. 연행? 시민들도 가만히 안있고 기동대를 밀쳐내고 구해 냅니다.

자, 이리하여 급박하고 위험했던 25일 하루가 갔습니다. 시민 여러분 그 동안 48일 동안의 촛불 집회 동안 많은 걸 참았습니다. 하지만 고시 강행과 관보 개제에 더 이상 시민들은 참지 않습니다. 이번주 토요일은 낮부터 동시 다발적으로 밀어 붙입시다. 시민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런 십원짜리 같은 경찰 지휘관 놈들아. 자기가 잘못하는 걸 아나보더구나. 사진 찍는데 카메라 뺏어 가려고 하고 방패로 옆에서 가려주고. 덕분에 10년 동안 함께 하던 내 카메라가 박살났다 젠장. 오나전 정줄 놓고 사는구나. 그래 해보자 이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