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누가 뭐래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이 자신의 의사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번째는 투표. 두번째는 집회입니다. 단, 투표는 자신의 의사를 대행해줄 대행자를 뽑는 것이며, 집회는 자신의 의사를 직접 표출 하는 것이므로, 더욱 직접적이고 강력한 수단입니다. 하지만 무분별한 집회는 사회 공공질서를 헤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는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줄여서 집시법)을 통해 제한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허가제'였습니다만, 현재는 '신고제'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독소조항으로 이게 어디가 신고제냐? 허가제 아니냐? 하는 논란을 낳고 있는 법입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는 기본적으로 모두 신고제로 제한을 두고 있지 않지만, 몇가지 경우에 대해서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관할 경찰서장의 판단으로 말이죠.
제5조(집회 및 시위의 금지)
①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집회나 시위를 주최하여서는 아니 된다.
1.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 또는 시위
2.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損壞),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
②누구든지 제1항에 따라 금지된 집회 또는 시위를 할 것을 선전하거나 선동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것은 너무나 명백하게 사회 질서를 헤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금지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거보다 더욱 강력한 독소 조항이 있습니다.
제6조(옥외집회 및 시위의 신고 등)
①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는 그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사항 모두를 적은 신고서를 옥외집회나 시위를 시작하기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다만, 옥외집회 또는 시위 장소가 두 곳 이상의 경찰서의 관할에 속하는 경우에는 관할 지방경찰청장에게 제출하여야 하고, 두 곳 이상의 지방경찰청 관할에 속하는 경우에는 주최지를 관할하는 지방경찰청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1. 목적, 2. 일시(필요한 시간을 포함한다), 3. 장소, 4. 주최자(단체인 경우에는 그 대표자를 포함한다), 연락책임자, 질서유지인에 관한 다음 각 목의 사항 - 가. 주소 나. 성명 다. 직업 라. 연락처 5. 참가 예정인 단체와 인원 6. 시위의 경우 그 방법(진로와 약도를 포함한다)
②관할 경찰서장 또는 지방경찰청장(이하 “관할경찰관서장”이라 한다)은 제1항에 따른 신고서를 접수하면 신고자에게 접수 일시를 적은 접수증을 즉시 내주어야 한다.
③주최자는 제1항에 따라 신고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에는 신고서에 적힌 집회 일시 전에 관할경찰관서장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
④제3항에 따라 통지를 받은 관할경찰관서장은 제8조제2항에 따라 금지 통고를 한 집회나 시위가 있는 경우에는 그 금지 통고를 받은 주최자에게 제3항에 따른 사실을 즉시 알려야 한다.
⑤제4항에 따라 통지를 받은 주최자는 그 금지 통고된 집회 또는 시위를 최초에 신고한 대로 개최할 수 있다. 다만, 금지 통고 등으로 시기를 놓친 경우에는 일시를 새로 정하여 집회 또는 시위를 시작하기 24시간 전에 관할경찰관서장에게 신고서를 제출하고 집회 또는 시위를 개최할 수 있다.
자, 보다시피 관할경찰관서장은 제8조제2항에 따라 금지 통고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대체 그게 뭐냐?
제8조(집회 및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 통고)
①제6조제1항에 따른 신고서를 접수한 관할경찰관서장은 신고된 옥외집회 또는 시위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는 신고서를 접수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할 것을 주최자에게 통고할 수 있다. 다만, 집회 또는 시위가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는 남은 기간의 해당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신고서를 접수한 때부터 48시간이 지난 경우에도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다.
1. 제5조제1항, 제10조 본문 또는 제11조에 위반된다고 인정될 때
2. 제7조제1항에 따른 신고서 기재 사항을 보완하지 아니한 때
3. 제12조에 따라 금지할 집회 또는 시위라고 인정될 때
②관할경찰관서장은 집회 또는 시위의 시간과 장소가 중복되는 2개 이상의 신고가 있는 경우 그 목적으로 보아 서로 상반되거나 방해가 된다고 인정되면 뒤에 접수된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제1항에 준하여 그 집회 또는 시위의 금지를 통고할 수 있다.
③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그 거주자나 관리자가 시설이나 장소의 보호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집회나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을 통고할 수 있다. 이 경우 집회나 시위의 금지 통고에 대하여는 제1항을 준용한다.<개정 2007.12.21>
1. 제6조제1항의 신고서에 적힌 장소(이하 이 항에서 “신고장소”라 한다)가 다른 사람의 주거지역이나 이와 유사한 장소로서 집회나 시위로 재산 또는 시설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사생활의 평온(平穩)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2. 신고장소가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의 주변 지역으로서 집회 또는 시위로 학습권을 뚜렷이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3. 신고장소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제2조제2호 에 따른 군사시설의 주변 지역으로서 집회 또는 시위로 시설이나 군 작전의 수행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④집회 또는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 통고는 그 이유를 분명하게 밝혀 서면으로 주최자 또는 연락책임자에게 송달하여야 한다.
이미 시간과 장소가 중복될 경우에는 뒤에 접수된 시위를 금지할 수 있죠. 그게 현재 서울시청 앞마당에서 시위를 할 수 없는 조항입니다. 왜? 하고 궁금하게 생각하시겠지만, 720시간 전에 미리 모든 집회를 미리 등록해버리면 문제 없습니다. 수 많은 단체를 활용하여 집회를 모두 예약한 거죠. 이 조항은 같은 장소에서 두 개의 상반된 단체가 집회를 하여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겼습니다만, 이렇게 '좋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제10조 본문 또는 제11조, 제12조에 따라 금지할 수 있는데... 제10조가 조금 골 때리는 법입니다. (제7조제1항은 신고서의 충실도를 따지는 것으로 별다른 금지 항목은 아니므로 넘어갑니다)
제10조(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시간)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하여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는 관할경찰관서장은 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도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
이게 바로 촛불 시위를 제한하는 법입니다~ 아하... 물론 조건을 붙여 허용할 수 있지만, 그 역시 경찰서장의 마음입니다.
제11조(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장소)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청사 또는 저택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2. 대통령 관저(官邸),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
3. 국무총리 공관. 다만, 행진의 경우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
4. 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외교기관 또는 외교사절 숙소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
가. 해당 외교기관 또는 외교사절의 숙소를 대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
나.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다. 외교기관의 업무가 없는 휴일에 개최하는 경우
게다가 이렇게 수 많은 '효율적인 시위'를 할 수 있는 곳은 모두 제한 받습니다.
제12조(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
①관할경찰관서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교통 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다.
②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도로를 행진하는 경우에는 제1항에 따른 금지를 할 수 없다. 다만, 해당 도로와 주변 도로의 교통 소통에 장애를 발생시켜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으면 제1항에 따른 금지를 할 수 있다.
자, 이게 가장 무서운 독소 조항입니다. 경찰서장의 판단으로 특정 지역에서 금지할 수 있죠.
즉, 이렇습니다. 집회 또는 시위를 교통 소통을 위해서 경찰서장의 판단으로 금지할 수 있습니다. 이게 어디가 신고제입니까? 이걸 보고 누가 '허가제'라 하지 않겠습니까? 정부는 거의 자의적으로 특정 시위를 금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화려한 독소조항으로 인하여 집회와 시위는 절대 자유롭게 진행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처음 제출한 집회 계획서에 조금만 어긋나도 해산 명령(제20조 참조)을 내리고, 처벌(제22조 참조)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 수많은 난관을 넘고 법에 맞게 집회를 실시한다 해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언론에서 이야기를 안해주니까요.
대한민국의 시민 여러분. 이게 대한민국에서 보장된 집회와 시위의 자유입니다. 너무 자유롭죠?
법률을 잘 이해하지 못 하시는 분들을 위한 요약 정리
하나. 국회, 법원, 관저, 외교기관에서 못 합니다.
둘. 대규모 집회로 확산될 '우려'가 있어도 못 합니다.
셋. 교통에 불편이 있을 수 있다고 경찰서장이 판단해도 못 합니다.
넷. 계획서랑 틀려도 도중에 해산 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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