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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

어느날의 병원과 어떤 형제

어제는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야 했습니다. 쉬는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가기 위해서. 이직하는데 건강검진을 요구하더군요. 그 때문에 저 멀리 교대에 있는 병원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버스 타고 가는데 성수대교가 막혀 1시간 이상 걸렸습니다. 아니었으면 1시간이면 갔을텐데. 그 외에도 몇가지 저지른 삽질이라면, 바로 다음 정거장 앞에 있는 병원인데 그 전 정거장이라 착각하고 내린 점. 한 정거장만큼 걸어갔더니 바로 그 앞에 병원이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찍 오면 기다릴 필요 없이 금새 끝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9시에 맞춰서 가려했으나, 그냥 여유롭게 도착해보니 10시가 조금 넘어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부터 시작. 엑스레이 촬영을 먼저 하자고 하는데, 아직 준비가 안되어 있었습니다. 그때 전화상으로 9시에 오면 금새 끝날 거라고 안내해 주신 분. 제가 9시에 맞춰 갔으면 어찌되었던 건가요?

그래서 대신 소변 검사, 피 검사 등을 끝내고 엑스레이 촬영. 방사능은 몸에 안좋은데 이렇게 주기적으로 쏘여도 되나, 하고 생각하지만 아직 괜찮은 듯 합니다. 그 외에 시각, 청각, 키, 몸무게, 혈압 검사. 치주, 치아 검사 끝내고 결과를 들으러 갔습니다.

결과를 듣기 전에 잠시 기다리던 도중 옆에 있는 어떤 형제.

그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작업복 스타일의 나염 바지와 멋진 프린트의 티를 입고 있는 어린 아이 -유치원 정도로 보였습니다. 이하 아이라 합니다- 와 약간 뻗친 머리를 하고 있는 학생 -고등학생 정도로 보였습니다. 이하 학생이라 합니다-, 그리고 그 옆에 앉아있는 젊은 아주머니.

엠피쓰리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던 학생과 그 옆에 앉아있던 아이. 아이는 심심한 듯 주변을 조용히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시끄럽게 뛰어다니고 있었다면 짜증이 났겠지만 그저 주변이 신기한 듯 마냥 돌아다니던 아이였습니다. 귀엽더군요, 조용히만 있으면.

그때 다시 학생에게 다가선 아이.

"뭐 듣고 있어?"
"응, 피아"
"오오 피아~ 나도 들을래~"


하면서 귀에 꼽힌 이어폰의 한 쪽을 빼어가는 아이. 그리고 귀에 이어폰을 꼽으려는 찰라, 옆에 아주머니가 이제 가자는 이야기를 해서 모두 엘리베이터를 타고 떠났습니다. 음악을 같이 듣는 나이차가 많이 나는 형제의 모습을 더 보고 싶었지만 그렇게 세 명은 제 옆을 떠났습니다.

그러면서 여성 잡지를 읽고 있던 저는 "내 남자에게 해주면 좋은 애무" 코너로 다시 눈을 돌렸습니다.

별거 아닌 에피소드이지만, 마침 생각난 것은 KBS2와 MTV 코리아에서 "6th 쌈지 페스티벌"을 하고 있었고 마침 그곳에서 피아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그저 지나갔을 이야기지만, 이렇게 두 요소가 겹치니 생각이 나더군요.

이럴 때 느끼는 뻔한 소리입니다만 음악이란,

혼자 들어도 즐겁고
둘이 들어서 즐겁고
함께 즐겨서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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