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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이야기/국가보안법

국가보안법의 마수. 단순 블로그 인용 개제도 기소

충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가 2012년 7월 25일 한 공무원의 자택과 사무실을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위반으로 압수수색 했습니다. 그는 자택과 그가 일하던 충남도청 사무실, 현재 그가 일하고 있던 모 시청 사무실에도 경찰 직원들이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그는 동료들에게 뇌물수수 등의 비위 혐의로 수색 받는 게 아닌가 오해까지 받게 됐습니다.

2012/07/26 - 충남경찰청, 개인 블로그까지 사찰 논란 / 오마이뉴스

그는 단지 블로그에 신문 기사나, 다른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모아놓았을 뿐입니다. 그는 처음에 시사 관련 글을 모아 놓았을 뿐 별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습니다. 그는 9월 11일 시청에서 면사무소로 발령 받습니다. 충남도청에서 시청으로 발령된 지 2개월만에 좌천성 인사를 당한 것입니다.

2012/12/04 - "블로그에 '펌글' 게재했다고 보안법 위반?" 

경찰, 공무원 '압수수색' 이어 '기소 의견' 검찰 송치 / 오마이뉴스

처음 ‘피내사자’ 신분으로 경찰에 갔지만 ‘피의자’ 신분으로 바뀝니다. 수사관 교체를 요청하는 그에게 수사관은 이렇게 말합니다.

대검과도 충분한 협의와 사전 검토가 있었다. 100% 유죄다. 조사에 협조하면 반성문을 첨부해 신병만은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선처 의견을 낼 수 있다.

결국 무죄를 장담하던 변호사도 기소를 피하기 어렵다고 말을 바뀌고 사임합니다. 그리고 그는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됩니다. 그는 곧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것입니다. 만약에 그가 국가보안법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게 되면, 퇴직금을 못 받게 됩니다. 공무원 연금법에 그리 쓰여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해당 공무원의 블로그는 폐쇄 중입니다. 본인이 폐쇄하였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국가보안법의 찬양, 고무. 그것은?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 이 항목은 멋진 법입니다. 한번 그 규정을 보도록 하시죠.

제7조(찬양·고무등) 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1991년 개정을 통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고 추가되었지만 이는 사실상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법의 위반이 되는 '찬양, 고무, 선전’ 또는 이에 동조한다는 부분이 무척 광범위합니다.

심지어 제가 쓰고 있는 이 글, 국가보안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자의적이고 기획수사로 국가보안법 사범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조차 저 조항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누가? 바로 경찰의 보안수사대와 검찰 마음입니다. 법은 어느 범위까지 찬양, 고무에 포함되는지 정하지 않고 전적으로 경찰과 검찰 마음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법원으로 간 이들은 대부분 유죄를 선고 받습니다.

2012/11/22 - 박정근 유죄 판결, 국보법은 리트윗을 범죄로 처단한다.

2011년 9월 21일 압수수색 당한 박정근의 경우도 최근 유죄를 판결 받았습니다. 그나마 박정근의 경우 이광철, 이민석 변호사가 변호를 맡았지만, 이 공무원의 경우 변호사가 사임해버렸습니다. 이와 같이 보안수사대가 작정하고 검찰과 짜고 치는 기획 수사에서는 승소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국가는 언제든 당신을 잡아갈 수 있다

2008/10/29 - 저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했습니다.
2009/01/02 - 공안검찰이여! 좌익 블로거인 나부터 잡아가라

과거 이런 글을 써서 뻔뻔하게 떠들었지만, 절대 못 합니다. 무섭습니다. 저 역시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싶지 않습니다. 법정에 서고 싶지 않습니다. 지루한 공방 끝에 유죄 판결, 물론 집행유예를 예상하지만 절대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이 글, 그리고 트위터에서 떠드는 이야기. 이 모든 것이 증거가 되어 국가보안법으로 조사 받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누구 마음이냐, 국가 마음입니다. 마음에 안 들면 그만입니다. 좋은 대상을 집어 수사하면 그만입니다.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찬양고무죄의 단서조항, 그런 거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에 대한 입증은 누구도 할 수 없음에도 검찰이 주장하면 받아들여 집니다. 그것은 최근 박정근의 판결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2/11/23 - 박정근 사건 일지, 9월 21일 압수수색부터 판결까지

판결문의 일부를 요약해서 정리했지만, 가관입니다. 이적행위에 목적성이 있음을 검사가 증명해야 하고 그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판사가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 이적 목적이 있다고 판사가 판단합니다. 그저 검사와 판사가 그렇다고 하면 당신은 이적 행위를 한 사람이 됩니다. 그리고 판결은 내려집니다. “유죄”

국가보안법, 언제까지 이렇게 끌고 갈것인가

국가보안법이 만들어진 것이 1948년 12월 1일. 벌써 64년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한국의 체제는 굳건해졌고, 표현의 자유가 강화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이 법은 아직 남아서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를 걸고 넘어지고 국가가 인민을 자의적으로 잡아넣을 수 있게 합니다. 결국 이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겁을 줌으로써 자의적인 검열을 하도록 몰고 갑니다.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저 역시 무섭습니다. 겁납니다.

왜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하는가, 그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 전에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때가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이 있던 그때입니다만, 그때던 지금이던 변한 것은 없습니다. 누군가가 국가보안법으로 잡혀가고 그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억압 받습니다.

국가보안법 그 폐지의 이유 PartⅠ
국가보안법 그 폐지의 이유 PartⅡ
국가보안법 그 폐지의 이유 PartⅢ

혹시나 “이것이 MB정권 아래의 폭정이다” 같은 소리를 할거면 입을 닥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이는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즉 잃어버린 10년에도 꾸준히 일어나던 일입니다. 1991년 법은 의도가 명확할 때만 처벌하도록 일부 수정되었지만 그럼에도 이와 같은 기획수사에 따른 처벌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심지어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바뀌지 않을 겁니다. 어떻게 장담하냐고요? 그들이 집권했던 잃어버린 10년에도 그러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