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1일. 일본 토호쿠 지방에 매그니튜드 9.0의 대지진이 덮쳤습니다. 토호쿠 지방 태평양 연안 대지진이라 이름 붙은 이 대지진은 관동 대지진의 매그니튜드 7.9를 뛰어넘는 일본 관측 사상 역대 최대입니다. 미국 지질조사원에 의하면 1900년 이후로 4번째로 큰 지진이라고 합니다.
이 대지진의 여파는 심각했습니다. 지진과 함께 이어 엄청난 해일이 일본 열도를 강타했습니다. 그리고 피해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수 많은 핵발전소가 지진의 여파로 가동 중단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등 일본 전체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
물론,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사고. 그렇습니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토쿄전력에서 운영하는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는 1967년 착공하여 1971년부터 지금까지 40년 동안 운영했던 핵발전소입니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는 아주 심각했습니다.
그 여파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겠지만 6개의 원전이 모두 가동중지되었지만 핵발전을 보조하는 디젤 발전기가 파괴되면서 현재 방사능 유출 문제로 전세계의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불편한 표현의 진실
하지만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일본 대지진 이야기도,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 이야기도 아닙니다. 지금까지 제가 쓴 이 글을 보면서 눈치 챈 분도 있겠지만, 저는 조금 다른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원자력 발전소”가 아니라 “핵 발전소”라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모두가 원자력 발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을 핵 발전소라 불러야 한다고 봅니다. 이 이유는 간단합니다. 원자력 발전이란 표현은 핵 발전이 갖고 있는 표현을 원자력이란 표현으로 바꾸어 그것의 의미를 부드럽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Nuclear Power Plant. 핵 발전소의 영어입니다. Nuclear를 무기의 의미로 쓸 때는 핵이라고 표현하지만, 발전을 이야기할 때는 누구나 원자력으로 이야기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핵”이란 말이 갖고 있는 표현을 돌려 말해 그 위험에 대해서 인식하지 못 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와 같이 표현을 달리 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핵 발전을 이용하는 잠수함을 핵 잠수함이라 불렀는데 어느 순간부터 원자력 잠수함이라 부르더군요. 그러나 이것 뿐만 아닙니다. 이와 같은 표현은 우리 주변에 넘쳐 납니다.
국민? 인민? 민중?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of the people”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것을 보고 모두 이렇게 알고 있을 것입니다.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옛날엔 다르게 번역했습니다. “인민” 또는 “민중”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인민은 북조선의 고유 단어가 되었고, 민중이란 표현도 잊혀졌습니다. 그리고 국민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국민이란 표현을 강조하고 그것을 밀어 붙인 건 다름아닌 박정희 독재 시대입니다. 국민은 국가의 구성원을 이야기합니다. 국가를 위한 전체주의를 밀어 붙이던 그 시절. 인민과 민중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국민이 남았습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한다고 말합니다. 대한민국 국민. 하지만 그 속에는 다른 의미가 숨어있습니다. 국민, 즉 나라의 구성원으로만 사람을 바라봅니다.
이런 표현은 또 있습니다. “근로자”
근로자라는 표현 역시 박정희 시절의 유물 중 하나입니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이라 합니다만, 원래 노동자의 날이었습니다. 근로라는 표현은 말 그대로 ‘열심히 일한다’는 말입니다. 노동은 단순히 ‘일한다’는 말입니다. 근로라는 표현으로 노동을 대체하면서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가치 있는 것으로 자리 잡았고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것은 가치가 없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것의 반대는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것이지 게으른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의미로 노동자라는 말은 사라졌습니다.
표현이야 말로 그것을 정의한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그 사물은 이름이 있기 때문에 그 가치를 갖는다. 맞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름은 중요합니다. 최근 비슷한 경우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의 의무 급식을 누군가는 무상 급식이라 부릅니다. 무상, 즉 공짜라는 이름을 덧씌워 그 가치를 죽이려고 합니다. 하지만 정확히는 공짜가 아닙니다. 모두의 세금으로 먹이는 급식입니다. 절대 무상이 아닙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교육을 의무 교육이라 하지 무상 교육이라 하진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비슷하게 뇌물을 “떡값” 등으로 말하는 것 역시 똑같은 의미가 있습니다. 뇌물이면 뇌물이지 떡값이라니. 저는 명절 때 떡값으로 몇 백, 몇 천만 원씩 쓰지 않습니다. 그 외에도 ‘할인 마트’. 정작 싸지도 않으면서 할인 마트라고 합니다. 요즘은 그 문제점을 지적하자 대형 마트라고 하긴 합니다. 이것 말고도 넘치고 넘칩니다. 고가품, 유명 상품 등으로 부르던 것이 어느 순간 명품이 되어있고 체인 음식점을 패밀리 레스토랑이라 불러서 그 가치를 바꾼 경우는 너무 많아서 열거하기도 힘듭니다.
원자력 발전, 아니 핵 발전.
국민, 아니 민중, 인민, 그리고 시민.
근로자, 아니 노동자.
무상급식, 아니 의무급식.
이와 같은 표현. 왜 그런 표현으로 바뀌었고 왜 그런 표현이 되었는지. 그리고 누군가는 그런 표현을 쓰는지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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