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 파이브라고 아십니까? 아마 잘 모르실 겁니다. 하지만 청계천은 아실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을 밀어버리고 상가를 내쫓을 때 했던 약속이 대체 상가를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에 상인들도 수긍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래서 그 약속으로 지어진 것이 바로 송파구 장지동에 지어진 가든 파이브입니다. 서울시 산하 SH 공사가 직접 지은 상권인 것입니다.
좋은 입지, 좋은 조건 그러나…
ⓒ아시아경제
가든 파이브는 입지 조건도 좋습니다. 송파구 장지동에 있고 잠실에서도 가깝습니다. 코엑스몰 6.2배 면적으로 패션, 잡화, 생활용품, 전기, 전자, 가전에 아파트형 공장과 공구상가까지 있어 청계천, 세운상가, 동대문을 그대로 옮긴 구성입니다. 그에 영화관, 초대형 스파, 웨딩홀까지. 여기까지 들어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전략)
이번에 분양되는 1300여 개 점포는 청계천상인 분양 이후 남은 물량으로 가 블록 라이프 관 패션잡화, 의류 상가 등이다. 나·다 블록 아파트형공장, 공구상가보다 일반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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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낮아진 분양가도 저렴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건설원가를 맞추기 위한 것은 이해하지만 평균 분양가가 평당 1000만 원이 넘어서면 투자자들도 섣불리 달려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쇼핑몰은 계약면적에서 실제 사용가능한 면적의 비율인 전용률이 30%대에 불과해 실수요자들은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높다고 느낄 수 있다. 쇼핑몰의 특성상 주차장, 복도 등 공용면적이 넓기 때문이다. 근린상가의 경우 전용률은 50~60%, 단지 내 상가는 70%에 달한다. 실제 가든파이브 라이프관 상가는 평균 34%의 전용률을 보였다.
(후략)
하지만 문제는 분양에 있습니다. 분양 가격이 비싸고, 전용면적이 적어서 실질 가격이 훨씬 비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예상대로 되었습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쇼핑몰인 동남권유통단지(가든파이브)의 분양률이 38%에 불과해 약 1조1717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서울시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SH공사가 건설한 가든파이브의 분양률이 38%에 불과해 개장이 10개월째 연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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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실평수 7평 기준 평균 7000~8000만 원 선으로 알려졌던 분양가가 평균 1억7000만 원 선으로 상승해 상인들이 이주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졌다. 또한 상권 미형성 등으로 상인들이 이주를 거부해 대규모 미분양 상태가 발생한 것이다.
현재 청계천 상가들은 90%이상이 평균적으로 보증금 3000~4000만원, 월세 100~200만원을 내고 7평 내외의 점포를 운영하는 영세상인으로 SH공사가 건설조성원가 수준에서 상가를 공급했다고 하더라도 분양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습니다. 가격이 훨씬 비쌌습니다. 평균적으로 보증금 3~4천 만원에 월세 1~2백 만원을 내는 영세 상인이 어떻게 여기에 입주하겠습니까? 심지어 처음 7~8천 만원에서도 1억 원을 상회하는 1억 7천 만원. 단 7평 정도의 작은 가게를 1억 7천 만원에 입주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입지가 좋더라도 가격이 너무 비싸니까 말입니다.
유령도시로 변한 가든 파이브
결국은 아파트형 공장과 공구상가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입주율이 형편 없습니다. 아니 아예 아무도 없을 정도입니다.
ⓒ스포츠서울닷컴
유령도시(?) 연상시키는 2조원대 규모의 ‘가든파이브’ 가보니
"다섯 개의 정원(garden)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8호선 장지역 3번출구에 가든파이브. 동남권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을 방문한 한 이용객은 가든파이브의 위용에 이렇게 답했다.
3개의 블록관에 연면적만 820,300㎡ 규모로 삼성동 코엑스몰의 6배의 덩치를 자랑하는 가든파이브. 전문상가는 물론, 쇼핑몰과 영화관, 국내 최대의 공구상가와 기업체들까지 들어선다며 인기연예인까지 섭외해 홍보하던 가든파이브의 현재 모습은 그야말로 '유령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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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인구만 15만명에 달할 것이라며 국내 최대 규모의 유통단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던 가든파이브의 분양률과 입점률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리적 위치와 인근의 유동 및 상주인구의 부족함이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없기 때문에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아무도 없는 유령도시 가든 파이브. 그것은 단순히 안정적 상권 이전에 아무도 입주할 수 없는 미친 가격의 상가 그 이상도 아닙니다. 내년 2월에 정식 개장한다고 하지만 이렇게 입주되지 않은 상태로 개장하면 유령도시의 면모를 자랑하게 될 것입니다.
무엇이 문제인가
이번 주말에 카메라 들고 가서 유령 도시를 만끽하고 와야겠습니다. 이때가 아니면 언제 보겠습니까? 하지만 그 비싼 가격으로는 유령도시 가든 파이브의 모습은 꽤 오래 지속될 것이라 생각 듭니다. 총 건설비 2조원의 가든 파이브. 이것이 청계천 일대를 모두 내쫓고 만들어진 재개발의 실체입니다.
이것은 가든 파이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재개발이니, 뉴타운도 똑같습니다. 원래 살던 사람, 원래 장사하던 사람 내쫓고, 비싼 가격으로 투기꾼을 불러들일 뿐입니다. 그러한 욕심이 극에 달해 투기꾼조차 갈 수 없는 곳이 바로 가든 파이브가 되었습니다. SH공사가 원가 대비 가격을 낮게 잡았다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상가에 과하게 많은 공간, 낮은 전용면적률. 과시를 위한 설계. 그에 따른 과다한 비용. 그것이 그대로 비싼 분양 가격으로 남았을 뿐입니다. 아파트던 상가던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이 삶의 공간, 일의 터전이 되어야 하지 투기를 위해 달리면 결국 남는 것은 유령 도시 뿐입니다.
유령 상가가 등장하였습니다. 유령 아파트가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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