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2011년 서울 국제 마라톤 대회 겸 제82회 동아 마라톤 대회에서 김창원(33세)씨가 우승했습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2시간 27분 33초를 기록하여 각축을 벌이던 2위 선수와 2분 차이로 우승을 차지하였습니다.
그런데, 뉴시스에서 내놓은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기사 표제가 너무 황당했기 때문입니다.
강경국 기자 =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이 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거머쥐어 화제다.
(후략)
ⓒ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이상한 점을 못 느끼시겠습니까?
한국 국적 외국인, 이 정체 불명의 표현을 말하는 '한국 언론'
한국인이란 무엇일까요? 한민족 출신에, 검은 머리에 노란 피부를 가진 사람만 한국인일까요? 뉴시스는 연합통신과 더불어 대표적인 뉴스 제공사입니다. 뉴시스를 통해서 생산된 뉴스는 다른 언론사에게 전달되어 다양하게 가공됩니다. 하지만 뉴시스는 이번 서울 국제 마라톤 대회 기사에서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한국 국적인데 외국인이라는 표현을 쓴 것입니다. 한국 국적을 갖고 있으면 한국인입니다. 그가 어디 출신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심지어 한국식 이름을 지어서 쓰고 있음에도 한국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 시각. 한국인이 갖고 있는 편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을 언론사가 저지른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언론은 편견을 드러내는 표현을 써선 안됩니다.
그걸 신경 써서 그런지 이후 이 기사는 표제가 바뀌었습니다. “한국 국적 외국인”에서 “한국 국적 아프리카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표현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굳이 그가 아프리카 출신이라고 말하고 싶다면 “아프리카 출신 서울국제마라톤 우승”이라던가 “아프리카계 한국인 서울국제마라톤 우승” 등으로 편견을 배제한 표현을 써야 마땅합니다.
한국인, 외국인 그 기준은 무엇인가?
한국인은 한국인과 외국인의 기준을 머리 색깔 피부 색깔로 나누는 것 같습니다. 외국으로 이주하여 한국 국적을 상실하고 외국 국적을 얻은 사람도 한국인이라 부릅니다. 심지어 외국에서 태어나 한국 국적을 가진 적이 없는 사람도 한국인으로 부르고 싶어합니다. 한국계 외국인을 동포라고 부르고 싶어합니다. 재일동포, 재미동포. 심지어 그런 사람들에게 투표권까지 주려고 합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한민족”이라는 허울을 뒤집어 쓰고 정작 한국에서 함께 생활하는 이들을 외국인이라 배척하면서 외국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동포라 부르며 한국인의 한 부류로 만드는 이 모습. 이야 말로 편견이 넘치고 배타적인 모습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에 이주하여 한국인으로써 살아가는 이들을 한민족이 아니란 이유로 한국인으로 인정하고 배타하는 모습. 심지어는 외국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인으로 살려는 사람까지도 배척합니다. 한국계 일본인이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었지만 “쪽바리”라고 불리며 쫓겨나는 경우는 흔합니다.
한민족을 내세우고, 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타 민족을 배타하고 한국인이라는 이상한 벽을 만든다면 그것이야 말로 웃기는 일입니다. 한국인은 한국인, 외국인은 외국인입니다. 유전자가 유사하다고 한국인, 아니면 외국인이 아니란 겁니다.
언론에서도 이제 ‘동포’란 말을 집어치우고 제대로 된 표현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들은 한국인조차 얼굴이 까맣다고 외국인이라 부르는데 그걸 잘 할 수 있을진 모르겠습니다.
쪼잔한 뉴시스의 만행
그런데, 뉴시스의 만행은 기사 뿐 아닙니다. 사진에서도 엄청나게 쪼잔한 짓을 저지릅니다. 숨은 그림 찾기를 한번 해볼까요?
ⓒ 뉴시스통신사
사진을 잘 보실까요? 왼쪽이 이후에 올라온 원본 사진이고 오른쪽이 처음 뉴시스에서 올린 사진입니다. MBC ESPN이 협찬한 경기입니다만, 타 방송사라서 그런 것일까요? MBC라는 마크를 싹 지워버리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참 한심합니다. 타 언론사에도 배타적으로 사진에 뽀샵질을 하다니. 이런 언론사가 대표 통신사 중에 하나라니 어처구니 없습니다.
조작된 사진에 대해서 @cafeplanb님이 제보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밝혀진 진실. 범인은 경남대였다
이후에 또 @cafeplanb님이 제보해주셨습니다. 실제 뽀샵질을 한 것은 뉴시스는 아니라고 합니다. 적어도 뉴시스가 그 정도로 정신이 없진 않은 것 같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정말 어처구니 없었겠지요.
경남대학교가 아프리카 부룬디 출신 김창원(33·경영학부 4학년) 씨의 '마라톤 대회 우승' 보도자료 속 사진을 조작·배포해 말썽을 빚고 있다.
(후략)
사진을 조작한 것은 경남대학교 홍보실에서 저질렀다고 합니다. 주최측의 항의를 받고 그제서야 원본 사진을 제공했다고 합니다만, 그렇더라도 뉴시스에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조작한 흔적이 확실하게 보이는 사진을 아무 생각 없이 올렸다는 점에서 뉴시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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