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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이야기

명동 밀리오레 앞에서 연행되다 풀려났습니다.

어제는 노동절, 여의도 광장을 가득 채우고 신길역까지 행진을 펼친 후 시민들은 종로4가에서 경찰과 대치하다 을지로4가와 퇴계로를 거쳐 명동역 밀리오레 앞에 모였습니다.

특히 많은 대학생들이 집결하여, 그 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종로4가부터 대학생을 쫓아 저도 명동까지 뛰어왔습니다만, 그 먼 거리를 한숨도 쉬지 않고 뛰어오더군요. 역시 젊음은 부럽습니다…

8시 경 금속노조 깃발이 도착했고,

그 뒤를 바로 쫓는 것처럼 학생들의 대오가 도착했습니다. 합류한 시민들은 도로를 장악하고 즐거운 시간을 갖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재빠르게 뒤쫓아오는 경찰

그러나 8시 20분 경 저 멀리서 경찰이 쫓아오는 게 보이더군요. 휴우, 벌써 오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시민들을 인도로 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급박한 상황. 시민들은 강하게 저항했지만 막무가내로 장비를 통해 밀어붙이는 경찰을 막기엔 역부족이었죠.

취재를 막으며 막무가내 폭행, 연행하는 경찰

그리고 그들은 막무가내로 시민들을 연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뿐 아닙니다, 시민들을 바닥에 눕히고 발길질을 하며 봉으로 두들겨 패더군요. 그러면서 방패로 카메라를 가리고 손으로 카메라를 툭툭치며 가리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보았습니다. 현장 지휘관 역시 “취재 막아!” 정말 화가 납니다.

손으로 카메라를 가리는 경찰. 그러나, 손바닥으로 모든 걸 가릴 수는 없습니다. 카메라를 든 기자와 시민들은 폭행을 가하며 연행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달려들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달려 들었습니다.

목을 조르며 연행하는 경찰. 그리고 그것을 방패로 가리고 있는 경찰. 이것이 경찰의 방법입니다. 가소롭기 짝이 없습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방패로 막고 손바닥으로 가리는 모습. 무슨 죄를 지었길래 그런답니까?

사진 찍던 도중 연행될 뻔하다

그런데 그러던 도중 어떤 대원이 제 멱살을 잡더군요. 저는 “놔! 놔!”하고 밀어내려 했지만 한 손에 카메라를 든 채로는 어렵더군요. 그래서 경찰 대열 뒤로 끌려 나와 엎어지고 말았습니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사진을 들이대고 찍을 수도 없었습니다. 순간 머리 속에 “젠장, 그 맛없는 유치장 밥 먹어야 하는 거야?” 생각이 들더군요. 연행되면서 친구들에게 사식 넣어달라고 해야지, 속으로 되 내이며 엎어져 있는데 옆에 있던 지휘관이 외치더군요

야! 놔줘! 기자잖아!

이런. 저를 보곤 기자라고 착각한 것입니다. 프레스 등의 특별한 표식을 달고 있지 않았지만 너무 뻔뻔하게 경찰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제 모습에 오해한 것이겠죠. 결국 그 덕분에 연행되진 않았습니다. 착각한 경찰 지휘관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시민들도 착각하는 제 모습

이렇게 대치하던 도중 너무 힘들어 구석에 앉아 쉬고 있는데 옆에 있던 학생이 제게 묻더군요

어디 기자세요?

어머 이런. 제 모습이 그렇게 뻔뻔해 보였나 보죠? 혹시 들고 다니는 장비 탓일 수도 있겠지만 DSLR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시민도 많은데 말입니다. 그리고 둘러보니 바로 옆에 고대녀로 유명한 김지윤 학생도 눈을 반짝이며 제 대답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그냥 시민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제 모습이 어떻게 비추어 졌는지 몰라도 그리 보이나 봅니다.

저는 그저 평범한 시민으로써 집회에 참석하고 그 현장을 제 눈으로 보고 기록할 뿐입니다. 그리고 덤으로 블로그에 글을 쓸 뿐이죠. 하지만 너무 뻔뻔하게 경찰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니 경찰도 시민도 저를 착각하나 봅니다.

종로3가 단성사 앞에서 대치 중에서도 경찰들이 세우는 체포 작전이 하도 웃겨서 “푸하하”하고 웃었더니 그 말을 하던 경찰이 제 어깨를 잡고 돌려 세우더니 뭐라고 하더군요. “기자 분이 공정해야죠, 이러면 안되잖아요” 미안한데, 전 기자 아니고 시민 편에서 싸우는 사람 중 하나랍니다. 그래서 저는 경찰에게 항의했습니다.

경찰이 시민을 가리키며, 이 새끼 저 새끼하는 건 적절합니까? 비무장의 시민을 장봉과 방패로 찍는 건 괜찮습니까?

그렇게 항의하는데, 칼라TV의 이명선 리포터가 와서 마이크를 갖다 대던데, 그때 제 모습이 비쳐 버려서 깜짝. 하던 말을 멈출 수는 없고…

조심해야겠다

어쨌든 그 동안 연행될 뻔한 위기는 수두룩 했지만 끌려가는 도중에 빠져 나왔지 이처럼 끌려간 다음에 풀려난 적은 처음입니다. 기자로 오해해서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앞으로 꼭 그러라는 법은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