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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야기/담배

마지막 남은 아저씨의 담배 세븐 스타

제가 즐겨 피우는 담배는 한국에서 판매하지 않습니다. 한번도 정식으로 수입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가끔 출장 다녀오시는 분들께 부탁 드리곤 합니다. 이렇게까지 즐겨 피우게 된 계기는 제가 출장 다녀오다가 박스를 보고 마음에 들어서 사온 뒤입니다. 제게는 딱 맞더군요.

롯데 면세점 봉투입니다. 무엇이 들었을까요?

세븐 스타 2보루

그렇습니다. 세븐 스타(Seven Stars)입니다. “세븐 스타즈”가 맞겠습니다만, 저는 세븐 스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2분께 부탁 드린 덕에 2보루. 20갑! 이 정도면 1달은 넉넉히 피웁니다.

요즘은 면세용 담배라고 해도 한국어가 써있곤 하더군요. 그 만큼 한국인이 여기 저기 돌아다닌다는 증거겠죠.

박스 개봉


 

우선 한 보루 뜯어 보았습니다. 세븐 스타라는 이름과 Charcoal Filter가 보입니다. 당연히 경고문구도 한국어입니다. 탄소 필터를 사용하는 담배인 거죠.


위, 아래와 좌우를 살펴보면, 참 심플합니다. 7개의 별이 그려진 상단과 배경에 그려진 별.

그리고 별 속에 숨겨진 7. 모두 은색 별입니다만, 7의 모양에 맞추어 금색 별이 그려져 있습니다.

열어보기


한 개 열어서 뜯어 보았습니다. 흰색의 담배가 자태를 드러냅니다.

 

흰색의 80mm 길이의 담배. 그리고 가운데 굵은 은색 띠와 가는 은색 띠. 검은 글씨로 쓰여진 SevenStars. 참으로 심플하게 생긴 담배입니다.

왜 아저씨 담배지?

이 담배가 일부 아저씨(?)들만 피우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14.0mg의 타르와 1.20mg의 니코틴. 말보로 레드가 타르 8.0mg와 니코틴 0.7mg인 걸 생각하면 2배 가까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일본에선 젊은이는 잘 태우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한국도 그렇잖아요. 솔이나 청자 같은 담배는 어르신들만 피우는 것처럼 말이죠. 세븐 스타도 그런 위치의 담배입니다.

일본 여행시의 에피소드

일전에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여행 중에 역에서 기다리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일본의 지상 전철역의 경우 흡연 구역이 플랫폼에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흡연구역에 서서 캐빈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2004/08/08 - CABIN Family

당시 캐빈은 이런 모양이었습니다.

지금 캐빈은 이런 모양이죠? 마일드, 슈퍼 마일드, 이런 식으로 바뀌죠. 대충 세븐 스타와 비슷한 등급의 독한 담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금은 수입이 안되지만, 예전에는 캐빈은 수입이 되었습니다. 아마 5년 전쯤부터 수입이 중단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국에서도 즐겨 피웠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캐빈 마일드를 피웠던 것이죠.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어떤 연세 많은 아저씨. 아니 할아버지라 불러야 좋을 분이 흡연구역에 들어와 담배를 붙이셨습니다. 역시 캐빈 마일드. 그러더니 제게 한 말씀 하셨습니다.

“학생 캐빈을 피우는구려, 뭘 아네”

물론 이렇게 한국어로 물어보시진 않았습니다. 당연히 일본어였죠. 저는 웃으면서 “예, 이게 가장 좋더라고요”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이 일본인의 신세 한탄이 시작되었습니다.

요즘 젊은 것들은 담배 맛을 모른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나이가 몇 살이냐는 둥 제게 관심을 가지며 신기해 하시더군요. 담배 한 가치를 물며 열차가 오는 걸 기다리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아저씨와 헤어지며 속으로 한마디 했습니다.

“그런데 전 한국인이거든요?”

그 아저씨야 착각하고 열심히 이야기하셨지만 어쩌겠습니까? 저는 한국인인데.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캐빈은 아저씨 담배구나.

마지막 남은 아저씨의 담배 세븐 스타

그렇습니다. 캐빈과 더불어 세븐 스타 역시 아저씨 담배입니다. 심지어 캐빈은 2004년에 디자인이 바뀌었지만 세븐 스타는 여전히 그때 디자인 그대로입니다.

2004년 6월 28일자 News Release

5년 전 캐스터, 캐빈, 프론티어가 디자인이 변경되었지만 세븐 스타는 그대로입니다. 이 세 종류 역시 아저씨 담배로 불렸지만, 세븐 스타만은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킨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출장 등으로 해외를 다녀올 때 캐빈은 없어도 꼭 세븐 스타는 있더군요. 아무래도 여행을 나가는 중장년층에게 어필하기 위한 것이겠죠. 가난한 젊은이보다는 나이 많은 아저씨들이 돈이 더 많으니까요. 덕분에 출장 다녀오는 분들을 통해 별 부담 없이 세븐 스타를 공급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시판하지 않는 담배다 보니 1년에 몇 보루 정도 구해 피우는 정도입니다.

가장 좋아하지만, 안타깝게 구할 수 없는 담배. 마지막 남은 일본의 아저씨 담배 세븐 스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담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