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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야기/노동과 임금

IMF 망령 부활, 쌍용자동차 구조조정안 발표

2009년 4월 8일 수요일. 그저께였습니다. 점심 시간이 끝나갈 무렵 갑작스럽게 연락이 왔습니다.

님 카메라 들고 좀 와줘요

저는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하고 되물었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말이죠. 전화의 주인공은 제게 말했습니다.

쌍용자동차가 갑자기 오후 2시에 인력 감축안 기자회견한데요. 오후 2시에 역삼역 포스틸에 있는 서울 사무실에서요.

순간 머리 속에 11년 전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IMF의 시작이었던 환율이 폭등하고 달러를 빌려오고, 그리고 자동차 회사가 무너져가던 그날. 그렇습니다. 쌍용자동차는  인원의 40%에 가까운 2600명의 인력 감축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갑작스런 호출

그런데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없던 사회당 기획위원장 권문석 동지가 마침 회사가 근처에 있는 저를 찾은 것입니다. 저도 이미 점심 시간을 지난 차라 고민했습니다만, 회사에서 가깝고 해서 가볍게 카메라와 표준 렌즈만 들고 출발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평택 쌍용자동차 본사에서 달려온 쌍용자동차 노조원과 시민단체에서 연좌 농성 중이었습니다. 기자들은 쌍용자동차의 구조 조정안 기자 회견장으로 몰려가 있는 듯, 현장에 기자는 별로 없었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2시부터 예정된 쌍용차 노동조합의 기자 회견이 시작되려 하는데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정작 쌍용자동차는 기자회견을 취소한 것입니다. 그 이유가 참으로 황당합니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와 충돌이 예상되기 때문

이거야 말로 황당무게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일방적으로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만 뿌리는 것으로 대체하였다고 합니다.

기자 회견 시작

쌍용자동차 노동조합과 투기자본의 위기전가에 맞서 싸우는 공동투쟁본부, 투기자본 감시센터 그리고 다함께가 함께한 기자회견은 별다른 충돌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다만,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기자들도 늦게 도착했고 기자 회견을 위한 방송 장비 역시 늦게 도착했습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투기자본의 위기전가에 맞서 싸우는 공동투쟁본부, 투기자본 감시센터에서 의견을 발표하였습니다.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조정

경영의 책임을 져야 할 경영자와 투기자본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정작 투자 하기로 약속했던 금액을 내지 않는 상하이 자동차. 그런 투기 자본의 행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그러면서 정작 2600명에 달하는 노동자만 길거리로 내놓는 구조조정. 자본은 돈을 벌고 먹튀하는 현실. 이게 뭐하자는 겁니까?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의 요구

요구는 간단합니다.

1. 부실경영 책임을 법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 상하이가 갖고 있는 51.33% 지분 소각
2. 일자리 나누기(잡셰어링)로  총고용 유지한다.(5+5와 3조 2교대)
- 정부정책을 사측과 정부 스스로 거스르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3. 비정규직 고용안정 기금 쌍용자동차지부가 12억 출연
- 비정규직 정규직 함께 살아야 한다.
4. C-200긴급자금, R&D 개발자금, 쌍용자동차지부가 1,000억 담보
- 회생의 주체적 입장에서 어떻게든 쌍용차를 살려야한다는 대의에서 결단
5. 산업은행 우선회생 긴급자금 투입요구
- 쌍용자동차 자금 투입 더 이상 미루면 호미로 막을 문제, 가래로도 못 막는다.

이는 11년 전 기아자동차를 살릴 때의 요구와 비슷합니다. 최소한 그 정도의 회생 방법으로 2600명의 노동자가 거리로 나앉는 일은 피하자는 것입니다.

IMF 재앙의 재래

11년 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환율이 폭등하고 정부는 달러가 부족하여 빌리고. 그 다음 기아자동차가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2008년 말 환율이 폭등하고 정부는 달러가 부족하여 미국에 구걸했습니다. 그리고 쌍용자동차가 위험하다면서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입니다. 11년 전에는 정부 지원 등으로 기아자동차를 살리고 현대자동차가 인수하였습니다. 2009년에는 무조건 2600명 보고 길거리로 나앉으라고 하는 것입니다.

현재 IMF의 지원을 받고 있는 상태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상태일지 모릅니다. 환율은 폭등한 상태에서 약간 하락하였지만 여전히 엄청나게 높습니다. 겨우 흑자가 났다고 하지만, 환율 폭등으로 수입이 준 덕이며, 수출 역시 줄었습니다. 오히려 수출의 하락폭이 심각할 정도입니다. 여기에서 2600명이 길거리로 나앉는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자영업으로 나갈 길도 없고 그들과 함께 하는 가족들은 그냥 굶어 죽으라는 것 밖에 안됩니다.

저는 이 고통을 노동자도 분담을 전혀 하지 말자는 이야기 아닙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역시 함께 하자고 제안하는 것입니다. 다만 투기 자본만 단물을 빼먹고 책임은 지지 않는 상황을 피하고 약속했던 책임을 지라는 것입니다.

고통은 한 쪽만 분담하는 게 아닙니다. 가진 자 못 가진 자 모두 부담하는 게 옳습니다. 못 가진 자는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 받고 가진 자는 여력이 닿는 한에서 나눠야 합니다. 쌍용자동차 구조조정은 그런 면에서 못 가진 자인 노동자에게만 그 부담을 전가하는 방법일 뿐입니다. 쌍용자동차는 구조조정안을 철회하고 고통을 함께 부담하자는 이 제안을 받아 들이길 바랍니다.

기자회견문

기자 회견문 전문이 긴 관계로 접어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