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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이야기/용산 참사

서울역 광장을 가득 메운 용산 참사 추모의 물결

2009년 1월 23일 오후 7시. 용산 한강로3가 철거민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서울역 광장에 모였습니다. 오늘부터 귀성길에 오른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예상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모여 깜짝 놀랐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한강 참사 현장에 들려 헌화를 하고 집회 현장으로 향했겠습니다만, 제가 1달 여의 백수 생활을 그만 두고 오늘부터 첫 출근이어서 퇴근 후 현장에 도착하니 이미 집회는 진행 중이었습니다.

어떤 분이 댓글로 “백수냐! 이러고 있게!” 하고 악플을 달길래 웃었습니다. 회사 쉬면서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여행도 하려는 찰라, 여러 사건이 터져 집회 현장에 내달리면서 저도 이게 뭘 하는 짓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백수 맞았던 겁니다. 오랜 회사 생활에 지쳐 좀 쉬고 싶었던 것 뿐이었습니다.

현장에는 많은 익숙한 깃발이 가득하여 반가웠습니다. 힘냅시다, 동지 여러분. 참 이런 표현을 쓰자니 어색합니다.

물론 제가 사랑하는 사회당 동지 여러분도 자리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제가 도착한 시간은 7시를 한참 넘어 8시 반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집회는 무르익고 있었습니다.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 여러분. 설 연휴를 앞둔 이 추운 겨울날 참혹한 죽음을 맞이한 철거민들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것입니다.

시민들은 광장 뿐 아니라, 지하로 내려가는 돔 부근을 장악하고 무대 진행과 상관 없이 큰 함성을 외치고 있었습니다.

“이명박 퇴진!”

설날을 맞이하여 귀향길에 오르는 시민들도 손을 흔들며 구호를 함께 하는 등 많은 호응을 보여 주었습니다.

시민들은 광장과 계단 뿐 아니라, 서울역 안에서도 자리를 잡고 구호를 외치며 시민의 관심을 끌고 있었습니다. 밖에는 너무 추웠는데, 그나마 역사 안은 따뜻해서 저도 잠시 그 분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밖에서는 차가운 카메라에 손가락까지 얼어버릴 것 같더군요.

그러나 철거민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살수차는 오늘도 나와있습니다. 끝까지 시민들을 쫓아오더군요.

현장을 돌아다니며 방긋 웃는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 대표.

시민들도 반갑게 그를 맞이합니다.

서울역 광장 위에 설치된 임시 분향소. 많은 시민들이 들려 추모하였습니다. 저도 오늘은 서울역 광장의 분향소에서 돌아가신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향을 올렸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이 핑 돌더군요. 휴우.

오늘 현장에 돌아가신 철거민의 유가족 분들이 오셨습니다. 유가족 분들은 이 자리에 모인 시민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면서 경찰에게 분노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철거민을 살인으로 몰고 간 것뿐 아니라…

“오늘 현장에 도착했더니 경찰들이 저희를 맞이하더군요”
“그래서 집회 현장으로 안내해 주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집회에 참석을 못 하게 가로 막는 거였어요.”

안타까웠습니다. 사람의 목숨을 빼앗고도 유가족의 발길마저 막으려 들다니. 어처구니 없었습니다. 유가족 대표로 故 이성수님의 사모님께서 추모와 감사의 마음을 올렸습니다.

경찰과 정권에 의해 살해 당한 다섯 분의 명복을 빕니다. 돌아가신 분들이 돌아오진 못 하겠지만, 그들이 왜 죽어야 했으며, 누가 그들을 죽였는가 꼭 밝혀야 합니다.

9시를 좀 넘은 시간 집회는 종료되고, 시민들은 행진에 나섰습니다. 철거민 분들이 돌아가신 참사의 현장으로 향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인도로 향하는 시민들을 경찰은 막아 섰습니다. 그 정도는 예상했던 시민들은 다른 곳으로 집회 장소를 옮기기로 하고 그 곳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약간 사고가 발생합니다. 보신각으로 향하는 줄 알았는데, 대부분 신촌으로 향한 것이었습니다. 보신각에 도착해서 그 사실을 알게 된 저는 신촌으로 버스를 타고 달렸습니다.

그런데 보신각 현장에 도착해 있는 중대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진압, 경비 중대가 아닌 성매매 단속을 위해 결성된 그린포스였던 것입니다. 어떤 경찰 경력이던 무조건 불러 들이는 경찰. 이러려고 그린포스를 결성한 것입니까? 하기사 대테러, 시민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경찰특공대 조차 살인의 도구로 악용한 경찰이니 무얼 말하겠습니까마는.

그러나, 신촌 현장에 시민들은 없고 살수차와 기동대 버스만 가득했습니다. 주변에 있는 시민들에게 확인하니 군중은 홍대 앞으로 이동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버스를 탔습니다.

그러나, 현대 백화점을 지나 홍대 앞으로 향하는 교차로에서 교통 경찰이 길을 막더군요. 그래서 버스에서 내려서 홍대 앞까지 달려야 했습니다. 헉헉.

홍대로 향하다 보니 쭉 걸어오는 기동대의 물결. 나중에 시민들에게 물어보니 큰 충돌 없이 돌아갔다고 합니다.

홍대 정문 앞을 가득 메운 시민들과 깃발의 물결. 이곳에서 정리 집회를 하고 해산하려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찍고 있는 저를 가리키며 한 시민 분께서 다가 오셨습니다.

“아까부터 계속 사진 찍고 있던데 왜 그러는 거야?”

저를 쁘락찌로 의심하고 계신 거더군요. 이해합니다. 저도 취지를 설명 드리고 블로그를 통해 집회 소식을 알리기 위해 활동 중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더불어 한 가지 팁. 경찰은 올림푸스 카메라를 쓰지 않는다고. 보통 경찰은 니콘을 주로 쓰더군요. 그런 이야기를 드리면서 저도 초상권 등의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사진을 가려서 쓴다고 설명 드렸습니다. 그러자 환하게 웃으면서,

“연초부터 이게 무슨 고생이래. 수고 많구먼”

저도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가 갑니다. 여태껏 그렇게 오해 받은 경험은 없었는데, 참 어색하더군요. 함께 하는 동지조차 믿기 어렵게 하는 경찰과 정부. 안타깝습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서울역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 추모의 물결은 계속 됩니다.

집회 일정

1월 28일(수요일) 일정
저녁 7시, 살인진압현장, 추모 및 규탄 촛불집회

1월 29일(목요일) 일정
저녁 7시, 살인진압현장, 추모 및 규탄 촛불집회

1월 30일(금요일) 일정
저녁 7시, 살인진압현장, 추모 및 규탄 촛불집회

1월 31일(토요일) 일정
저녁 7시, 서울 도심, 2차 범국민 추모대회 (서울수도권 집중, 지역 동시다발)

많은 관심 갖고 뜻을 함께 하는 여러분의 참여를 부탁 드립니다.

뜻을 함께 하는 이.
우리는 그를 동지라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