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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이야기/용산 참사

용산 참사 추모집회를 원천 봉쇄하는 경찰

용산 참사 당일에도 많은 시민이 모여 추모 집회를 열었습니다.

2009/01/20 - 용산 철거민 참사 현장에 모여드는 시민들과 경찰
2009/01/21 - 용산 참사에 분노한 촛불시민, 그들은 돌을 들었다.

경찰은 추모의 행렬로 몰려든 시민을 강제적으로 몰아내고 심지어 방패 등으로 폭행하여 명동 성당 앞에서 시민들이 병원으로 실려갔습니다. 사회당 동지 중에서 한 분도 광대뼈가 함몰되는 큰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저도 현장에 있었지만, 도망쳤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아까까지 밑에서 돌을 던지던 무전병이 방패 들고 나한테 달려드는데 말입니다..

6시를 조금 넘어 도착한 현장에 몇몇 시민들이 모여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민의 수보다 훨씬 많이 현장을 장악하고 있는 경찰들. 특히 도로의 차선을 양쪽에서 장악하여 인도를 모두 가리고 있었습니다.

집회는 7시부터였기 때문에, 현장에 임시로 설치된 분향소에는 참사로 희생된 철거민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분향소에 향을 올리고, 하얀 국화를 올리는 행렬. 저는 도대체 이런 정권에 의한 살인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습니다.

철거민 참사 현장 앞에 세워진 천막 안에서는 스님이 경을 읊고 계셨습니다.

저는 대구에서 올라오신 분이 계셔 용산역으로 잠깐 들렸습니다. 합류 한 후 잠시 저녁을 먹고 다시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최근 결혼하신 분인데, 출장을 핑계 대고 사모님 몰래 올라오셨다고 하더군요. 걸리면 죽는다면서 조심스러운 모습. 그런데, 저는 점퍼에 청바지, 그리고 카메라와 큰 카메라 가방. 이 분은 정장 차림이어서 웃으면서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사진 기자 같고, 님은 취재 기자 같군요~”

농담이었는데, 경찰은 정말 그렇게 보았나 봅니다. 현장으로 향하는데 길을 가로막던 기동대의 경찰 지휘관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야 길 열어드려~”

흠… 그렇게 보였던 걸까요? 흐뭇(?)하게 웃으며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는 몰랐는데 글을 쓰며 사진을 보니 커널뉴스의 김태일 기자님이 카메라를 들고 현장 중계를 하고 계시더군요. 저는 이때는 바로 앞에 계셨는데도 못 알아보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현장에는 모여있던 시민보다 가로막고 있던 경찰의 수가 더 많을 정도였습니다. 집회가 시작한 직후였기 때문에 아직 시민의 수가 모이지 못 한 상태였고, 집회에 참석하려던 시민들은 인도에서 길을 열어달라고 항의하며 충돌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길 건너편에 동지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만, 경찰이 통과시켜주지 않아 참사가 일어난 한강로3가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현장 뒤쪽의 가게들은 모두 문이 닫혀있었지만 가게마다 붙어있는 경고문. 지주조합 임직원과 정비업체 관련자는 거절한다는 이야기. 저라도 이들을 손님으로도 맞이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면 이들은 손님인 척 들어가 공포 분위기를 형성하고 깽판을 치곤 하니까요. 아니라고요? 철거 지역에 가본 적 없으시니까 모르시는 겁니다.

건물 뒤편에는 폐허가 되어버린 재래 시장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은 용산에 들렸다가 집으로 돌아갈 때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간단하게 배를 채우던 곳이기도 한데. 어느 순간 보니 이렇게 되어 있더군요.

경찰들은 버스를 이동시켜 집회를 진행 중이던 시민들을 모두 포위했습니다.

그리곤 물샐 틈이라도 있을까 싶어 버스와 버스 사이에 기동대를 모두 배치. 그리고는 집회 현장에 있는 시민들을 몰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참으로 독특한 작전이더군요.

이렇게 지하철 신용산으로 향하는 길만 딱 하나 열어놓고 시민들을 강제 해산에 몰아넣은 것입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참으로 독창적인 작전입니다. 이런 것에만 머리가 돌죠. 어떻게든 집회를 막고 어떻게든 시민을 억압하고. 그런 대가리로 시민들의 자유와 생명을 보호해 주시죠?

시민의 행렬 중에 사회당 동지들이 지나가자 외쳤습니다.

“어디로 가는 거에요????”

그러자 “쉿!” 하며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리는 일행. 아놔. 저는 “인천으로 회 떠먹으러 가요~” “부산으로 야경 보러 가요~” 같은 유머 넘치는 답변을 기대했단 말입니다.

앞으로 사회당 동지들이 지나자 합류하여 저도 지하철을 탔습니다. 안 그래도 도보로 신용산에서 명동까지 도보 이동하는 것을 보고 “왜 지하철 안타!” 하고 투덜댔는데 오늘은 다행입니다. 지하철 안에서도 어디로 향하는지 서로 말하지 않고 그저 “따라오세요” 한마디. 혹시 현장에서 집회 행렬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집회 참석자로 보이는 이들을 말 없이 따라가시도록 하세요. 그러면 함께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명동 성당에 도착하자, 1개 기동대 경력이 성당 앞으로 들어가는 것조차 막고 있더군요. 시민들은 명동 성당 앞으로 향하는 걸 포기하고 롯데 백화점 앞의 명동 입구에서 집회를 계속합니다.

명동 입구에 도착하자 이미 많은 시민들이 집결하여 집회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오른쪽에 키가 큰 사람이 보입니까? 바로 사회당 최광은 대표입니다. 신용산 역의 입구에서 기다릴 때도 대표가 가장 먼저 눈에 띠더군요. 머리가 다른 사람 머리 위에 있어 멀리서도 잘 보입니다. 찾기 쉬운 표식입니다.

당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사진 찍으면 어딜 봐도 눈에 띄는 대표. 머리 하나는 더 큽니다. 저는 키가 그리 크진 않아 무척 부럽습니다. 어흑.



명동 입구에 9시를 좀 넘은 시간에 모여 11시를 넘은 시간에 집회는 해산했습니다. 첫날처럼 투석전을 비롯하여 큰 충돌은 없었습니다만, 집회가 해산되는 도중 시민 한 명이 경찰 순찰차에 의해 연행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시민들 다수가 달려들어 순찰차를 막아 섰습니다.

다행히 시민들이 연행자를 풀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연행될 뻔한 시민은 순찰차 내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억눌려 있었으며, 그에 대해 격렬하게 항의했습니다.

이렇게 둘째 날은 끝났습니다. 셋째 날 집회는 제가 몸살로 뻗어버려 참석하지 못 하여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 함을 아쉽게 생각합니다.

오늘 금요일 저녁 7시에는 서울역에서 1차 범국민 추모대회가 열립니다. 뜻을 함께 하는 분들의 참석 부탁 드립니다.

뜻을 함께 하는 이.
우리는 그를 동지라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