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는 별난 사람이 있습니다. 조직 속에서 내부의 암묵적인 룰을 무시하고 자유와 신념을 위해 나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을 "정신줄 놓았구나"라고 이야기합니다. 여기에 그런 분이 있습니다. 일본 군부 출신이 장악하고 있는 군을 바꾸고 올바른 군이 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는 평화재향군인회 대표 표명렬 장군입니다. 표 장군은 이상한 사람입니다. 맹호부대 소총 분대장으로 베트남 전쟁에도 참전한 바가 있는 장교로써 정훈병과로 군 개혁을 꾸준히 주장한 사람입니다.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합니다.
국군의 날은 9월 17일로 해야 합니다. 광복군 창설을 국군의 날로 잡는 게 마땅하지 않나요? 지금 기념하는 10월 1일은 6·25 당시 38선을 돌파한 날이에요. 인간에게 생일이 중요한 것처럼 군대는 창군일이 중요합니다.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선조의 정신을 이어받는 게 마땅합니다. 청산리 대첩 정신을 이어받는다면 우리 군대의 자부심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대한민국의 군대는 광복군의 정신을 이어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의 군이 일본군, 관동군 출신이 주축이 되었던 것을 정면으로 비난하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광복군은 1940년 9월 17일 창설됐습니다. 한국전쟁에서 38선을 돌파한 것이 국군의 날이라니. 훨씬 중요한 기념일을 두고 한국전쟁의 한 요소를 가지고 그걸 논할 수 없지 않습니까? 표 장군은 정훈관 시절 참모총장에게 건의하여 광복절 즈음 광복군 선배들을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초대하여 정중하게 대접하였다고 합니다. 그때 창신동의 허름한 광복군 사무실을 찾아 경례를 올리자 광복군 출신의 어르신들은 그에 의연하게 경례로 답하였습니다. 육사에서 사열을 받으며 그 분들은 광복 후 이런 융성한 대접은 처음이라며 눈물을 글썽이며 광복군가를 합창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우스운 이야기지만, 일본군 출신 장성이 자신들을 왜 안불렀냐고 항의했다고 합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죠!

그런데 이 분 얼굴 낯 익은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렇습니다. 촛불 현장에서 보셨을 겁니다.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피켓을 들고 시민과 함께 하셨던 평화재향군인회의 모습을 보신 분들이 있을 겁니다. 초로의 노신사 분들이 군인 출신으로 집회에 참석을 보면서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이런 모습이 있었군요. 평생을 위해서가 아니라 군을 위해서 힘쓰시다니. 정말 정신줄 놓은 겁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 분의 길은 쉽지 않습니다. 평화재향군인회를 창설한 표 장군은 장성 친구들의 모임에서 제명당했습니다. 거기에 육사와 재향군인회에서도 나가라고 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내부에서 개혁을 외치는 모습을 외면하고 자신만 살아남고자 하는 이들이 표 장군을 격리시킨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정신을 놓은 분이 이 분 한 분이 아닌 것 같습니다. 평화재향군인회는 전국 지부 200개를 목표로 두고 있는데 70개가 벌써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평화재향군인회를 거의 혼자 힘으로 키워온 표 장군은 고향의 선산도 팔고 자동차를 처분해서 사무실 비용을 충당하셨다고 합니다. 이제 겨우 회원분들의 힘으로 나아갈 수 있는 수준이랍니다.

차라리 나를 죽여 다오. 그러면 우리 평화재향군인회가 더욱 커지지 않겠느냐. 난 70이 넘은 사람이다. 두려울 게 뭐 있느냐, 이렇게 생각합니다.
표 장군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웃으면서 이야기하셨지만 그런 모습에서 무서울 정도의 군인의 기개가 느껴집니다. 표 장군님. 그리고 평화재향군인회. 그 분들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군대가 올바른 모습으로 돌아가 군대가 청춘의 감옥이 아니라 나라를 지키기 위해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멋진 군대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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