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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주제/영상과 서적

사무라이 픽션 - 정체 불명의 영화

사무라이 픽션의 포스터엔 어이없게 21세기형 어쩌고 하지만, 이 영화는 코메디와 락 음악을 빼면 전형적인 흑백 영화 시대의 사무라이 영화입니다. 속지 마세요! 하지만 이미 TV에서도 많이 틀어서 속을 일은 드무리라 생각됩니다만. 1998년에 개봉한 사무라이 픽션은 정말 정체 불명의 영화입니다. 영화의 표현 양식과 흐름만 놓고 보면 대놓고 쿠로사와 감독의 영화의 짝퉁입니다. 흑백인 화면, 씬의 구성까지 모두 쿠로사와 감독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스토리도 진부하죠. 보물을 빼앗긴 영주의 아들. 그리고 보물을 빼앗은 남자를 추격. 그리고 그에게 친구를 잃은 아들. 복수는 시작되고, 그 복수(?)를 돕는 어떤 이와 그와 얽히는 아가씨. 이 이야기만 놓고 보면 엄청나게 뻔한 이야기입니다. 쿠로사와 감독의 영화에서 흔히 쓰이는 그런 시대극의 주제이죠.

사무라이 픽션
10점
나카노 히로유키 감독
출연 카자마 모리오, 호테이 토모야스 외
드림믹스 (다음미디어)

하지만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코메디입니다.

쇼군에게 받은 보물인 칼을 빼앗아간 카자마츠리 란노스케는 의도한 게 아니었습니다. 단지 '무서워 보인다'는 이유로 오해를 사고 사람을 베고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그를 쫓아간 아들 이누카이 헤이시로는 친구와 함께 무모하게 덮치다 친구 쿠로사와 타다스케를 잃습니다. 모든 장면에서 쿠로사와 영화 같지만 모든 장면에서 코메디가 되버립니다. 하지만 주제는 심각하죠. 사람을 사람이 벨 수는 없다. 악인은 모두가 악인이 아니고 선이 있다. 하지만 의도된 것이 아니다. 이게 이 영화의 넌센스가 됩니다. 영화 내내 카자마츠리는 이렇게 말하죠.

"왜 이리 꼬이지?
(なぜこうなる。)"

뭐, 이런 심각한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고, 실은 제가 BOOWY의 팬이기도 하고 호테이 토모야스를 너무 좋아합니다. 호테이 토모야스는 BOOWY의 기타 리스트로 출발해서 BOOWY 해체 이후에도 솔로로 멋진 모습을 보여줬죠. 특히 이 영화에서 그는 멋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만 연기가 별로라서 문제지 말입니다. 큰 키와 삭막한 표정으로 화면을 주름 잡지만 대사를 하는 순간 분위기 싸해집니다. 흑… 호테이 횽아는 걍 음악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런데 왜 갑자기 제가 사무라이 픽션의 이야기를 꺼냈는가 하면, 이 영화에 출연한 것이 1998년입니다. 호테이의 첫 영화 데뷔작이자 사운드 트랙을 모두 직접 만들었죠. 덕분에 사무라이 영화에 락 음악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세웠고 이건 이후 킬 빌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게다가 킬 빌의 테마 곡인 BATTLE WITHOUT HONOR OR HUMANITY 역시 호테이의 작곡입니다.

갑자기 이 영화 이야기를 왜 꺼냈냐 하면, 호테이 토모야스의 BOSS HG 광고를 이야기하면서 사무라이 픽션을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사무라이 픽션에서 호테이가 역할한 카자마츠리는 쫓겨야 하는 역할이지만 도망가지 않습니다. 심지어 클라이막스에서는 쫓는 입장이되죠. 그의 큰 키와 무서운 얼굴로 쫓아가는 씬은 사무라이 픽션의 멋진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화면입니다. 그런 이미지가 이 BOSS HG 광고에도 그대로 녹아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영화 출연진이 엄청나게 웃깁니다. 호테이 토모야스 뿐 아니라, 사람을 베지 않는 미조구치 한베이는 카자마 모리오, 그의 딸 코하루에 오가와 타마키. 그리고 코하루의 아버지 역인 쿠즈미 류노스케는 가수 후지이 후미야가 등장합니다. 게다가 처음 등장하는 이누카이 헤이시로의 친구 역할 중 한 명은 후지이 후미야의 동생 후지이 나오유키가 나옵니다. 이외에도 한국에서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많은 뮤지션이 참가하고 호테이가 음악까지 담당해서 이슈를 끌었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모두 듣보잡이다 보니 그리 알려지진 않았습니다.

두서없이 이런저런 이야기했습니다만, 결론은 호테이 토모야스가 쫓아오면 도망가라, 이겁니다. 하하~ 저 얼굴 보십시오, 안 무섭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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