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이야기/집회,시위법

소신있는 법원, 압력을 행사하는 한나라당

Namu(南無) 2008. 12. 7. 16:30

2008/10/10 - 세상에 이런 정신 나간 판사가 있군요.

박재영 판사가 10월 9일 집시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0조가 집회의 자유라는 헌법적 자유권을 부정한다는 점에 대해 위헌 제청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박재영 판사는 안진걸 팀장의 사건의 담당 판사로 제청을 받아들여 위헌 제청을 한 것입니다.

2008/03/16 - 대한민국은 집회를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까???
2008/05/04 - 청계천에 모이시는 분들 불법을 각오해야 할 겁니다.
2008/05/05 -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입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삼았습니다. 헌법은 집회의 자유를 주고 허가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집시법은 독소조항을 통해 일개 경찰서장이 허가를 두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여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저해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박재영 판사의 소신 있는 행동을 놓고 압력을 행사하려는 한나라당 의원이 있습니다.

바로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입니다.

"젊은 판사들 문제… 선배가 자주 만나 가르쳐야"

그는 국회 법사위의 서울고등법원 국감에서 박재영 판사의 사례를 들며 신영철 중앙지법원장에게 "평소 젊은 판사들을 자주 만나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습니다. 그 뿐 아니죠. 그러면서 여론으로부터 독립하여 시류에 편승하지 말아야 한다고 압력을 행사했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말이죠. 그의 헌법을 존중하는 행동이 여론에 편승하는 것이라 우기며 자신은 국정감사 현장에서 압력을 행사하려 들다니요. 이거야 말로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에 대해 대법원장이 한마디 했습니다.

대법원장 "젊은 법관 의욕 꺾지 말라" 묘한 여운 

이용훈 대법원장이 일선 법원장들을 상대로 '법관의 독립'을 강조하며 "젊은 법관들의 의욕과 창의성을 해치지 말라"고 주문했다.

이 대법원장은 5일 전국법원장회의 인사말을 통해 "사법의 독립은 재판의 주체인 법관 개개인의 독립을 핵심으로 한다"며 "재판하는 법관이 외부의 압력과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국민은 사법 전체를 불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략)

법원은 법관의 독립성을 주장하고 국회의원이란 양반은 압력을 행사하는 모습. 누구의 발언이 적절한 것인가 생각해 봅시다. 각 판사가 자신의 양심과 신념에 따라 독립적으로 행사하는 하나의 사법기관입니다.

판사는 시류와 여론, 외부 압력에 끌려 다니지 않고 자신의 소신껏 판결을 내리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국회의원은 그에 대해 시류에 편승하는 것이라 비하하며 지법원장에게 판사를 가르치라고 압력을 행사했습니다. 이것은 법원의 독립성을 무시하며, 자기 스스로가 외부 압력을 행사한 것입니다. 즉,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조차 모르며 마음에 안 드니까 지껄이는 발언에 불과한 것입니다.

물론, 한나라당의 국회의원에게 무슨 기대를 하겠습니까. 하지만 그에 대비하여 이용훈 대법원장의 원칙을 지키려는 발언은 법원의 의지가 엿보이는 장면입니다.

저는 집시법의 독소조항을 없앨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대합니다. 시류와 여론에 편승하지 말고 외부 압력에 굴하지 말고 헌법에서 보장한 시민의 자유를 지켜 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