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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주제/사진

언론을 사적 목적으로 사용한 축구팬을 고발한다.

저는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직접 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구경하는 것도 그리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주변에는 지독한 축구 팬이 한 명 있습니다. 한마디로 저는 축빠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최근 결혼했습니다.

결혼합니다.

뭐 좋습니다. 결혼은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결혼할 수 있습니다.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언론을 사적 목적으로 사용한 것입니다.

결국 기사 떴다.

그것도 심지어는 미디어 다음 스포츠의 축구 코너에 축구 포토, 동영상 뉴스로 뜬 것입니다.

K-리그 팬의 '우결'-포항팬과 울산팬, "우리 결혼해요."

(선략)

여기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 드디어 결혼에 골인하는 K-리그 팬 커플이 있다. 놀라지 마시라. 심지어 이 커플은 각각 둘째가라면 서러운 '명문구단' 포항스틸러스와 울산현대의 팬이다.

(후략)

그렇습니다. 도대체 누군지도 잘 모르는 두 명이 축구 팬이란 이유로 포탈의 메인 화면을 차지한 것입니다. 한 명은 포항 팬이고 한 명은 울산 팬이어서 대적하는 분위기라지만 저는 그런 거 잘 모릅니다. 그보다 이렇게 사적으로 결혼하는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홍보한 것. 이것이야 말로 언론을 사적 목적으로 사용한 것 아니겠습니까?

자, 여기까지는 농담이었고요, 아는 후배가 결혼했는데 그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언론에 등장하여 이렇게 '고발' 형식으로 글을 써봤습니다. 평소 이런 식의 글을 자주 쓰다 보니 아주 술술 나오더라고요. 저는 12월 20일 토요일 오후 1시에 울산에서 결혼한 둘의 결혼식을 다녀와서,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2월 19일 오후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남편 되는 후배와 함께 내려가기로 한 몇 명과 함께 동서울 터미널을 출발하여 울산을 향했습니다. 울산에 도착하여 그 친구를 잘 보내고 숙소를 잡았을 리가 없죠. 기왕 울산까지 온 김에 회나 한 접시 가볍게 먹으려 횟집으로 향했습니다. 이 두 커플이 언제나 울산 회는 맛있다고 노래를 불러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회를 듬뿍 먹고, 두 명을 보낸 뒤 함께 간 2명과 함께 방을 잡고 쉬었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결혼식장. 바글바글한 사람들 속에 둘의 결혼식이 시작하였습니다.

통로로 먼저 입장하려는 신랑과 신부가 뒤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신부가 입장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장인 어른에게 신부를 받아 앞으로 나가는 신랑. 사진사가 가리고 있어서 잘 찍히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저보다 더 멋진 사진을 찍었으리라 생각 됩니다만.

부모님께 인사 드리는 신랑 신부. 요즘은 저렇게 엎드려서 절하나요? 힘들겠어요. 하지만 정말 힘든 건 이게 전부가 아니죠. 미리 사회자에게 언질을 두어 식 마지막에 신랑에게 힘 좀 쓰게 하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고작 시키는 건 토끼뜀입니다. 쳇. 약합니다. 약해요.

그마저도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 대충대충 뛰어가는군요.

게다가 축가는 두 팀이 불렀습니다. 한 아가씨와 두 명의 총각이 두 번 불렀습니다. 그런데 왜 두 번일까 생각해봤더니, 그것은 아마 신랑측인 포항 스틸러스 팬과 신부측인 울산 현대 팬이 한 팀씩 나온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부부에게 확인한 것은 아니니 틀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가족 분들의 인사가 끝나고 결혼식은 순조롭게 끝났습니다. 너무 순조로워서 재미없었습니다. 갑자기 한 아가씨가 아이를 안고 나타나서 "이 애는 어찌할 건가요!" 이런 이벤트가 있어야 재미있는데 말이에요.

퇴장하면서 썩소를 내뿜는 신랑. 신랑이 제주도 출신인데다가, 최근 마구 살이 쪄서 저는 이 친구를 제주산 흑돼지. 아니 제주산 똥돼지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전엔 이렇게 살찌지 않았는데, 취업하더니 살찌더라고요. 회사가 참 편한가 봅니다.

그런데 받아온 식사권을 보니 이웃의 토토로의 토토로 도장으로 혼주 측 확인이. 거참. 여기서까지 오덕의 면모를 보이다니. 이 부부의 앞날이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