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재는 1847년에 지어진 창덕궁의 건물입니다. 원래 낙선당으로 창경궁의 일부였습니다. 고종도 이곳에 지낸 적이 있으며, 1917년 창덕궁에 큰 불이 났을 때 순종도 낙선재에 머물렀습니다. 마지막 황후인 순정효황후가 1966년까지 여기서 기거하다 숨졌으며, 1963년 고국으로 돌아온 영친왕과 그의 부인 이방자는 각각 1970년과 1989년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덕혜옹주 역시 어려운 삶을 보내다 1962년 낙선재로 돌아와 여생을 보냈으며, 1989년 사망했습니다.
2008/12/09 - 창덕궁을 일본인 관광객과 함께!
2008/12/13 - 무료 가이드와 함께 하는 고궁 순례
고궁 관람과 관련된 일반 정보는 위 글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8/12/23 - 한겨울의 창덕궁 기행 - 건물편
2008/12/23 - 한겨울의 창덕궁 기행 - 후원편
2008/12/23 - 한겨울의 창덕궁 기행 - 낙선재편
낙선재는 동궁 오른쪽 아래에 있는 작은 구역입니다만, 일반 관람으로 볼 수 없습니다. 매일 10시 20분과 오후 4시에 1시간 동안의 특별 관람으로만 볼 수 있답니다.
낙선재 특별관람에는 특별히 성정각을 볼 수 있습니다. 성정각을 본 이야기는 원래 낙선재 관람에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만, 내용상 창덕궁 기행 - 건물편으로 넣었습니다.
낙선재로 향하는 길은 동궁 아래 쪽으로 있습니다. 이 길에는 봄에는 진달래가 활짝 펴서 무척 예쁘다고 합니다. 겨울보다는 봄에 오는 게 더 좋을 거 같군요.
이 길을 쭉 내려가면 오른쪽에는 문이 하나 있습니다.이 문을 열고 나가면 종묘로 이어집니다. 앞서 사진에 있던 언덕은 원래 있던 것이 아니라, 종묘와 창덕궁을 나누기 위해 일부러 만든 언덕입니다. 이와 같이 창덕궁, 창경궁, 종묘, 경복궁은 과거에는 모두 연결되어 있었다고 하네요. 지금은 종묘와 창경궁만이 이어져 있습니다.
낙선재의 문에는 장락문이라는 현판이 걸려있습니다. 이 현판은 후원에 있는 연경당과 이름이 같습니다.
이 사진은 연경당의 장락문입니다. 이렇게 사진으로 비교해 보니 모양이 많이 다르군요. 해설사 분의 이야기로는 이 두 문을 착각하시는 분도 있다고 합니다.
드디어 낙선재 내부입니다. 이 건물의 이름이 바로 낙선재로써, 원래 이 본채 건물의 이름이었지만, 현재는 이 일대를 낙선재라 부르고 있습니다. 낙선재는 헌종이 개인적인 공간으로 쓰기 위해 지은 집입니다만, 이방자 여사가 1989년 별세할 때까지 쓴 곳이기도 합니다.
일반 양반집과 달리 문의 문양이 독특합니다. 그리고 누각 아래에 있는 묘한 문양은 얼음이 갈라진 모양으로, 뒤에 아궁이가 있기 때문에 불을 막기 위한 부적의 역할도 한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조선 시대 건물에는 다양한 형태로 화재를 막기 위한 부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경복궁, 창덕궁은 화재로 많은 손실을 당했습니다.
벽 역시 독특한 문양입니다. 이 문양은 거북의 등으로 영생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다른 양반집에는 없는 것으로, 낙선재의 독특한 모습입니다.
우측에는 낙선재 특별 관람을 설명해주신 해설사 분입니다. 이 날의 낙선재 특별 관람 때는 관람객 2명과 해설사 한 분. 이렇게 3명이서 조용히 돌아봤습니다. 특히 관람객 모두 두 번째 관람이었기 때문에 해설사 분께서는 질문에만 대답해 주시고 함께 조용히 돌아다녔습니다. 덕분에 편했다고 하시더군요.
낙선재의 독특함은 역시 창호문의 문양입니다. 다양한 문양이 화려하게 그려져 있어, 단청은 없지만 단색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낙선재를 나오면 ㅁ자형으로 만들어진 석복헌이 나옵니다. 석복헌은 헌종이 후궁인 경빈 김씨를 위해 지어준 곳입니다. 낙선재 바로 옆에 있는 경빈의 석복헌에는 헌종의 경빈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헌종은 세도 정치 속에서 8세의 어린 나이에 즉위합니다. 게다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혼 후 왕비를 간택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때 3명의 후보 중 한 명과 혼인하게 됩니다. 그때 경빈도 이 중에 한 명이었으나, 할머니인 순원왕후가 다른 이를 고르죠. 그러나 3년 동안 후사가 없자, 경빈을 새롭게 후궁으로 맞이하여 석복헌에서 함께 지내게 합니다. 하지만 헌종은 2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뜹니다.
석복헌은 낙선재와 달리 ㅁ자형으로 작고 아담하지만 아름답습니다. 문양도 낙선재가 힘찬 느낌이라면 석복헌은 훨씬 섬세한 느낌이 듭니다.
난간에는 호리병의 모양을 한 장신구와 박쥐가 있는데, 호리병은 다산을 의미하며, 박쥐는 중국어로 복과 발음이 같아, 복의 상징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합니다.
석복헌을 나서면 수강재로 향하는 문이 나옵니다.
수강재 역시 헌종이 지어준 곳으로, 할머니 순원왕후의 장수와 건강을 기리는 이름입니다. 그런데, 수강재는 시할머니인 순원왕후가 살던 곳이니 석복헌에 살던 경빈은 어떠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어머니도 어려운데, 시할머니에 수렴청정을 하던 왕후라니. 저라면 갑갑할 거 같습니다.
수강재는 낙선재나 석복헌과는 달리 훨씬 차분한 느낌입니다. 수강재는 고종의 외동딸인 덕혜옹주께서 일본에서 돌아와 28년 동안 기거하다 1989년 돌아가신 곳이기도 합니다.
수강재를 돌면 뒤쪽 정원으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집 뒤쪽은 언덕으로 위에는 취운정이 보입니다.
포도 역시 복을 상징하는 상징물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집 곳곳에 복과 다산, 안녕을 기원하는 장식물이 많습니다.
문을 통과하면 한정당으로 향하는 언덕이 나옵니다. 이 건물은 조선시대가 아닌 일제 강점기에 지어져, 창문에 유리를 사용하고 타일을 바른 기단을 설치하는 등, 조선시대보다는 현재 남아있는 한옥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문을 지나면 상량정으로 향하는 길이 나옵니다.
문을 나서면 바로 낙선재 뒤편. 상량정으로 향하는 정원입니다.
상량정으로 향하는 길 앞에는 역시 괴석이 놓여있습니다.
계단을 오르면 문의 모양이 재미있습니다. 낙선재 뒤편이 문 사이로 보입니다.
상량정은 6각형 정자로 원래 평원루였으나, 일제 강점기에 상량정으로 이름이 바뀐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런데 상량정 아래로 들어가 보면 독특한 걸 볼 수 있습니다.
상량정 내부는 공개되지 않습니다만, 이렇게 상량정 아래에 뚫린 작은 구멍으로 상량정 내부의 예쁜 문양을 볼 수 있습니다.
상량정 안쪽에는 둥근 모양의 독특한 문이 보입니다. 이 문은 조선의 양식은 아니고 중국의 양식을 본떠서 만든 문이라고 합니다. 중국 영화 등에 나올 거 같은 모양이죠?
그 옆에는 동궁에서 세자가 지나가는 복도가 있습니다. 건물이 무척 낡아서 무너질 거 같은 낡은 건물입니다만, 건물 자체의 역할은 특별히 없고 다른 건물과 건물을 이어주는 복도입니다.
원래 모두 창호가 붙어 있습니다만, 지금은 모두 뚫려 있습니다. 덕분에 내부 모양을 볼 수 있습니다.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만.
저 멀리 인정전이 보입니다.
바로 담 너머로는 동궁 터가 보입니다.
다시 반대쪽으로 가면 한정당이 보입니다. 바로 석복헌 뒤편이기도 합니다. 문에 유리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죠? 오히려 우리에겐 더 익숙한 한옥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역시 이 앞에도 괴석이 많이 놓여있습니다. 그런데 오른편에는 한 남자분이 서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낙선재 특별 관람을 함께 본 또 한 분의 관람객입니다. 그런데 이 분은 무언가 케이스를 하나 들고 있었습니다. 저는 무슨 악기인가 싶었는데, 물어보니 바톤. 즉 지휘봉이었습니다. 그래서 호기심을 갖고 저와 해설사는 무얼 하시는 분인가 꼬치꼬치 물었습니다. 왜냐면 오전 일반 관람을 할 때도 주변을 서성이는 이 분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휘를 공부하고 현재는 베를린 필하모니커에서 함께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 주 지휘는 아니지만, 앞으로 지휘자를 꿈꾸는 분이랍니다. 안 그래도 요즘 베토벤 바이러스니, 노다메 칸타빌레 때문에 지휘자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고 들었는데, 해설사 분이 너무 좋아하시면서 물어보시더군요. 성함도 들었으니 나중에 훌륭한 지휘자로 성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담 너머로 보이는 곳은 창덕궁이 아닙니다. 바로 창경궁이죠.
이곳은 가장 마지막에 들르는 취운정. 취운정은 정자보다는 옆에 있는 아궁이의 모양이 특별합니다.
이렇게 건물 옆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쭉 빠져 있어 깊은 구멍입니다.
그뿐 아닙니다. 굴뚝 역시 다른 굴뚝이 벽돌을 쌓은 형태를 하고 있다면, 이 굴뚝은 이처럼 기왓장을 쌓아 올린 듯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굴뚝은 이런 모양을 하고 있죠.
그런데, 여기서 관람객 2명은 해설사 분에게 나쁜 부탁을 합니다. 원래 잠겨 있는 문을 열고 창경궁을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이죠.
문을 열고 창경궁을 바라보니 느낌이 독특합니다.
텅 빈 창경궁에는 한 커플이 조용히 산책하고 있을 뿐입니다. 평일에다 비가 온지라 창경궁엔 사람이 정말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겨울철에는 갈 수 없는 옥류천을 제외하고 한겨울에 창덕궁을 기행해 보았습니다. 주말에는 관람객이 많다고 하니, 평일에 시간을 내서 일반 관람과 특별 관람을 모두 함께 하시면 창덕궁을 더 즐기기 좋지 않을까 생각 듭니다. 특히, 다른 어떤 곳보다 창덕궁이 보존 상태가 좋고 가장 마지막까지 쓰여지던 곳이라, 느낌이 다릅니다.
저는 창덕궁의 여러 곳 중에서 낙선재가 가장 좋습니다. 화려한 느낌의 낙선재와 아담한 석복헌. 그리고 낙선재 뒤편에 있는 상량정, 한정당, 취운정의 정취가 좋습니다. 창덕궁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 창덕궁 일대와 창경궁까지 함께 볼 수 있는 점이 좋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낙선재 일대를 좀 더 집중적으로 보기 때문에, 지나며 설명 듣느라 정신 없는 일반 관람보다 아기자기하고 즐겁기도 하고요.
저는 그래서 4대 궁궐 중 창덕궁을 가장 추천하고, 그 중 낙선재를 꼭 가보시길 권합니다.
한겨울의 창덕궁 기행은 다음 세 편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2008/12/23 - 한겨울의 창덕궁 기행 - 건물편
2008/12/23 - 한겨울의 창덕궁 기행 - 후원편
2008/12/23 - 한겨울의 창덕궁 기행 - 낙선재편
건물편부터 시작하여 낙선재편까지 함께 즐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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