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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 늦은 시간. 퇴근을 하던 저는 삼성역에서 심야 늦게까지 다니는 146번 버스를 탑승했습니다. 이 버스는 집 근처로 가는 방향이긴 합니다만 집까지 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곳까지 가서 내렸습니다. 걸아갈까 생각이 들었지만 쏟아지는 비 속을 걸어갈 마음이 들지 않아 택시를 잡아 탔습니다.
개인 택시였습니다. 연세는 제 아버님보다는 젊어 뵈는 그런 분이었습니다. 저는 쑥쓰러움을 딛고 조그마한 선거운동을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조심스럽게 택시 기사분에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편의상 택시 기사분의 말씀은 기사로 제 이야기는 南無로 줄이겠습니다.
南無 혹시 7월 30일에 교육감 선거 있는 거 알고 계신가요?
기사 네?
南無 서울시 교육감 선거요. 맞다 먼저 서울 사시나 여쭤봐야 하는데.
기사 길음동 살아요.
南無 아,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투표하실 건가요?
기사 글쎄요. 누가 나오는지도 모르겠고 누굴 찍어야할지도 모르겠고. 안할 거 같네요.
아아… 역시나였습니다.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은 있을지 몰라도 정보가 너무 부족합니다. 홍보도 전혀 안되고 있는 것입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반성하셔야 합니다. 물론 정부도.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죠.
南無 교육감이 많은 권한을 갖는 건 알고 계시나요?
기사 저도 군대간 대학생 아들과, 고등학생이 있어요. 관심은 많지만 누가 누군질 알아야죠. 차라리 교육에 대해서 잘 아는 교사들이 뽑아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시민들이야 교육감 선거에서야 들러리죠.
역시 학부모인지라 관심이 많으시지만, 잘 모른다는 게 큰 문제군요.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교사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기사분의 문제 의식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주경복 후보는 교육 민주화를 위해 학부모와 교사가 직접 선출하는 교장선출제를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끼를 던져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南無 그런데, 교장을 학부모와 교사가 직접 선출할 수 있는 제도를 실시하자는 후보가 있다면 어떻게 생각하세요?
기사 오! 그런가요? 그런데 교사를 믿을 수만은 없잖아요. 자기 생각만 할테고. 학부모의 치마 바람도 무시 못 하잖아요.
그렇습니다. 학부모인 기사분께서는 교사에 대한 신뢰가 그리 많지 않군요. 그러다보니 '전교조 NO' 같은 이상한 캐치 프레이즈를 들고 끼어드는 후보가 생기는 겁니다. 학부모, 학생, 교사가 함께 교육을 챙겨 나가야하는 법인데 안타깝습니다.
南無 그렇죠. 그러니까 학부모와 교사가 견제하고. 거기에 교육감도 서로 견제해서 나아가야죠.
기사 좋은 정책인 거 같네요. 그런데 그런 후보가 있나요?
맞습니다. 있습니다.
南無 있죠! 누군지 궁금하세요?
기사 그럼요.
이 정도면 낚았다고 생각하지만 조금 더. 제가 생각해도 조금 악랄합니다. 죄송합니다 기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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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無 기호 6번이에요. 어떠세요? 투표할 생각이 드나요?
기사 아, 그렇군요. 이름이?
南無 주경복 후보랍니다.
기사 7월 30일에 투표하러 가야겠군요.
南無 혼자만 가시지 마시고 사모님도 함께^^
기사 그래야죠~
그리고 기사님과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정당 추천이 아니겠지만 각 당의 정책과 연결되는 후보가 있는 거 아니겠냐고.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죠. 심지어는 1~4번 후보는 모두 파란색 프랭카드를 들고 나왔다고요. 안봐도 비디오라고 말씀드리고, 그 정당이 주경복 후보가 여론 조사에서 높게 나오니 심하게 견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저보고 선거관계자냐고 묻길래 그냥 자발적으로 나서는 거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돈 한 푼 안받고. 그랬더니 그럼 충분한 선거관계자라고. 그렇게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이 대단한 거라고 칭찬해 주셔서 몸둘 바를 몰랐습니다.
그러면서 학생들 이야기.
南無 요즘 학생들 너무 불쌍해요. 잠도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기사 그러게요. 공부 이전에 사람이 되야 하는데. 공부만 시키고 그러고 사람 되라고 하니 원.
南無 너무 경쟁만 하지 말고 학생들 쉴 땐 쉬고 놀 땐 놀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기사 그게 쉽겠나요?
南無 하지만 최소한 어른들이 도와줘야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마침 미터기에 찍힌 금액은 4,000원.
기사 거스름돈이 6천원이네요. 하하~
南無 좋은 하루 되세요. 7월 30일 투표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짧은 20분 정도 시간 동안 두 분의 유권자를 포섭했습니다. 물론 저는 운이 좋았던 거겠죠. 마침 학부모였고 관심도 많으셨으니까요. 하지만, 여러분 조금이라도 다른 분들이 관심을 갖도록 하고 설득한다면 7월 30일 승리를 위해 한발자국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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