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상황입니다에서 실황 중계를 한 것처럼, 저는 25일 밤 8시부터 26일 새벽 3시경까지 장장 7시간을 도심을 행진하는 시민 들과 함께 했습니다. 저는 25일 새벽. 종로에서 7시간 동안의 기록을 쓰고 시내로 나서면서 또 이렇게 밤새 시민들과 함께 하리라 생각치는 못 했습니다.
이 행진의 시작은 세종로를 통해 광화문으로 진출하려던 시민들을 파이낸스 센터 앞에서 기동 중대 10개가 모여 막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때 사진에 보이는 흰색 셔츠에 양복차림의 안경쓴 양반은 종로경찰서장으로 추측됩니다. 저는 시내에 늦게 나와서 몰랐지만 이미 낮 시간 동안 시민 들이 세종로 사거리를 통과하여 광화문에서 청와대 입구 도로까지 진출했던 것을 몰랐기 때문에 왜 이렇게 기동중대가 많이 가로 막는지 몰랐습니다. 사진 찍을 때도 찍는 상대가 종로경찰서장인진 몰랐습니다. 서장이 진두 지휘하는 상황. 아주 긴박하고 폭력적이고 위험한 '시위대'를 대상하는 건가 봅니다.
이에 시민 들은 다시 흩어졌습니다만, 마침 청계 광장에서 진행 중이던 촛불 문화제가 종료되며 그 분들이 합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맞추어 기동대는 시청 광장까지 선을 밀고 나와 진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시민 들과 기동대는 다시 대치하는 상황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죠. 기동대는 추가로 투입되어 장벽을 두텁게 쌓고 정면 뿐 아니라 측면을 통해 시민 들을 압박합니다. 일부 구석에서 기동대는 시민 들을 끌어당기며 폭력을 유도하였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서슴치 않게 폭력을 자행하였습니다.
덕수궁 돌담기 옆 시청역으로 들어가는 입구 옆입니다만 좁은 골목과 나무 등으로 시야가 가려지는 것을 이용한 기동대는 이쪽 부근에 있던 시민 들을 끌고 갑니다. 기동대원은 몸으로 가리며 사진 찍는 걸 방해했고, 결국 이 시점 이후 이 시민은 압박에서 풀려나 다시 시민 들과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기동대는 채증조를 이 시점에 운영하지 않고 있었고, 체포 의사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죠. 하지만 그건 안이한 생각이었습니다.
시민 들은 플라자 호텔 앞에 모여 행진을 결심합니다. 광화문 진출을 시도하던 시민들과 청계 광장 촛불 문화제를 마치고 온 시민 들이 다수 합류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써 밤 10시부터 12시를 넘어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졌던 시민 들의 행진이 시작됩니다. 이런 행진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또는 이런 불법 행진을 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비난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시민 들의 뜨거운 마음은 쉽게 가라앉을 수 없었습니다.
명동 우체국을 지나 광교를 통해 진출하다 광교가 완전 봉쇄된 것을 확인한 뒤 남대문을 통해 서울역, 서대문 경찰청을 통해 신촌을 향히 시민 들은 나아갑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 들의 목표는 토론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만, 왜 목적지가 신촌이었는가? 왜 그렇게 계속 행진을 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습니다. 일설에서는 쁘락찌가 있어 의도적으로 신촌으로 몰고 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사실을 확인할 바가 없습니다. 어쨌든, 굳이 신촌으로 갈 필요는 없었고 그보다는 많은 인원을 이용해서 시내를 계속 도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남대문을 빠져 서대문, 독립문, 이대, 신촌까지 오면서 1시간이 넘는 행진 동안 시민 들은 너무 지쳤고 많은 분 들이 뒤로 뒤쳐지고 말았습니다. 도중 산발적인 충돌은 있었지만 별다른 제재는 없었습니다. 이런 점이 많은 사람들이 쁘락찌가 관여한 것 아닌가 하고 의심하게 되는 이유 같습니다. 더불어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의 방향을 너무 쉽게 안 거 아니냐고 의심하던데요. 그건 너무 쉬웠던 것입니다. 시내 여러곳에 설치된 CCTV와 곳곳에 있었던 교통경찰들. 그리고 시민들 사이에 섞여있던 형사들을 통해 우리 들의 행로는 낱낱이 확인되고 있었을 겁니다. 그것도 못 했다면 경찰이 한심한 거겠죠. 정보력 부족, 조직력 부족.
도중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을 지나던 도중에 시민 들이 저지른 만행(?)입니다.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의 돌덩이에 마구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목적지인 신촌에 도착하여 로터리를 점유하고 서있는 시민들.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자 쉬자는 소리와 함께 뒤에 쳐진 시민들과 합류 등을 이유로 시민들은 서서 기다리게 됩니다. 그러나 이때 저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역 주변으로 사복 형사들이 모이는 것을 보았고, 안그래도 아현 고개를 넘으면서부터 사복 형사 수가 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로부터 10분 정도 뒤 사태는 시작 됩니다.
수십 대의 기동대 버스가 이대 역부터 신촌 역에 걸쳐 도착하였고 바로 하차한 기동대는 시민들을 반으로 갈라 서강대와 연대 방면으로 흩어 놓습니다. 그 과정 중에서 기동 1중대는 시민들을 애워싸고 체포를 시도합니다.
어떤 분들이 전의경의 사진은 지워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의견을 주셨지만, 그들이 비록 의무 복무를 하는 것이라 해도 그들은 똑같은 경찰 공무원으로써의 의무를 갖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어떠한 핑계도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법이 정한 대로 집회에 대처해야 하고 어떠한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지금 이 사진에서 카메라를 째려보고 있는 대원은 제가 옆에 붙어서 어깨를 대고 있자 방패로 저를 밀치며 쳐내던 대원입니다. 사진기를 들이밀자 멈추고 저를 쳐다보는 모습을 볼 수 있죠. 오른쪽 구석에서 저를 째려보지만 하나도 무섭지 않습니다.
이렇게 밀고 당기기를 시작하던 도중 갑자기 근무복 차림의 직원 중대가 뛰어옵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전의경으로 구성된 기동대와 달리 순경 이상 급의 정식 경찰 공무원 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아무런 장비도 없이 이 현장에 뛰어든 것은 바로 "체포"를 위해서 였습니다. 사진으로 담지 못 했지만 이들은 산개하여 시민을 무작위로 잡아들이려 했고 저는 그 상황에서 그들을 떼어놓고 저도 탈출해야 했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상황이 못 되었습니다.
기동대는 시민들을 서강대와 연대 쪽으로 나누었고 저는 연대쪽으로 밀려났습니다. 기동대의 재수없는 "yes i can" 구호와 함께 시민을 겁주며 다가 왔습니다. 저야 앞에서 소리를 지르던 말던 방패를 휘둘던 말던 그리 무섭지 않지만, 이미 처음 이런 상황을 맞이하는 시민들은 도망치기 바쁩니다. 겁나죠. 이렇게 진압 장비를 갖추고 방패를 바닥에 찍으며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지르며 다가오는 전의경들. 생각만 해도 오싹할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겁먹은 시민들은 오히려 퇴로를 잃고 많은 분들이 연행되고 말았습니다. 혹시 이런 상황을 닥치게 되면 절대 혼자 떨어지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뭉치세요. 전의경이 떼거지로 달려 들어 포위하려 하면 최대한 틈을 비집으며 빠져나가세요. 절대 벽을 등지지 말고 언제나 도망칠 길을 찾도록 하시고, 주변 사람이 끌려간다고 해서 그들의 몸을 잡고 몸싸움 하지 마세요. 전의경 1명이 붙잡아서 시민 2이 붙으면 전의경 5명이 붙습니다. 그러다보면 몸싸움 일어나고 채증조에 사진 찍히고 같이 구류됩니다. 끌어낼거라면 뒤에 붙어있는 기동대 대원을 떨쳐내야지 같이 사람 잡고 줄다리기 하시면 안됩니다.
이 사람은 진두 지휘하던 경비과 형사로 추측됩니다. 서대문 경찰서 소속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제가 현장을 촬영하자 몸으로 가로막고 "왜 사진 찍냐?"고 항의하셨고 저는 오히려 이 분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자 "왜 나를 찍냐?"고 무척 불쾌해 하셨습니다. 불쾌해 하시던 말던, 저는 현장을 자유롭게 찍을 것이고, 이렇게 막는다면 오히려 대놓고 올릴 것입니다. 저를 막지 마십시오.
그런데 문제는 제가 카메라 메모리를 이 시점에서 꽉 채웠다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이후 사진은 핸드폰 카메라가 됩니다. 그래서 실제 폭력 진압 장면은 제대로 못 찍었습니다. 사실 찍을 겨를도 없었어요. 몸으로 방패를 밀어내고, 끌려가는 시민들을 함께 구출하고 제 몸도 추스리고. 바뻤습니다.
이후 기동대는 연대쪽으로 밀고간 시민 중 일부를 벽으로 몰아놓고 연행을 시도합니다. 이 사진은 저도 이미 긴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몸으로 밀치고 들어가 찍었고 찍자마자 뒤로 빠져나왔어야 했습니다. 이후 사진은 제대로 찍히지 않거나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기동대를 밀어내고 시민들과 함께 연대 방향으로 뛰쳐 나와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저는 구석 편의점으로 숨어들었습니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수분을 섭취하고 친구들과 연락을 하면서 사진을 백업. 그리고 다시 신촌 로터리로 향했습니다만…
이미 상황 종료 후였습니다. 시민들은 뿔뿔히 흩어지고 기동대는 철수를 시작한 다음이었던 거죠. 여기까지 걸리는데 단 1시간도 안걸렸던 것입니다. 종로에서 100여명도 안되는 시민들을 밀어내는데 2시간 가량 걸렸던 것에 비해 뛰어난(?) 작전 성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경찰 입자이고 시민 입장에서는 울화통이 터질 상황입니다. 평화롭게 행진 중이던, 물론 그것이 불법이라 하더라도, 그들을 갑자기 습격하여 체포하였고, 방패를 집어던지고 주먹을 날리는 놈. 그런 의경을 보고 끌어댕겨서 발길질(!)하는 소대장. 어이가 없었습니다. 언제부터 기동대가 무기를 들지 않은 시민들을 향해 마음껏 발길질하고 방패질해도 되었습니까? 무력 저항하지 않는 시민들을 향해서는 방패조차 조심스럽게 밀고 시민들이 다치지 않게 해야하는 게 경찰 아닙니까?
저는 어제까지는 지령을 내리는 수뇌부가 나쁜 놈들이고, 전의경들은 불쌍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몇천 명의 전의경이 시내에서 아침부터 밤새 대기해야 하고 상황 대처해야하고 힘든 거 아주~ 잘 압니다. 하지만 이들은 자기 보호를 넘어 극도의 흥분 상태에서 시민들을 대하였고 시민들은 그 앞에서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시민들이 폭력적이라고 옹호하는 전현직 전의경의 이야기를 제 블로그를 통해서도 보았습니다. 한마디로 웃기는 헛소리라고 밖에 말 못 하겠습니다. 훨씬 소수의 시민들이 진압복과 방석모, 진압방패를 갖추고 대열을 갖추어 등장하는 기동대에 어떻게 폭력적으로 대처하겠습니까. 무서워서 떨 뿐이고 경험이 있는 일부 시민들이 방패에 몸으로 맞설 뿐이었습니다. 시민들은 어떠한 무기도 손에 들고 있지 않았고 다들 가벼운 차림이었습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시민들은 공포에 떨며 도망치거나 구석으로 몰려 연행되었고, 일부 시민만 저항하였을 뿐입니다. 폭력을 먼저 휘두른 것은 시민이 아니라 진압하는 경찰 측이었으며, 거기에 앞장선 기동대 대원들은 살판 난듯 날뛰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눈 앞에서 목격한 저는 빠져나온 뒤 통한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왜 더 메모리를 백업하지 않았을까. 왜 더 좋은 카메라를 안샀을까. 왜 캠코더를 준비하지 않았을까. 저는 심지어 방패를 밀치며 "내가 저 기동화 발에 찍혀 쓰러진다면…"하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빠져나왔고 그래서 이렇게 무사히 이런 글을 씁니다.
우선 시민 여러분.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를 꼭 준비하세요. 특히 여성분들은 필참하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기동대가 위협하거나 폭력을 가할 때 카메라를 들이대며 폭행을 가하는 장면과 대원의 얼굴. 왼쪽 가슴의 이름. 그리고 들고 있는 방패의 부대 번호를 찍으세요. 그 다음 그 자료를 갖고 경찰청에 고발하십시오. 폭력 경찰로 해당 중대 지휘관 및 대원 모두 처벌을 받게 할 수 있습니다. 경찰도 같은 방법으로 시민을 감시하고 있으며, 그것을 증거로 사법처리 하니 주의하세요. 경찰이 찍는 카메라 주의. 그리고 카메라야 말로 우리의 무기입니다.
그리고 혹시 연행되더라도 무서워하지 마시고 침착하게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으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전화번호는 02-522-7284입니다. 그뒤 경찰이 혹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는가. 고지한 사람이 계급장 2개 이상의 순경 이상 계급인가 확인하세요. 전의경은 절대 체포의 주력이 될 수 없고 미란다 원칙을 고지할 수 없습니다. 연행 과정부터 연행 후까지 과정을 잘 기억하시고 혹시라도 피해를 입을 경우 상대방 이름을 확인하세요. 그리고 변호사와 통화하신 다음은 꾹 입다물고 묵비권을 행사하시는 게 좋습니다. 경찰이 뭐라하던 잘 대처하실 수 있다면, 또는 경찰서 좀 다녀본 경험이 있다면 별거 아닙니다만, 보통 시민들은 그 강압적인 상황에서 지래 혐의를 인정하기 좋습니다. 여러분이 폭력 시위를 했다는 증거는 꽤 찾기 힘듭니다. 심지어 사진이 나오더라도 그게 여러분인지 알기 어려울 겁니다. 절대 설레발로 먼저 이야기하지 마시고 꾸욱~ 다무세요.
그리고 현재 복무중인 전의경 여러분. 힘든 거 잘 압니다. 대체 왜 내가 이런 자리에서 이런 고생을 해야하는지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분노를 터뜨려야 할 대상은 힘 없는 시민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당신들의 적이 아니며 시민들 역시 대원들을 불쌍하게 여길 뿐입니다. 하지만 전의경 여러분들이 이성을 잃고 폭력적으로 변해갈 수록 당신들의 편은 없어집니다. 그리고 그런 분노한 대원들을 같은 전의경이라고 감싸시는 분들은 지능적인 안티 이상이 못 됩니다. 시민과 기동대원은 서로 적이 아닙니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뜨거운 마음을 분출할 곳을 찾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왔을 뿐이고, 대원들은 단지 의무복무로써 어쩔 수 없이 나온 것 뿐입니다. 시민들도 대원들을 향한 화를 푸시고, 전의경 여러분들도 마음을 풀고 시민들을 조심스럽게 대해 주세요. 물론 지휘관들이 힘들게 하겠지만 지휘관이 없는 곳에선 살살 모르게, 아시잖아요?
에피소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일부 시민들은 신촌 메가박스 앞에 집결하여 어떻게 할지를 의논하여 청계천으로 다시 향하였습니다. 이때부터 저와 함께 하여 청계광장까지 함께 하셨던 시민이 몇분 계신데 정말 고맙습니다. 특히 청계천까지, 그리고 집까지 태워다 주셨던 금호동 사시는 시민 형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모님이 걱정하실텐데 너무 무리하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