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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주제/게임

게임은 어플리케이션?

유저 인터페이스란 무엇일까?

너무 뻔한 이야기일까 싶습니다. 흔히 유저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라 하면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raphic User Interface)를 먼저 생각하기마련입니다만, 유저 인터페이스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그래픽 인터페이스 뿐 아니라, 사용자가 해당 기능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사용하는 가를 모두 보는 산업 디자인에서 특수하고 중요한 분야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에 비해서 쉽게 투자를 하지 못 하는 분야입니다. 게임을 만드는데 있어 그래픽, 게임 시스템, 스토리... 이런 부분에 비해 유저 인터페이스란 부분은 철학을 갖고 게임의 모든 부분을 표현하는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투자 대비 효용이 눈에 쉽게 보이지 않고, 딱히 앞장서서 보이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개발자 사이에서도 쉽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 재미있는 게임도, 그 좋은 게임도, 좋은 인터페이스가 없다면 귀찮고 복잡한 게임이 되기 쉽습니다.

흔히 인터페이스라하면, 채팅창이 있고 무기 슬롯이 있고, 정보 창이니, 인벤토리니, 메신저 창이니, 길드/파티 창이니 이런 게 있고 뭐 기능 들이 있으면 그만 아니냐. 손쉽게 생각합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각각의 구성 요소에 불과한 것이고, 실제로 중요한 것은 그런 여러 기능을 사용자가 어떤 흐름으로 이용하도록 의도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즉, 제작자의 철학과 신념이 은연 중에 드러나는 것이 인터페이스입니다.

조금 더 표면을 들여보면, 얼마나 예쁘고, 좋은 구성과 배치의 그래픽으로 인터페이스가 구성되는가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런 인터페이스가 각기 어떻게 동작하고, 서로 어떻게 연계되어 움직이는가, 게임이 하나의 어플리케이션으로 좋은 완성도를 갖고 있는가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층에는 사용자가 이해하기 쉽고, 의도하는 게임 내용에 맞게 유도하도록 하는 것이 인터페이스 그 자체입니다.

게임 시스템과 그 그래픽. 게임 컨텐츠 자체가 선물이라하면, 인터페이스는 그 포장지이자, 그 선물을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배달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선물을 이용할 수 있는 도구인 것입니다.

인터페이스란 측면에서 예전 프로젝트에서 서브로 작업한 것과 이후의 웹 스토리 보드 제작을 벗어나서 실제 게임 인터페이스를 하는 것은 처음입니다만, 위와 같은 사상과 신념을 충분히 이해하고 제작에 임하고는 있습니다. 제가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는 문제이긴 합니다만.

이렇게 중요하고 특수한 분야이지만, 실제로 그에 상응한 투자와 관심이 부족하고, 그에 따라 제가 같이 작업하는 이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은 안타깝기만 할 따름입니다. 그럴 때마다 "회사의 일정이 문제인 것이오!"라고 하지만, 정말 문제는 그런 인터페이스가 얼마나 중요하고, 얼만큼의 리소스 투자가 필요한지 설득하지 못 한 제 자신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현재 프로젝트에 참가한지 얼마 안되었다 해도, 그것을 못 한 것은 개발자로써, 게임 디자이너로써 부족한 면을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인터페이스란 것이, 거창한 신념과 철학이 있다고 잘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만큼의 시간과 꼼꼼한 분석, 꼼꼼한 디자인과 설계가 중요함에도 그렇지 못 했다는 점은 결과물의 부족함에 대해 아쉬움으로 나옵니다.

이번 제작에 있어 자아 비판을 하자면, 시스템 설계를 위해 유저 인터페이스 연구와 설계에 내 스스로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못 했다는 점, 그에 따라 적절한 일정과 리소스 조정을 요구하고 했어야 하나 그렇지 못 했다는 점, 거창한 철학과 신념은 그대로 있어서 규모가 크게 일을 벌인 점. 결국 스스로의 문제가 가장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인터페이스란 것은 학습에 의한 것이고, 많은 사용자에게 공개되어 버리는 오픈 베타 이후에는 크게 손을 대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 4차 클로즈 베타가 마지막이라는 절박감이 저를 괴롭히고는 있습니다만, 두 가지 목표를 세워고, 그 목표를 이루고자 합니다.

첫번째. 누가 뭐래도 쓰기 쉬워야 한다.
두번째. 어떤 구성에도 앞으로 유연한 설계여야 한다.

지금까지 진행 결과를 보았을 때, 첫번째는 조금 자신이 없습니다. 이 부분은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분석을 투자해서 조정했어야 하는데, 그것을 하지 못 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는 이전부터 준비해오던 것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루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아마도, 이전 포스트를 유심히 보였던 분은 제가 만들고 있는 게임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은 합니다. 그리고 이번 4차 클로즈 베타에서는 이전까지와 유저 인터페이스가 크게 다릅니다. "에게~ 디자인만 바뀌었잖아?"라고 생각할 분도 있겠지만, 위 두 가지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고, 그 한정된 자원 안에서는 최대한을 했다고는 보고 있습니다.

첫번째로 게임을 만들고 있고, 그 첫번째 치고는 이것저것 하고는 있습니다만, 가장 하기 싫으면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면서도, 그리고 가장 재미있게 여기고 있는 것이 그 중 한가지. 바로 인터페이스입니다. 그 인터페이스가 어느 정도 결과물이 나오는 것을 보고 내심 기쁘기도 하고, 당장 평가가 나오기 시작하는 찰라라 밤에도 두근두근 잠에 들기 어렵습니다. 물론, 오랜만에 여유가 생겨 놀고 있는 것입니다만... 최근 이 업무 때문에 한달 이상을 열심히 일했으니, 가끔은 제게 여유를 주고 싶을 따름입니다.

자, 아직 다 끝난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끝은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첫번째 마일 스톤을 넘긴 이 시점에서, 그 간의 기록을 가볍게 남겨봅니다. 다음 마일 스톤을 넘기고 그 경과와 이에 대한 더 심도 깊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작업물과 함께 이야기를 하고 싶은 바램은 있습니다. 회사가 이해해줘야 가능한 일이겠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