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3일은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40년 전 떠나간 날입니다. 전태일 열사의 39주년 추도식이 경기도 모란공원에서 열렸습니다.
당시 많은 이들이 모여 추도의 물결을 이루었습니다. 여러 정당 정치인과 민주노동조합 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자들이 한데 모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의 한 마디가 불편했습니다.
우리 모두 전태일이 되는 길을 찾아보자는 노회찬 대표의 말
ⓒ연합뉴스
내년이면 전태일 동지가 사망 40주년 되는 해입니다. 참으로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긴 세월 동안 많은 변화도 있었습니다. 한국노총은 더 강해졌고, 민주노총은 새로 생겼습니다. 민주노동당도 창당됐고 현재는 진보신당도 있습니다. 이런 변화, 혹은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 현실은 그때보다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의문을 갖게 하는 문제들이 아직도 참 많습니다.
월급도 올랐고, 근로조건도 나아진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바로 40년 전과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외침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노동조합 인정하라는 외침이, 노동운동 탄압하지 말라는 외침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전체 노동자 60% 이상이 비정규직입니다. 임금착취 당하는 파견노동자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우리는 조금 나아졌는데 세상은 변했는가, 우리조직만 좀 좋아지고 세상은 그대로가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부끄러움이 더욱 커집니다.
오늘 이 자리에 민주노총 한국노총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모두 모여있습니다. 전태일 앞에서는 우리 모두 하나입니다. 이것이 바로 전태일 정신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거창한 약속보다도 우리 모두가 아직은 전태일이 되는 길을 찾자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전태일이 많아지는 길, 그것이 전태일이 바라는 세상을 앞당기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태일 열사가 살아있었으면 겨우 예순하나입니다. 한참 활동할 나이입니다. 전태일 동지가 살아있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대했을까, 전태일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는 것이 전태일이 되는 길일 것입니다. 우리 모두 전태일이 되는 길을 찾아봅시다.
이소선 어머님, 건강하게 오래 사십시오. 더 많은 전태일이 생기는 걸 지켜봐 주십시오.
2009년 11월 13일
진보신당 대변인실
물론 노회찬 대표의 뜻은 그런 것은 아니라 믿습니다.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이어간다는 표현으로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더 많은 전태일 열사가 생기는’ 일이 진정 좋은 일이라 할 수 없습니다.
전태일 열사의 죽음
전태일 노동자는 1948년 대구에서 태어나 1965년부터 청계평화 시장의 피복점 보조로 취업하여 이후 재봉사로 일합니다. 그러나 과중한 노동 환경으로 생긴 직업병인 폐렴으로 해고 되는 동료의 모습에 충격을 받습니다. 그리고 함께 해고 됩니다. 이후 바보회와 삼동친목회를 이어 노동기준법의 최소한의 조건이 지켜질 수 있도록 활동합니다. 하지만 그 운동은 번번이 무위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 노동자와 삼동친목회 회원들은 근로기준법 화형식을 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하지만 경찰과 사업주의 방해로 시위가 무위로 돌아갈 즘, 전태일 동지는 온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붙이고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쳤습니다. 그리고 그는 23살의 젊은, 아니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떴습니다.
그리고 그의 죽음을 바탕으로 노동기준법이 겨우 준수되는 세상이 왔습니다.
우리 중 한 명이라도 전태일이 되지 않는 길을 찾자
전태일 열사의 뜻은 소중합니다. 그리고 그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노동자가 일할 수 있었을까 의심스럽습니다. 저 역시 어떠했을까요? 제가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그나마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어둠은 많습니다. 많은 곳에서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장이 있습니다.
말마따나 그들 하는 말대로 “법대로”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근로기준법 대로 주 근무 40시간, 추가 근무 수당, 휴일 근무 수당 모두 받아 봤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직 추가 수당, 휴일 수당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제2의 제3의 전태일 열사는 필요하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청계천에서 온 몸을 휘발유로 적시고 몸을 불태운 전태일 열사가 필요한 때가 아닙니다. 한 명이라도, 우리 중 한 명이라도 전태일이 될 일이 없는 근로기준법의 법 하나 하나가 현장에서 지켜지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희생은 필요 없다
다시 노회찬 대표의 발언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전태일 정신의 강조는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의 환경을 이끈 선배에 대한 존경의 표현이자, 그 정신을 이어서 아직도 현장에서 무시되는 노동 현장의 기본권을 되찾자는 정신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희생은 이제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희생을 밟고 앞으로 전진하기 보다는 모두가, 우리 모두가 한 명이라도 희생의 제물이 되지 않도록 붙잡고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다시 한번 말합니다.
우리 중 한 명이라도 전태일이 되지 않는 길을 찾읍시다.
전태일 열사 39주년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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