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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야기

학원 사장님들 모여서 총력 투쟁 결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 더 이상 무너질 것이 남아있지도 않은 교육 현실. 거기에서 사교육의 선봉에 서서 열심히 돈 다발을 챙기고 계신 학원 사장님들이 모여 총력 투쟁을 결의하셨습니다.

"칠천만 잠들었을 때 학원형제 깨어 있었다
이명박의 전쟁선포에 살육당하지 않겠다"

이명박에 '뿔난' 학원계... "정부의 전쟁 선포에 살육당하지 않겠다"
"북한 가난한 건 학원 없기 때문... 학원이 한국을 선진국 만들 것"
"칠천만 잠들었을 때 학원형제 깨어 있었다!"

한국학원총연합회, 정확히는 '사장단' 모임에서 대규모 인원을 동원에서 여의도 공원에서 집회를 여셨습니다. 학원원장. 한마디로 사교육의 정점에 서있는 사장님들이 모여서 집회를 연 것입니다.

 
ⓒ 권우성

학원 사장님의 재미있는 요구

학원사장님들의 모임인 한국학원총연합회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사교육비 감경 대책을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특히 공교육의 학원화를 비판하면서 자기 밥그릇을 뺏어가지 말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서울이 공산주의 탱크 앞에 함락당했을 때, 경남과 부산은 낙동강을 핏빛으로 물들이며 이 나라의 공산화를 막아냈습니다. 그 힘으로 다시 서울을 되찾았습니다. 학원 교습시간 밤 12시까지! 경남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밤 12시 교습을 꼭 지켜내겠습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학원계에게 전쟁을 선포했는데, 가만히 앉아서 살육을 당하지 맙시다. 서울은 밤 10시까지 학원교습? 서울 여러분, 궐기하고 일어나야 합니다! 저희가 죽을 각오로 앞장서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왜 공산화가 나오는지. 재미있습니다. 누가 보면 학원이 나서서 한국 전쟁 때 열심히 싸운 줄 알겠습니다. 그때 학원이 있기나 했습니까?

학원 사장님들은 더불어 교습시간 제한을 철폐하고, 수강료 구제 해제, 학교의 방과후 학교 확대를 금지하여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고 더 돈을 퍼담기 위한 요구를 밝혔습니다.

북한이 가난한 건 학원 없기 때문이다?

동북아 국가들을 봅시다. 일본에는 우리나라보다 학원이 5~6배 많습니다. 일본 잘 살잖아요! 중국도 지금 학원 엄청나게 늘고 있습니다. 북한 보세요. 학원이 없어요! 그래서 북한이 가난한 겁니다! 우리도 학원 말살하면 (북한처럼) 낙후된 국가 됩니다!

언제나 나오는 북한 이야기. 학원이 많으니까 잘 산댑니다. 일본엔 학원이 많아서 잘 살고, 북한은 학원이 없어서 낙후된 국가랍니다. 참으로 재미있는 해석이지요. 웃기고 자빠졌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누가 보면 학원 사장님들이 반공 열사인 줄 알겠습니다. 그리고 사장님들은 스스로 열사가 되겠다고 자처했습니다.

노동계에서는 분신하면 열사라고 부릅니다! 학원계라고 열사 나오지 말라는 법 있습니까? 사교육 학원에 대한 대우가 달라진다면 내가 시너 갖고 와서 순교자 정신으로 분신이라도 하겠습니다!

네네, 맞습니다. 사장님들이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들고, 그리고 신너 붓고 분신하시면 열사로 인정해 드리겠습니다.

수상한 인파, 어디서 이렇게 많이 모으셨을까?

이 학원 사장님들의 모임은 여의도공원에 1만 명이 모였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전국 대부분 학원이 20일 당일 휴원했다고 합니다.


ⓒ 권우성

많은 분들이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가리고 있습니다. 요즘 집회 동원 일당이 7만원을 넘는다는데 설마 이 분들이 그런 분들은 아니겠죠? 그저 신종 플루가 무서워서 얼굴을 가리고 계신 거라 믿습니다.   

칠천만 잠들었을 때 학원형제 깨어 있었다?

이 분들은 이미 열사가 되신 듯 투쟁가를 불러댔습니다. 특히 농민가를 개사하여 불렀다 합니다.

칠천만 잠들었을 때 우리는 깨어 전국의 학원형제 울부짖던 날. 손가락 깨물며 맹세하면서 승리를 외치는 형제들 있다.

밝은 태양 솟아오르는 우리의 역사. 삼천리 방방골골 학원의 깃발이여. 찬란한 승리의 그날이 오길 춤추며 싸우는 형제들 있다

참 웃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이 분들도 먹고 살려고 한다는 거 압니다. 하지만 실제 학원 사장님들의 모임인 한국학원총연합회가 나서서 자신들은 열사인 것처럼, 나라를 지킨 이들인 것처럼 나서는 꼬락서니가 볼썽사납습니다.

남들은 빨갱이라 손가락질하고 자신들은 열사라 나서는 모습, 이 또한 이 시대의 한 모습을 투영하는 것 같으면서도 참 불편한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