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 값 아시죠? 동네 구멍가게든, 슈퍼마켓이든, 대형마트이든 빵집이든 들고 가기 편하게 담아주는 봉투 값을 받습니다. 이 봉투 값을 받는 것은 봉투가 환경 오염에 문제가 되는 비닐 봉투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떤 것에 담아주냐에 따라서도 가격이 다릅니다.
이와 같은 비닐 봉지는 20원입니다. 종류와 크기는 모두 다를지 몰라도 20원. 단, 이 봉투를 판매한 업소로 가져가면 다시 돌려줍니다.
이런 코팅된 종이 쇼핑백은 더 비쌉니다. 개당 50원입니다. 물론 이것 역시 되돌려주면 돌려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 비닐 봉투와 쇼핑백을 가져다 되돌려 받기는 귀찮습니다. 챙겨 두었다 다시 가지고 나가기도 힘들고, 집 구석에 보관하기도 귀찮고 그렇습니다. 그냥 나름대로 역할을 다 하면서 장렬히 산화하는 최후를 맞이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20원이던 50원이던 아깝지 않습니까? 몇 천 원어치 물건을 사가지고 돌아가면서 몇 십 원의 포장 값이라니. 아무리 환경을 아끼기 위해서라지만 이 돈 아깝습니다.
오늘은 점심을 간단히 빵으로 먹을까 해서 회사 근처의 빠리 바게뜨로 향했습니다. 요즘 동네 빵집은 거의 없어져 가고 이런 프렌차이즈 빵집만이 남아가는 추세라고 하더군요. 주섬주섬 빵 세 개를 담고 계산대로 향했습니다. 그러니 포장해 갈 거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저는 당당히 요구했습니다.
“종이 봉투에 담아 주세요.”
그랬더니 50원이랍니다. 아니, 계산대에서 잘 모르는 건지 아니면 날 속이려는 건지. 저는 항의 했습니다.
“그냥 종이 봉투는 공짜잖아요, 왜 돈을 받죠?”
아르바이트 생이 잘 모르는 거 같아서 설명해 줬습니다.
“비닐 봉투가 20원, 쇼핑백이 50. 그냥 종이 봉투는 공짜에요. 종이 봉투 없나요?”
그러자 다른 아르바이트 생이 와서 알았다면서 계산대 말고 다른 곳에서 종이 봉투를 꺼내 오더군요.
그래서 받아온 종이 봉투.
맛있는 빵 세 개를 점심으로 잘 먹었습니다.
이렇게 봉투 값을 소비자에게 받는 것은 재활용을 유도하는 측면에서 생긴 것이지 포장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생긴 제도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법이 개정되어 코팅되지 않은 종이 봉투의 경우 무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작 판매하는 가게에서는 이렇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을 꺼려합니다. 공짜로 주기 싫다 이거죠. 원가 몇 푼 않겠지만 소비자의 습성을 이용해서 봉투를 팔아 넘깁니다. 대부분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20원 50원. 거의 공짜에 가까운 이득을 가져갑니다. 그러니 정작 이렇게 돈을 내지 않아도 받아갈 수 있는 종이봉투를 숨기거나 권장하지 않습니다. 봉투는 업소가 제공하는 게 맞습니다. 20원, 50원도 봉투 값을 받는 게 아니라 재활용 되도록 잠시 예치금을 받는 것에 불과합니다. 가져가면 되돌려 주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마치 이것을 돈 받고 파는 것처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가게에서 물건 살 때 봉투 값 받으려 하거든 종이 봉투에 담아 달라고 하세요. 코팅되지 않은 종이 봉투. 봉투 값을 괜히 내지 않고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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