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야기/주류

와인 발암물질 얼마나 위험하길래?

Namu(南無) 2007. 10. 12. 14:38
어제 밤 KBS 9시 뉴스에서 다음과 같이 와인의 발암물질이 미국 FDA 권고 기준에 비해 최대 26배, 평균 7배 초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수입산 와인 발암물질 심각
(http://news.kbs.co.kr/news.php?kind=c&id=1439999)

에틸카바메이트 평균 농도는 109 ppb로, 미국 FDA 권고 기준인 15ppb를 7배 이상 초과했다고 하며, 검사했던 71개 와인 중 3개의 와인만 미국 FDA 권고 기준인 15ppb를 만족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뉴스가 부각된 것은 한나라당 식품안전 TF팀 위원장인 고경화 의원이 국정감사의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발표한 것입니다. 즉, 원래 뉴스 소스 자체가 고경화 의원이죠. 고경화 의원은 1974년생으로 현재 34세의 젊은 의원으로 17대에서 한나라당의 보건복지, 식약, 여성 가족 부문 정책의 주요 의원이기도 합니다. 젊은 이미지와 여성의 이미지로써 고경화 의원의 전공이기도 한 사회복지학과도 잘 맞는 적절한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자, 어쨌든 고경화 의원님께서 보건복지원회에서의 자료를 바탕으로 미국 FDA 권고 기준에 비해 평균 7배 이상 초과하고 있는 위험한 발암 물질이 수입 와인에 있다고 고발하셨습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와인이 그렇게 위험하고 와인 소비량이 많은 나라가 한국 말고 서유럽과 일본, 미국 등에 엄청난데 왜 그들은 조용할까? 그게 모두 유통과정 때문에 늘어나는 것일까,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뉴스 보고 와인 좋아하시는 분들 걱정하실 건 없습니다. 와인을 식사할 때마다 꾸준히 섭취하시는 분들 빼고요.

식품의약품안전청 산하 유해물질관리단은 뉴스에 대해 다음과 같은 보도 자료를 발표하였습니다.

KBS 9시 뉴스 ’07.10.11(금)’ 수입산 와인 관련 발암물질 ’심각’ 보도 관련
(http://safefood.kfda.go.kr/safefood/user/bbs/topicRead.jsp?prev_uri=topicList.jsp&board_code=00&seq=80)

이에 따르면 식품의약안정청은 2004년부터 모니터링 및 연구 중이며, 위해를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보고 있다 합니다. 다만 앞으로 저감할 수 있도록 하고 EU, WHO, CODEX 등의 국제 기구의 동향을 살펴 관리 기준, 규격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첨부 문서로 아래아 한글 문서가 들어있는데 요즘 그거 읽기 힘들죠.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1. WHO, Codex, EU 및 한국 등 대부분 국가는 기준이 없다. 캐나다만 과실주 400ppb, 테이블 와인 30ppb, 디저트 와인 100ppb, 청주 200ppb, 위스키 150ppb로 기준을 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특정 주류에 대해 위스키 협회 및 와인협회에서 자율적으로 저감화 수준을 위스키 125ppb, 테이블 와인 15ppb, 디저트 와인 60ppb로 정하여 추진 중.

2.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식품, 가공 식품에 대해 평가하였고, 2007년도에 수입 주류 및 다소비 주류에 대해 평가하고 있음.

3. 2007년 1월부터 국세청과 함께 에틸카바메이트 저감화 추진 중. 특히 과실주의 경우 2004년도에 3.48ppb~689.9ppb, 2006년 불검출~549ppb, 2007년 불검출~268ppb로 상당히 감소중이며, 저감화 방안으로 요소를 줄이고 숙성, 저장 및 보관시 가급적 온도를 낮출 것을 권고 중.


그렇죠. 국회의원 분들만 열심히 일하는 게 아니라 식품의약안정청은 2004년부터 모니터링 및 연구하여 저감화를 시키고 있습니다. 미국 FDA의 권고 기준 15ppb라는 건 어디에 있는 거죠? 식품의약안정청의 발표에 따르면, '테이블 와인'에 대해 15ppb로 하고 디저트 와인에 대해 60ppb로 기준을 잡고 있으며 이 역시 자율적인 권고안입니다. 우선 FDA가 아닌 미국 와인협회 즉 정부 단체가 아닌 생산, 판매자 단체에서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역시 FDA의 권고 기준에 들어가는진 모르겠습니다만 좀 틀린 거 같군요.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 테이블 와인과 디저트 와인이 무려 4배나 차이납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간단합니다. 섭취량이 다르기 때문이죠. 거기에 위스키나 과실주는 훨씬 높습니다. 법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캐나다의 경우 알콜 도수가 상대적으로 높으며 섭취량이 적은 과실주, 청주, 위스키에 대해서는 150~400ppb로 하고 있으며 섭취량이 많은 테이블 와인은 30ppb로 강력한 기준을 잡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섭취량이 훨씬 적은 디저트 와인은 0.06ppb로 가고 있죠.

여기서 테이블 와인과 디저트 와인을 잘 모르시는 분을 위해서. 테이블 와인은 밥 먹으면서 내내 홀짝 거리는 메인 와인이고 디저트 와인은, 식전/식후에 입맛을 살려주는 그런 와인을 말합니다. 이름 그대로죠. 즉 테이블 와인은 큰 잔으로 몇잔이고 마시지만 디저트 와인은 작은 잔으로 한 모금 밖에 안마십니다. 짠! 그렇습니다. 단순히 ppb가 중요한 게 아니라 1회에 얼만큼 섭취하는가 그 패턴에 따라서 에틸카바메이트의 양을 조절하는 게 좋다는 거죠.

미국 와인협회의 자율적 규제 말고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캐나다만 놓고 보자면, 평균적으로 따지면 어렵습니다. 저 71종의 와인이 각기 디저트 와인인지 테이블 와인인지 모르겠고 각기 와인의 수치에 대해서는 평균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캐나다에서 법적으로 조절하고 있는 기준이 아닌 미국 와인협회에서 놓고 있는 자율 기준으로 잡고 그것도 가장 낮은 것을 잡고 있는 거죠. 우선 제가 71종의 와인 리스트와 그 값을 못 찾았기 때문에 그걸 갖고 좀 더 자세히 봐야할 거 같습니다만, 우선 에틸카바메이트는 암 위험 물질로 보고 있는 것은 맞으나 그걸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며, 그 기준에 대해서 아직 공통된 기준이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암 위험 물질이 처음 발견된 건 아니고, 협회 자율 기준을 FDA 권장 기준인 것처럼 하고 수치를 가장 낮은 기준으로 잡은 것은 적절하지 않은 거 같습니다. KBS에서 보도한 기자가 의학 담당 기자였습니다만, 이런 식품 기준에 대해서는 잘 몰랐나 보네요. 아니면 고경화 의원님이 너무 띄웠던가.

71종의 와인의 종류와 각기 와인의 에틸카바메이트 양을 확인한 뒤 좀 더 조사해 봐야곘습니다만, 뉴스에서 크게 터뜨린 만큼 위험하지 않고, 우리의 와인 섭취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걱정은 하지 말라는 정도입니다. 캐나다나 미국 사람처럼 와인을 많이 드신다면, 약간은 조심할 필요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 그렇게 많이 안드시겠죠? 저도 한 달에 와인 두 어병 먹으면 많이 먹는 정도니까요. 그보다 2007년도 조사중인 섭취량이 많은 주류에 대해서 식품의약안전청에서 조사 중이니 그 조사가 더 기대됩니다. 이런 식으로 뻥튀기해서 겁주는 발표 말고요.

추가. 고경화 의원 홈페이지에서 71종 와인 리스트와 각기 에틸카바메이트 검출량을 알려주십사 하고 메일을 드렸습니다. 자료를 주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