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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이야기/촛불항쟁

6월 7일 밤에 시민들은 거리로 나왔습니다.

21:20 시민들은 이미 거리로 나와있습니다. 오늘은 아까 시민들에게 두들겨(?) 맞은 곳이 아파 늦게 나왔던 것입니다. 제가 왜 두들겨 맞았냐면 흥분한 시민과 당황하는 의경 사이에서 가로막다가 시민에게 맞은 것이랍니다 흑.

이미 길거리는 축제 분위기입니다. 시민들은 온 길거리를 메우고 즐겁게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시민들의 페스티벌이죠.
시사IN에 실린 기사에서 예비군 총각들과 소울드레서 회원들 사이에 로맨스가 샘솟는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그 덕인지 예비군 분들이 무척 많이 오셨습니다. 1개 중대 단위를 넘은 것 같습니다.

23:30 현재 시간 사진에 있는 예비군들은 구호를 외치더니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아마도 시위대와 경찰들의 충돌을 막기 위해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 새벽에 있었던 일중 하나인데, 예비군 친구들이 시민들과 경찰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 너무 먼저 나서서 막는 경향이 있자 일부 3~40대 분들이 그에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12:30 안국동 쪽에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하여 뛰어가보니 이미 일부 시민들이 기동대 버스의 방석망을 뜯어내고 창문을 꺠놓은 상태였습니다. 처음 전의경 중대가 아닌 직접 경찰관으로 구성된 73중대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상대 시민들이 수가 적고 버스로 들어오는 시민들을 연행하여 공적을 올리려는 생각일 겁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몰려오자 특수기동대의 전의경들로 대치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뀌더군요. 연행이 불가능할테니 그러는 겁니다.
01:00 일부 흥분한 시민들은 '너희들도 우리에게 소화기 쐈지?'하며 소형 하론가스 소화기를 분사했습니다. 이제 폭력 시위라고 떠벌리겠죠? 그렇다면 그들의 하론 가스 소화기 분사도 폭력 진압일 뿐입니다.
한쪽 버스를 털어낸 시민들은 옆의 버스에서도 방석망을 뜯어냅니다. 그러니 그 뒤로 경찰들은 채증을 시도합니다. 안국동 쪽은 시위 인원도 적고 기동대도 안오길래 왜 그럴까 하고 광화문 상황을 취재 캠프를 지키고 있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광화문 쪽이 훨씬 과열되어 있다고 하여 광화문으로 향하였습니다.
01:30 반가운 깃발이 보입니다. 제가 속해있는 한국사회당 깃발. 함께 연대를 하고 있는 초록연대 깃발도 보입니다. 가려서 잘 안보입니다만.
광화문 사거리는 각종 정당과 사회 단체, 대학교 깃발이 보이고, 그 위로는 하론 가스가 꽉 채우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방송으로는 물을 요구하더군요. 하론 가스에 물을 뿌려 쳐내기 위해서 일겁니다. 하지만 경찰은 계속 하론 가스를 뿌리고 있습니다.

03:00 경찰 방송은 시민들이 비폭력 평화시위가 맞냐면서 계속 따집니다. 평화적으로 시위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세요. 경찰은 지휘관이 나와서 이야기도 하지 않고, 대화할 생각도 없습니다. 그렇죠? 소나기는 피하면 되는 거고 시민들은 금방 지칠테니까요. 하지만 아닐 겁니다. 시민들의 뜨거운 마음은 계~~~속 될 겁니다.

그리고 현재, 살수차 2대가 대기중이며, 경찰 기동대 및 '경찰특공대'가 대기 중이라는 정보가 확인되어 있습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시민 여러분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03:30 시민들은 추위를 타는지 불을 피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광화문 사거리 이순신 동상 앞은 그렇게 조용하지 않습니다. 시민들은 기동대 버스 하나의 가림판을 뜯어내는 순간입니다. 왜 이렇게 광화문의 시민들은 분노한 것일까요? 그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시민들에게 기동대가 돌을 던지고 버스로 올라간 시민을 연행하는 것에 반항하자 방패로 찍는 등의 폭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버스는…
이렇게 로프에 끌려서 세종로 사거리로 끌려나옵니다.
03:40 많은 대학들의 깃발이 보이네요.
열심히 D-SLR로 채증하는 친구가 있길래 저도 같이 찍어줬습니다. V자로 사인 해줬는데 잘 찍혔길 바랍니다^^;
04:00 하지만 시민들은 갑자기 경찰 차량이 스포트라이트를 켜자 시민들은 화들짝 놀라 뒤로 뛰어갑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격인 거죠.
05:15 그러나 절대 조용히 넘어갈 경찰이 아니죠.
서대문 방면에서 기동대가 출동하고 밀어내고 있습니다.
기동대가 가득 길을 채우고 시민들을 시청 앞 서울 광장으로 밀어내고 있습니다.

07:00 그런데, 시민들 가만히 안있네요. 광장 앞으로 몰려갔던 시민들은 길거리에 연좌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시청 쪽으로 가서 상황을 확인하러 나가봐야 겠습니다. 그리고 5시 넘어서 시내로 나오신 분의 증언인데, 충정로부터 세종로로 오는 모든 길을 통제하여 시민들이 나오지 못 하도록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실 분들은 지하철 타고 시청 역에서 오시기 바랍니다.

07:30 시민들과 예비군 분들과 일부 의견 충돌이 있었습니다. 정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만, 한 시민이 예비군의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며 쁘락찌거나 등으로 비판하였고 그에 따라 충돌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 옆에 계시던 기자분께서 현장을 취재하려 하자 예비군 중 한 명이 반발하며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더군요. 그래서 기자분은 기자증을 제시했는데 보니 이 예비군은 이 기자분도 못 믿고 주민등록증을 달라하더군요. 그런데 주민등록증 보면 뭐 나오나요? 여튼 어이없더라고요. 마흔 넘은 어르신인데 아들뻘인 예비군이 막 기자 맞냐 따지는데. 제가 뭐라 할까 하다가 말았습니다. 예비군 여러분. 여러분은 기동대에게서 시민을 지키려고 모인거지 시민들을 가로막기 위해서 모인게 아니랍니다.
07:40 기동대는 도로를 점거하고 진압 도중 일부 다친 시민이 있어 구급차도 옵니다. 기동대! 사이렌 울리면 비켜줍시다. 시민들이 비키라고 소리치기 전에 말이죠.
기동대는 계속 압박을 가하며 시청광장 방향으로 시민을 몰아넣으려 했지만 시민들은 길바닥에 앉아 연좌 시위를 감행합니다. 이러면 못 밀죠.
그러자 기동대도 일부 병력만 빼고 다시 철수를 시작합니다. 이번 새벽에 시민들은 과격 행동으로 자충수를 두었다면 반대로 연좌 시위를 시작함으로써 다시 힘을 얻은 셈입니다. 셈셈이죠.
그리고 기동대가 철수하는 걸 보자마자 시민들은 일어나 세종로 사거리 방향으로 걷기 시작합니다. 좀 더 앞으로 나가 엎어질 생각인 거죠.
08:00 시민들이 이동하는 걸 보고 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이동하니 달콤한 수박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아아 너무 맛있었어요! 최고~ 안그래도 하론 가스를 너무 들이마셔서 입안이 텁텁하고 목이 말랐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광장에는 FRP로 만든 조형물이 보입니다. 미친소와 미친 .... 누군지 모르겠지만 누군지 알 거 같은 양반이 타고 있군요.
수 많은 사회 단체와 정당이 자리를 잡고 있는 서울광장에서
한국사회당도 천막을 치고 버티고 있습니다. 다들 자리를 비우신 듯 천막은 내려져 있군요. 연좌 시위 현장에 계시던가 밥을 드시러 가셨겠죠?

이렇게 해서 6월 7일 밤부터 8일까지는 끝났습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흥분된 상태에서 밤을 지세워야 했고 그 도중 안국역과 광화문 사거리에서 물리적 충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길거리에 철퍼덕 주저 앉아서 버티는 연좌 시위라는 새로운 스킬을 익힌 셈입니다. 그리고 시민들에게 평화 시위를 하라고 강요하는 경찰이 있었지만 이들은 어떠한 대화를 하려 들지도 않았고 그저 방송차에 앉아 우리에게 경고를 할 뿐이었습니다. 이 현장을 책임지는 지휘관이 모습을 드러내고 시민들을 설득하려 했다면 모르겠지만 설교하면 안됩니다. 경찰님들. 니나 잘하세요.

자, 그럼 저도 집에 들어왔으니 오늘은 푹 자고 다시 저녁 때 시내로 나가려 합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더 빠른 중계를 해야겠군요. 그나저나 하론 가스를 들이마시고, 경찰관들과 설전을 펼쳤더니 목이 너무 아픕니다. 얼릉 자야겠습니다. 제가 돌아가면 강제 진압이 들어간다는 징크스를 이야기하니 옆에 계시던 기자분도 같은 말씀을 하시더군요. 게다가 오늘은 저번 신촌에서 진압 때 뵈었던 시민 한분을 보아서 반갑게 인사하였습니다. 오늘은 사모님과 나오셨다 하더군요.

이거 말고도 할 말이 많지만, 너무 피곤합니다. 아침 10시를 넘어 돌아온 제 방은 너무나 낯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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