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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오디오

MP3 배급 사이트는 너무 많은 마진을 차지하는가?

한겨례21의 기획기사 한국 음악시장을 죽이는 자들도 그렇고, 제가 1년전 한곡에 겨우 10원… 작곡가 못해먹겠다라는 뉴스를 보고 다운로드, 스트리밍의 수익 분배 구조에 대해 쓴 이야기가 있는데 잘 생각해보니 이 글에는 아주 심각한 오류가 있더군요.

오늘 점심 시간에 회사 분들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올해는 SM Ent.가 캐관광 당한 거 같다. 소녀시대는 JYP Ent.의 원더걸스에게, 슈퍼 쥬니어는 YG의 빅뱅!에게 박살났다고 말이죠. 동방신기가 중국과 일본에서 활약하고 강타가 타이완에서 어느 정도 장사한 것 빼면 국내에서는 실패한. 그러다가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가수는 CD 판매량의 비율이 높고 반대로 낮은 연령층, 특히 아이돌의 경우에는 MP3의 판매량이 높다고. 그런데 MP3의 경우 그 판매를 하는 회사가 너무 많은 수익을 얻는다고 하는 이야기가 나왔죠. 바로 저 위의 그 이야기입니다. 50% 가량을 배포하는 업체가 가져간다면서 기존 CD의 도매-소매망보다 더 높은 마진율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제가 너무 '높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에 큰 오류가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무엇인고 하면, 기존 CD에서 도매-소매망은 단순한 배포에 가까웠습니다. 도매는 배포하고, 소매는 진열해서 판매했죠. 물론 음반 판매를 위해 매장에서 음악을 틀고, 포스터를 붙이고, 발매 음반을 소개했지만 한정적이죠. 약한 마케팅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현재의 온라인 사이트 들은 조금 다릅니다. 한번 각 사이트들을 볼까요?
SK 텔레콤의 멜론입니다. 상단의 메뉴 바 아래의 일부 영역을 제외하고 많은 부분을 새로운 앨범에 대한 리뷰와 아티스트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KTF의 도시락입니다. 역시 마찬가지로 5열 2행으로 8개의 앨범을 진열하고 나머지에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죠.
벅스뮤직입니다. 오히려 음악 관련 뉴스를 더 앞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진열 개수는 똑같군요!
마지막으로 쥬크온입니다. 스크롤 가능하게 해서 1개의 앨범을 띄우고 4개의 앨범을 추가로 진열했습니다. 대신 다른 정보를 더 보여주고 있는 편이죠.

자, 뭐가 다른 걸까요? 이전에 제가 음반을 사러 갈 때 물론 이런 경우 있었습니다. 가게 주인 분에게 어떤 앨범이 좋을까요? 추천 받거나 그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죠. 물론 이것 역시 마케팅을 위한 정보입니다만, 그런 점에서는 음반 가게 주인 아저씨도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죠. 음악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청취, 그리고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원스탑의 사이트가 현재의 MP3를 판매하는 음악 사이트의 현재입니다. 즉, 기존 오프라인 유통망에서 하지 않는 정보 전달과 손쉬운 청취. 그를 통한 손쉬운 구입. 이것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차이입니다. 물론 50%라는 수치는 높습니다. 게다가 나머지를 음반사가 가져가고 ... 이러고 나면 가수와 작곡가, 작사가, 편곡가, 연주가로 이어지는 실제 음악을 만드는 크리에이터에게 돌아가는 비율이 너무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각자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실제로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이들에게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가서 다양한 음악이 다시 생산되서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그런 선순환 구조가 되었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요원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비율이 영원하진 않을 겁니다. 이렇게 단물을 빨아먹다보면 단물을 빨아먹을 음악 자체가 점점 줄어들테니까요. 그때까지 단물을 빨아먹을 것인가, 아니면 적절한 수익 분배로 다양한 컨텐츠가 만들어지도록 할 것인가, 그것은 누구의 선택일지 너무 뻔하네요.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놓을 줄 아는 자가 진정으로 현명한 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손에서 놓으려 하지 않는다는 거죠. 여러 부분이 점점 무너져 가고 있는데 말입니다. 현재 SKT는 11번가라는 오픈마켓을 내년 1월 오픈할 예정에 있으며, 엔트리브를 자회사로 두고 게임 개발 및 배급을 진행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영화에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각종 딴따라 분야에 모두 진행하고 있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 파워와 돈을 가지고 국내의 많은 유통망을 점유하려는 시도. 물론 이해 갑니다만, 어느 분야든 어느 순간 고갈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계속 다른 분야를 개척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요.

기존에 50%를 가져가던 것에서 20%를 포기하고 크레이이터에게 10%를 더, 음반사에 10% 더 나눠보세요.그렇게 되면 판매사:음반사:제작자의 비율이 5:2:2에서 3:3:3으로 바뀝니다. 이 정도로 비율을 조정해서 음반사는 더 새로운 가수를 발굴하고 새로운 음반을 기획할 힘을 얻고, 가수와 음악가는 더 많은 수익으로 안정된 생활을 얻도록 하자는 거죠. 아! 혹시 왜 합이 10이 아니냐 하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건 10%의 부가세입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더 다양한 컨텐츠로 다양한 성향의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도록 상품의 구성을 다양화 해볼 수 있도록요. 이대로 구매자의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마진율이 높다 하더라도 수익이 점점 줄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