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이야기/용산 참사

용산 철거민 참사 현장에 모여드는 시민들과 경찰

Namu(南無) 2009. 1. 20. 19:30

아침에 뉴스를 들었습니다. 일어나자마 마자 열어본 뉴스 페이지의 현실은 처참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어찌할까 고민하다 뜨거운 좌빨의 피가 저를 가만 놔두지 않아서 현장으로 나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2009/01/21 - 용산 참사에 분노한 촛불시민, 그들은 두려울 것이 없다.

이어지는 촛불 집회 소식은 링크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의 끝인 오후 7시부터 12시까지의 현장 소식입니다.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서울역에 내렸는데 서울역에도 기동 중대 버스가 가득했습니다. 대충 직원 중대 2개, 전의경 중대 4개. 어떤 분이 이 모습을 보고 서울역 뉴타운 반대 집회를 위한 것이라고 하셨지만 저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용산역 참사 현장에 보내기 위해 대기 시켜놓은 병력입니다. 실제로 이후 현장에서 여기에 있던 중대를 몇개 보게 됩니다.

구형 버스들은 이렇게 잘 살려서 호송용 차량으로 개조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기동 중대의 버스는 신형 버스로 바뀌고 있었으며, 이렇게 구형으로 연식이 끝난 버스는 개조하여 내부에 연행하기 좋게 개량되어 있습니다. 촛불 항쟁 동안 버스가 박살 났다고 난리치더니만 잘만 쓰는군요.

현장에 오후 4시 경 도착하니 이미 주변 골목은 봉쇄되어 있고 취재 열기가 후끈했습니다. 아마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사를 여기에서 본 것 같습니다. MBC, KBC, SBS 등은 중계 차량을 직접 끌고 와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아사히 TV에서도 취재하러 온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희생된 분들을 추모하는 목탁 소리. 제가 도착하였을 때는 건물 주변을 애워싸던 기동대는 살짝 물러난 듯 보였습니다.

추모하는 손길들이 건물에 하얀 국화를 겁니다. 후. 미력한 제 자신이 한숨 나올 뿐입니다. 이런 상황이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 알리는 것 뿐입니다.

건물은 처참합니다. 대로변에 위치하고 있던 건물의 옥상에는 가건물이 박살난 채 오늘 새벽의 참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도중 소란이 일어났습니다. 일부 흥분한 시민들이 기동대와 충돌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러나 평소 분위기와 달리 그리 말리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경찰 역시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 흥분한 시민들을 보고도 달려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희생자의 넋을 기리러 온 시민들은 경찰의 뻔뻔한 태도에 더 화가난 것으로 보였습니다. 경찰은 자숙하기는 커녕 시민들을 자극하며 욕설과 반말을 일삼았으니까요.

간이로 분향소가 차려졌습니다. 시민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참사가 있었던 현장에 시민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습니다. 경찰들은 위에 올라가 현장을 지켜보거나 카메라를 통해 채증 사진을 꾸준히 찍고 있었습니다.

시민들과 경찰의 충돌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흥분한 시민들을 자극하며 충돌을 참지 않았습니다.

뜨거운 취재 열기. 저는 범접하기 조차 어렵더군요.

그러자 정문 쪽에서 경력이 더 나오기 시작합니다. 모두 직원 중대로 확인됩니다. 이들은 임시 분향소가 설치된 곳까지 밀고 나와 시민들을 몰아내고 이에 시민들 역시 경찰과 충돌합니다.

소속과 이름을 감추었지만 방패 뒤에는 장비가 분실되었을 때 찾을 수 있도록 표찰이 달려있군요. 서울 제6기동대 1제대. 기억해 두겠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경찰들은 건물 안으로 돌아갑니다. 저를 비롯한 일부 시민, 기자들이 건물을 가리고 있는 천을 뜯어내고 촬영을 시작하자, 아주 가관입니다.

"채증 불러와!" "넌 뭔데 사진 찍어?"

싸가지 없는 전의경이라고 생각했는데, 장비를 잘 보니 직원. 경찰공무원입니다. 직원 중대에 소속되어 있고 계급을 감안하면 저랑 비슷한 또래거나 어릴텐데 뻔뻔하게 반말을 일삼는군요. 아니 상대가 누구더라도 반말을 지껄이면 안됩니다. 아무리 기분이 나쁘더라도 막 대하면 안되죠. 그럼 왜 공무원합니까? 조폭 하십시오. 하지만 하는 짓거리는 조폭도 울고 돌아갈 분위기입니다.

그러다 경찰 버스 2대가 버스 정류장 쪽 빈 차선으로 밀고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차벽을 치려는 것이라는 것을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상황. 시민들이 소리치자 버스를 가로 막고 서서 차벽을 치는 것을 막습니다. 소통은 없고 차단만 있는 경찰, 그리고 이명박 정부. 6명의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한 현장이라 해도 예외는 없습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등장한 기동대. 2개 중대가 시민들을 인도로 몰기 시작합니다. 이 도중 많은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시민 중 한 명이 연행됐습니다. 그런데,

국회의원이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얼굴을 보고 누군지 못 알아봤지만, 대열 앞에 서계시던 도중 경찰에게 끌려가 폭행을 당한 상황에서 일부 시민들이 달려나와 구출해 주었다고 말씀하시며 기자들 앞에서 흥분한 모습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 이후 확인 결과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님이었습니다.

그래서 시민들은 자리에 연좌하고 버티기에 들어갔습니다. 7시부터 시민들이 용산역에서 촛불 집회를 할 예정이니, 동지들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차벽이 세워지지 않도록.

저는 6시 좀 넘어서까지 현장을 지키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 위해 현장을 잠시 떴습니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서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