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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의 창덕궁 기행 - 후원편

Namu(南無) 2008. 12. 23. 09:07

동궁을 지나 언덕길로 오르면 오른쪽에는 창경궁과 가르고 있는 담이 보입니다. 높은 경사는 아닙니다만, 꽤 길죠. 언덕 하나를 넘는 길이니까요. 창덕궁의 정전 등 건물에 대해서는 건물편을 함께 보시면 됩니다. 일반 관람으로는 건물과 후원을 모두 한번에 볼 수 있습니다.

2008/12/09 - 창덕궁을 일본인 관광객과 함께!
2008/12/13 - 무료 가이드와 함께 하는 고궁 순례

고궁 관람과 관련된 일반 정보는 위 글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8/12/23 - 한겨울의 창덕궁 기행 - 건물편
2008/12/23 - 한겨울의 창덕궁 기행 - 후원편
2008/12/23 - 한겨울의 창덕궁 기행 - 낙선재편

창덕궁의 크고 웅장한 건물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창덕궁 기행 - 건물편을 참조하시길 바라며, 무료 가이드 관련 안내를 보고 싶으면 무료 가이드와 함께 하는 고궁 순례을 보시기 바랍니다.


현재 위치

동궁 터를 지나면 오르막길이 나옵니다.

비가 오는 날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 렌즈에 물방울이 묻어 있습니다. 창덕궁에 들어갈 때부터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는데, 동궁을 지날 무렵에는 비가 점점 많이 옵니다. 저는 우산을 쓰지 않고 모자만 쓰고 다녔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우산 들고는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그 덕에 렌즈에는 더 많은 물이 묻었습니다.

위에 오르다 내려보면 이렇습니다.

언덕을 넘으면 후원으로 들어섭니다. 창덕궁의 앞쪽의 건물 부분과 달리 여유가 있습니다.


현재 위치

후원 입구에는 부용지가 나옵니다. 부용이란 연꽃으로, 조선 시대에는 연꽃이 가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연못의 가운데에는 둥근 섬이 있고 소나무가 놓여있습니다. 연못은 사각형인데 말이죠. 이와 같이 연못은 땅을 상징하기 때문에 사각형, 가운데 섬은 하늘을 상징하기 때문에 둥근 모습. 이것을 천원지방이라 하여 조선 시대 사람들은 하늘과 땅을 이와 같은 형태라 생각했다고 합니다.

부용지 옆에는 부용정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낚시를 즐기곤 했다고 하는데, 부럽습니다. 집 안에 낚시터도 있고 말이죠.

반대편에도 건물이 있습니다. 사정기 비각입니다.

바로 이곳은 주합루입니다. 1층은 도서를 보관하는 규장각으로 정조 때 설치된 서고입니다. 현재 규장각에 있는 곳은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모두 보관되어 있습니다.

주합루로 올라가는 길은 좌우측에 작은 문이 있고 가운데 큰 문이 있는데, 큰 문만 임금이 통과하는 문입니다. 좌우측은 신하가 고개를 숙여야만 통과할 수 있습니다. 큰 문은 어수문으로, 임금은 물고기, 물은 신하로 임금과 신하는 물과 물고기처럼 떨어질 수 없는 사이를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영화당은 부용지 옆에 있는 건물로, 정조 때부터 영화당 앞에서 전시를 보아 인재를 뽑았다고 합니다.

영화당 앞에는 넓은 공터가 있습니다. 역시 창경궁과 이어져 있었는데, 지금은 담이 가로 막고 있습니다.

창경궁의 식물원이 보입니다만, 이전에는 이 넓은 공간이 하나로 이어져 있어서 넓은 정원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과거를 보고, 임금은 영화당에서 그들을 지켜보았겠죠.


현재 위치

영화당을 나와 애련지를 향해 나가다보면, 불로문이 있습니다.

이 문은 경복궁에도 있습니다만, 경복궁에 있는 것은 복제품입니다. 모양도 조금 다르고, 불로문 글씨에도 검은색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애련지는 다른 연못과 다르게 가운데 섬이 없습니다. 가운데가 텅 비어 있고, 애련정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다른 연못과 다르게 휑한 느낌마저 듭니다. 제가 방문한 것이 한겨울이었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애련정 옆에는 의두합이 보입니다.


현재 위치

자, 이제 후원 코스의 마지막인 연경당입니다. 연경당 뒤편에는 옥류천이 있습니다만, 겨울철에는 관람할 수 없습니다. 4~11월에만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겨울에 방문한 저는 옥류천 부근을 갈 수는 없었습니다.

연경당 옆에는 조그만 연못이 있습니다.

연경당 입구에는 장락문이 있습니다. 이 문의 이름은 낙선재와 같은 이름입니다. 오래 즐겁게 살자는 뜻으로 여기저기 흔히 쓰였던 문구 같습니다.

그런데 문에는 이와 같은 독특한 모양의 돌이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괴석"이라 불렀다고 하는데, 괴석은 신선이 사는 곳에 놓여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연경당 앞에도 괴석이 놓여 있고, 낙선재의 정원에도 이와 같은 돌이 놓여있습니다.

연경당 내부는 단청이 없고, 당시 양반집과 똑같은 양식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세간에는 99칸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크기는 127칸 정도라고 합니다. 임금은 참 좋습니다. 양반집 생활을 하고 싶으면 양반집을 지어버리면 되니까요.

남자가 생활하는 공간과 여자가 생활하는 공간이 담으로 나뉘어 있지만 내부는 이와 같이 연결되어 있어 신을 신지 않고도 들락날락할 수 있습니다. 그렇죠. 아무리 조선시대라 해도 남녀 사이는 똑같은 거 아니겠습니까?

이것은 말이나 마차에서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하마석입니다.

연경당 오른쪽에 있는 선향재인데, 시원하게 책을 읽고 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위에는 이상한 문짝 같은 게 달려 있습니다.

옆에서 보면 이렇게 줄이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건물 앞으로 쭉 나와있고 문짝 같은 게 달려있는 것은 햇빛을 가리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필요에 따라 각도를 조절해서 그늘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죠. 독특한 구조입니다.

내부는 마루로 되어 있어 겨울에는 사용이 어려움을 알 수 있습니다.

자, 이렇게 연경당을 나와서 잠시 휴식. 이제 창덕궁 후원 관람은 끝입니다. 옥류천도 가보고 싶었지만 겨울에는 관람할 수 없다니 아쉽습니다.

12월이라 큰 나무에 낙엽은 없지만 작은 나무는 새빨갛습니다.

정문을 향해 내려가는 길에서 한 장.


현재 위치

길을 따라 쭉 내려가면 다리가 나옵니다.

그렇습니다. 돈화문을 지나면 나오는 금천이 이어진 것입니다.

다리에서 바라본 금천교 방향입니다. 나무와 건물에 가려 금천교가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 나무는 향나무로써, 제례에 필요한 향을 채취하는데 쓰였다고 합니다.


현재 위치

이제 다시 돈화문 앞입니다.

돈화문을 바라보면 오른쪽에 문이 보입니다.

바로 이 문이 주차장에 있는 금호문입니다. 늦은 시간에 창덕궁을 찾으면 금호문을 통해 나갑니다.

창덕궁 후원에는 특별한 건물보다는 오붓한 분위기가 좋습니다. 한겨울이라 약간 휑했지만, 눈 내린 날이나, 꽃이 핀 봄에 찾아가면 훨씬 좋지 않을까 생각 듭니다.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곳은 낙선재입니다. 낙선재 역시 옥류천처럼 특별 관람으로만 볼 수 있는 곳으로, 이방자 여사가 1989년에 돌아가실 때까지 사용하던 곳입니다. 이후 이전 형태로 복원되긴 했으나, 가장 마지막까지 쓰던 구역으로 그때의 정취가 남아있습니다.

한겨울의 창덕궁 기행은 다음 세 편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2008/12/23 - 한겨울의 창덕궁 기행 - 건물편
2008/12/23 - 한겨울의 창덕궁 기행 - 후원편
2008/12/23 - 한겨울의 창덕궁 기행 - 낙선재편

건물편부터 시작하여 낙선재편까지 함께 즐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