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창덕궁 기행 - 정전,본관편
한겨울에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고궁을 순례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중 창덕궁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 사진을 찍을 겸, 다시 돌아볼 겸 해서 창덕궁을 찾았습니다.
2008/12/09 - 창덕궁을 일본인 관광객과 함께!
2008/12/13 - 무료 가이드와 함께 하는 고궁 순례
고궁 관람과 관련된 정보는 위 글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8/12/23 - 한겨울의 창덕궁 기행 - 건물편
2008/12/23 - 한겨울의 창덕궁 기행 - 후원편
2008/12/23 - 한겨울의 창덕궁 기행 - 낙선재편
처음 창덕궁 앞 횡단보도를 건너면 세계문화유산으로 창덕궁이 지정되어 있다는 표식을 볼 수 있습니다. 서울에는 세계문화유산이 두 군데 있는데, 하나는 창덕궁. 하나는 종묘라고 합니다. 특히 종묘는 그 유적뿐 아니라, 종묘에서 열리는 제례 역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어, 유형과 무형이 함께 한다고 합니다.
비가 오는 날이어서 렌즈에 물방울이 튀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꾸준히 닦으면서 찍었지만 조금씩 묻어있는 것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 앞 계단을 오르면 서울시의 옛날 지도와 함께 4대문과 궁궐 등의 위치가 표시된 지도가 있습니다. 빛이 반사되어 잘 보이지 않지만, 안내지도가 되기도 합니다.
처음 도착하면 표를 구입할 수 있는 매표소와 고궁 카페가 있습니다. 옆에는 임시 화장실이 있는데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몰릴 때는 자리가 부족합니다. 주말 등지에 내국인도 많이 모이면 꽤 자리가 부족할 거 같은 느낌이 듭니다. 카페의 가격은 저렴해서 2~3천원이면 가볍게 한잔 마실 수 있습니다.
주차장 옆에 있는 문입니다. 이 문은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습니다만, 늦은 시간에 찾아가면 이 문을 통해 나올 수 있습니다. 입장 시간이 지나면 정문을 닫고, 이 문을 통해 창덕궁을 나오도록 하고 있습니다.
창덕궁의 정문 돈화문입니다. 보물 제383호로써, 태종 12년(1412)에 세워졌으나,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광해군 즉위년(1608)에 창덕궁 재건과 함께 다시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자, 그럼 창덕궁 안으로 출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위치
처음 돈화문을 지나면 오른쪽에 금천교와 진선문이 보입니다. 이 금천교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라고 합니다.
다리 양쪽에는 이렇게 물을 정화하고 지켜주는 수호신이 있습니다.
금천을 건너 진선문을 통과하면, 왼쪽에 인정문이 보입니다.
창덕궁은 산에 걸쳐서 만들어지면서 일반적인 궁궐처럼 정문-개천-중문-본관이 일직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꺾여 있습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보통 궁궐을 지을 때 직선으로 이어지게 만들어야 하는데, 뒤에는 산, 앞에는 종묘가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형태를 가지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 위치
인정전은 조선 임금이 가장 마지막까지 사용한 정전입니다. 국보 제225호로써, 1405년에 건립된 것을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1610년에 중건하였으나, 순조 3년(1803)에 화재로 불탄 것을 다음해 복원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최근까지 사용한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내부를 보면, 바닥이 마루로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이와 같은 정전은 바닥이 돌로 되어 있습니다만, 순종이 창덕궁에 자리 잡으면서 개조한 것이라고 합니다.
좌측과 우측에는 전등이 보입니다만, 창덕궁에만 전기가 들어온 것이 아니라, 경복궁이 먼저 들어오고 창덕궁에 전기가 도입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경복궁에 전등이 없는 것은 복원할 때 조선 중기의 모습으로 복원했기 때문이며, 경복궁 역시 조선 말기에는 전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창덕궁처럼 말이죠.
인정전 내부의 창 역시 유리가 함께 쓰이고 있어 조선 말기에 서양식으로 개량된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인정전 오른쪽 문을 나오면 선정문을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위치
그러나 선정문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서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옆에서 찍을 수는 있죠. 선정전은 조선시대에 왕과 신하가 일을 논의하고 크고 작은 행사를 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선정전의 특별함은 현재 궁궐에 남아 있는 건물 중 유일하게 청기와를 사용한 건물이기 때문입니다. 청기와의 청색은 도자기를 굽는 것처럼 색을 내야 했고 필요한 안료가 수입품으로 고가였기 때문에 비싸서 모든 궁궐에 쓰지 못 하고, 기와를 다시 얹을 때 청기와를 못 썼다고 합니다. 딱 이런 분위기였겠죠.
"궁궐에 청기와를 올리거라~"
"아니 되옵니다, 전하! 비싸지 말입니다~"
흠… 말투가 조금 이상한 것 같은데 넘어가죠.
현재 위치
선정전 옆에는 희정당이 있습니다. 다른 궁궐의 건물과 달리 문이 튀어 나와 있는 것은 임금이 차를 타고 들어오기 쉽게 개량된 것이라고 합니다. 희정당은 1917년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불탄 것을 경복궁의 강녕전을 헐어내어 1920년에 옮겨온 건물이라고 합니다.
희정당 지붕 아래에 있는 글자 모양의 통풍구는 강녕전을 그대로 옮긴 흔적이 남아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희정당은 정면에서 내부를 볼 수 없지만, 뒤로 돌면 내부를 볼 수 있습니다.
내부에는 이와 같이 조선 말기, 양식으로 꾸며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희정당에서 뒤를 돌면 왕비가 사용해던 대조전이 있습니다.
대조전은 왕비의 침실로써, 내부는 역시 양식입니다.
이와 같이 조선 말기 양식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고 혹자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서양 문물에 의해 변화된 모습이기 때문에, 조선 중기 이전의 과거의 형태로 복원(?)해야 한다고요.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이 역시 조선의 하나의 모습이며, 경복궁이 조선 중기 형태로 복원되었기 때문에 그럴 수록 가장 마지막까지 사용된 창덕궁은 조선 말기의 모습을 그대로 남겨야 한다고요. 마지막 황제의 자금성의 모습과, 창덕궁의 모습을 보면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 발전하려 했지만 열강에 의해 힘을 잃고 나라를 빼앗기는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현재 위치
창덕궁 기행의 마지막은 희정당 옆에 있는 성정각입니다.
성정각은 연현문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데, 일반 관람으로 들어가면 굳게 닫혀 있어 들어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낙선재 특별 관람을 하면 덤으로 내부를 볼 수 있습니다. 즉, 저는 한번에 이 사진을 찍은 게 아닙니다. 창덕궁 일반 관람은 점심 시간에 하고 이후 낙선재를 또 간 것입니다. 그때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관리하시는 분이 오셔서 문을 열어줍니다. 그리고 내부를 들어가면 확 닫아버려서 내부에 갇히게 됩니다. 덜덜덜.
문 오른쪽에는 약을 보관하는 창고가 보입니다. 이곳이 내의원으로 사용되었다는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성정각은 있던 세자가 공부하는 곳입니다. 앞서 연현문을 통해 들어왔는데, 이 문의 뜻이 바로 "현명한 자를 맞이하는 문"입니다. 즉, 학문에 뛰어난 이를 받아들여 세자의 공부를 도울 수 있는 곳이죠.
내의원 안에서 바라본 인정전의 모습입니다. 다른 건물에 비해 가장 높이가 높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건물에는 보춘정과 희우루라는 이름이 양쪽에 붙어있습니다. 원래 다른 쪽에도 현판이 붙어있었을 거라고 추정되지만, 현재는 두 개의 현판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이후 성정각은 1920년에 내의원으로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성정각의 오른쪽에는 동궁이 있습니다. 흔적 밖에 남아있지 않아 "주차장"으로 착각하곤 한답니다. 동궁은 세자가 머물던 곳으로, 임금이 머물던 동쪽에 있었기 때문에 동궁이라 불렀습니다. 임금은 중천에 뜬 태양이기 때문에 가운데에, 세자는 떠오르는 해이기 때문에 동쪽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세자를 동궁마마라고도 부르는 것입니다.
동궁 뒤에는 문이 있는데 이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창경궁입니다. 원래 창덕궁, 창경궁은 서로를 나누는 담장이 없이 이어져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이렇게 나뉘어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것을 나누지 않고 연결하여 함께 관람할 수 있게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될진 아직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창덕궁의 주 건물을 돌아 보았습니다만, 창덕궁의 아름다움은 건물이 모두가 아닙니다. 창덕궁 뒤편에 있는 후원. 흔히 비원이라 불리는 그곳입니다. 비원은 작고 아담한 건물과 연못이 예쁜 곳입니다만, 후원은 후원 편으로 이어지도록 하겠습니다.
한겨울의 창덕궁 기행은 다음 세 편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2008/12/23 - 한겨울의 창덕궁 기행 - 건물편
2008/12/23 - 한겨울의 창덕궁 기행 - 후원편
2008/12/23 - 한겨울의 창덕궁 기행 - 낙선재편
건물편부터 시작하여 낙선재편까지 함께 즐기시길 바랍니다.